일상 392

22.02.16

이번주 들어 오랜만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월요일에 재인이 집에 와있었다. 아침점심저녁을 다 차려주고 내가 일하는 동안 나가서 화분과 꽃을 사왔다. 집이 점점 더 예뻐진다. 뿐만 아니라 밸런타인이라고 멀리 있는 스벅까지 찾아가 비건브라우니를 사와서 초에 불까지 붙여주었다. 화요일 아침 늦게까지 꼭 끌어안고있다 그가 가고나니 갑자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같은 기분이 됐다. 온갖 좋은 것들을, 사랑을 잔뜩 받기만 한 것 같아 어쩐지 미안하기도 하고.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보고싶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아침에 못했던 요가와 스쿼트를 하고 샤워를 했다. 땀이 찔끔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몸에 힘이 생기고 마음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같은 느낌이 신기하다. 마음도 몸 안에 있다는 것이 실감난..

일상/2020~2022 2022.02.20

집에 대하여

이 집을 구하기 위해 3개월간 직거래 사이트를 보고, 다솔 씨 기준으로 80점은 줄 수 있는 집이라 이사를 왔다면서요? 집 보는 안목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처음 자취방을 구할 때도 직거래 사이트에서 서울에 있는 모든 전세 알림은 저한테 오도록 설정해두고 하루 종일 봤어요. 좋은 집은 빨리 나가니까 직접 볼 기회가 생기면 아침 7시에 찾아가고 그랬죠. 이 집도 3개월 동안 매일 부동산에 전화하고, 앱을 보고, 직거래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구한 거예요. 엄마가 제 첫 자취방을 구할 때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많은 인생인데, 집이라도 들어오고 싶은 곳이면 좋겠다.” 전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너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내 공간은 마음의 중심을 잡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

일상/2020~2022 2022.02.07

설날

이번 설연휴는 애인인 재인과 보냈다. 연휴 시작하는 토요일날 재인의 가족들을 뵙고 저녁 먹고 와서(우리 가족은 그 전주 토요일에 동생네 집 집들이 겸해서 만났다.) 일요일부터 화요일 점심까지 둘이 같이 보냈다. 함께 장을 봐와서 재인이 해주는 밥을 함께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영화 '포레스트검프'와 애니메이션 '엔칸토',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을 함께 보고, 책도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일기도 쓰고, 5km 달리기도 했다. 2월부터 시작하는 새해 빙고도 함께 써봤다. 새해빙고는 김신지 작가님이 에서 소개한 것으로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빙고판에 적고 달성하면 X표를 쳐서 친구들과 누가 빙고를 많이 달성하는지 공유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초심자이므로 3 X 3 빙고판을 만들어 9개씩..

일상/2020~2022 2022.02.01

요즘

요즘 선물받은 예쁜 노트에 좋은 구절들을 필사하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을 펜으로 옮겨적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검색해볼 수 있는 형태의 기록을 더 선호하지만 펜으로 따라적어가는 것은 또 그만의 맛이 있다. 책은 고등학생 때는 최고의 도피처였고, 그 뒤로도 거의 언제나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 얘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몇달 전부터 매일 비타민제를 챙겨먹기 시작했다. 달고 살던 피로감이 확실히 덜한 느낌이다. 문득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의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양제를 한번 먹어서는 큰 의미가 없다. 매일 먹어야한다. 밥도 아무리 잘 먹어도 내일이면 또 배가 고프고, 사랑도 아무리 받아도 내일 또 고프듯이, 책을 오늘 읽어도..

일상/2020~2022 2022.01.28

내 꿈은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내 꿈은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제주에서 문득 이 문장을 떠올렸다. 함께하는 여행에서, 곁에 있지만 잠시 책과 함께 각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던 그 순간에. 내 꿈은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이 문장이 며칠동안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내가 꿈이 없는 줄 알았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다. 삶에서 그렇게까지 열망하는 것도 없고 대단한 목표도 없었다. 내 꿈은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다 사랑받기 위해 해온 일들이다. 사랑받기 위해 꼭 뭔가를 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문장을 아무리 읽어봐도, 나에게 현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잠깐의 사랑을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이었다.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부끄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스스로도 어째서 남이 사랑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건가 하는 마음부터 든다. 그런 말을 ..

일상/2020~2022 2022.01.20

한 해의 끝/시작

한 해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한 해의 마지막날엔 재인과 함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재인의 가족분들과 식사를 했어요. 새해 첫날에는 강릉에 가서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식사를 하고 별을 보았습니다. 1월2일 아침에는 바다에서 해돋이를 보고 고향집 눈 쌓인 언덕에서 썰매도 탔어요.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한 해동안 잘한 일들을 적어보고 서로 나누었습니다. 감사한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요. 회사에는 작년말에 CTO가 새로 영입되셔서 새해 첫 출근한 오늘부터 자리도 바뀌고 팀도 바뀌었습니다. 업무는 당장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협업툴 Jira 도입이 시작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세팅이 되는 거 같습니다. 맡게 되는 책임도 다소 커지고요.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한 해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에서 특별히..

일상/2020~2022 2022.01.11

무용한 것들을 사랑했으면

https://www.podbbang.com/channels/15135/episodes/24215170 215-1 [오은의 옹기종기] 양다솔 작가 “농담이 저의 1순위 무기입니다 ㅋㅋ” 오은 : 오늘 보이차를 들고 오셨네요. 좋아하시나 봐요? 양다솔 : 네, 밥은 못 먹어도 보이차는 마셔요. ㅎㅎ 저는 진짜 귀한 것들은 그만한 자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에서도 주고 금전적 www.podbbang.com 와 의 양다솔 작가님의 팟캐스트를 크리스마스에 만두를 빚으며 함께 들었다. 1시간 7분 32초부터 작가님이 '무용한' 것들에 이야기하는데 너무 좋았다. 명백히 우리의 에너지, 가령 시간과 돈과 내가 쓸 수 있는 체력과 관심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아는 것은 소중한 일이나,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의..

일상/2020~2022 2021.12.25

집에 늘 꽃이 있다

집에 늘 꽃이 있다. 냉장고에, 식탁에, 도시락에 늘 사랑이 가득하다. 때로는 자신은 먹지도 않는 것까지 요리해주고도 잘 먹어주고 표현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도 집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뭐든 미리 해놓길 좋아하는 부지런한 손길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대체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낸다. 별일 없다. 별일 없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하고 생각한다. 주말에 무얼 해먹을지 고민한다. 뱅쇼를 끓이려고 와인을 사다놓았다. 가끔 엽서를 쓰고 일기도 쓴다. 지금은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거야"라는 책을 읽고 있다. 재밌다는 드라마를 추천받았지만 드라마 볼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부할 것도 많고 읽을 책도 많고 혼자 사는 집에도 늘 정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설거지할 일도 많다. 그래..

일상/2020~2022 2021.12.23

두려움

얼마 전 상담에서 "어리석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라는 문장을 완성시키라는 주문을 받았으나,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근데 최근에 내가 회사 화장실 문에 손을 데려고할 때마다 움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화장실 문은 전에 다니던 회사의 화장실 문과 똑같이 생겼는데, 전직장에서 나만 유독 정전기가 심하게 올라서 문에 닿을 때마다 찌릿찌릿했다. 말할 것도 없이 겨울이 제일 심했으나 겨울에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중에는 정전기를 흡수해주는 키홀더를 사서 갖고 다녔다.( 이런 제품이다. https://shopping.interpark.com/product/productInfo.do?prdNo=6135345345&uaTp=1&&msid1=web&msid2=minis_prd&ms..

일상/2020~2022 2021.12.17

코인

몇달 전 13000원에 혹해 코인거래소앱을 설치했었다. 만원은 인출(와중에 인출수수료 1000원)하고 나머지 3천원 정도로 귀엽게 75원짜리 트론이라는 코인을 샀었더랬다. 금액도 귀엽고 어차피 공짜로 받은 돈이어서 1-2주에 한번 심심풀이 삼아 들어가봤다. 그 몇달 뒤 카카오톡에서 클립이벤트로 클레이튼 코인을 12코인 얻게 됐다. 당시 1클레이당 1500원이었는데 1300원까지 내려갔다가 1800~1900원에 한동안 머물러있었다.(트론은 150원까지 갔다가 120원 정도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다 12월 3일 갑자기 모든 코인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다시 올라올 거 같아서 돈을 좀 넣었다. 올라오고 있다가 내가 넣자마자 다시 좀 떨어졌는데 그래도 하루이틀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었다. 1650..

일상/2020~2022 2021.12.17

1500원 짜리

1월에 제주도에 갈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 새벽부터 '비자림'을 검색했다.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가본 적은 없고, 겨울에는 어떤 모습일까 싶어서. 근데 첫번째 누른 블로그 후기에서 이런 글을 만났다. 보자마자 충격 받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감상이나 생각들이 올라왔다. 얼마나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비교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제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값이 싸면 가치가 없고, 그저 그런 것이어도 비싼 가격을 매겨놓으면 좋게 느껴질까. 밤하늘의 달과 별을 구경하는 것은 0원인데, 그들에게 달과 별 구경이란 얼마나 "뭐 없는" 걸까. 이 후기를 쓰신 분이 만약 비자림까지 가기 전 이전 방문지에서 이 아저씨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만약 "야 우리 다음에 가기로 했던 비자림 ..

일상/2020~2022 2021.12.10

피아노 연주회

2008년 이후로는 얼굴은 고사하고 따로 메시지도 주고받은 적없는 고등학교 친구의 피아노 연주회에 갔다. 친구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무슨 바람인지 별 고민도 없이 DM을 보냈다. 그래도 신기하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서로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친구는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나는 어떤 것을 기대해야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 일상에서 누군가가 눈앞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볼 일은 좀처럼 없단 걸 새삼 깨달았다. 하물며 클래식은 더더욱.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로는 손열음도 볼 수 있지만. 가사도 없이, 피아노 한 대와 사람 한 명이 전부. 딱히 설명도 없이 바로 연주가 시작..

일상/2020~2022 202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