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기타 7

입양

(소설) "우리는 이제부터 우리 남은 평생에 걸쳐 기쁨과 슬픔을, 사랑과 미움을, 따뜻한 위로와 지울 수도 없는 상처를, 충만하게 차오르는 행복감과 결코 이해받을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을 서로에게 남길 것을 각오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나는 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에도 곁에 서있기로 맹세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가족'이 되었다. 어차피 상상할 수도 없는 수십 년의 미래였고, 내게 특별히 고를 만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 선언과 맹세로 이루어진 의식이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라는 걸 그때도 이미 느낄 수 있었다.

작은책 16.1월) 집, 집, 집!

집, 집, 집!김진회 비가 그칠 듯 그치지 않으며 일주일도 넘게 이어지던 7월 어느 날이었다. 같이 살던 친구가 자기 방으로 가다말고 집에 물이 샌다고 소리를 치며 나를 불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물을 흘리거나 쏟은 걸 제대로 안 닦아서 착각했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닦으려고 보니 장판 밑에서부터 물이 찰랑거리며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뒹굴거리던 쉼의 공간은 갑자기 긴박한 수해 현장으로 바뀌었다. 당황해 수건 여러 개를 물 위에 덮어버리고 집주인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윗층에서 내려오신 할아버지께서는 상황을 보시고도 크게 당황하지 않으셨다.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우리에게 장판을 일부 걷어내고 쓰레받기로 물을 퍼내자고 하셨다. 장판 밑에서 나오는 물은 그리 깨끗하지도 않았고, 미끌거려 위험하기까지 했다. 어..

식당에 대하여

우리나라처럼 외식을 많이 하는 나라가 없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프랑스에 여행 가서 외삼촌 댁에 묵으면서 느낀 것도 그렇다. 파리 쪽이었는데도 묵는 동안 식사는 계속 집에서 함께 먹었다. 물론 외삼촌네가 프랑스에서 독특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국가별 외식비율에 대한 통계같은 건 없을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에 전체 식품 소비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5.9%였으나 2007년에는 41.9%로 올랐다는 미국 농무부의 조사결과가 있단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저녁식사를 외식으로 하는 비율이 98년 20%에서 2012년 32%로 증가했고, 점심 외식은 43.8%에서 46.6%로 오르면서 45.7%가 응답한 가정식보다 많아졌으며, 아침식사의 외식비율도 15년 새 거의 2배나 높아졌다..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 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조가 파업을 하다가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판결이 나면 그 사람들은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벌금을 내곤 한다.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게 법이니까, 법의 판결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권력과 돈에 굴복하여 더럽고 치사한 논리와 억지를 부려서 판결을 냈다하더라도, 지켜야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싸워서 7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내도 대기업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최종 결정을 했지만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 대법원의 ..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학교에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여성주의 모임에 요즘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세미나를 한다. 이번에 함께 읽는 책은 《오빠는 필요없다》. 첫 세미나에서 1, 2부를 읽고 썼던 발제문. 오빠는 필요없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저자전희경 지음출판사이매진 | 2008-10-1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밖에서만 '진보', 안에서는 '보수'를 부르짖는 오빠들의 행태를... 2013. 7. 9.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진보적인 운동단체 등에서 여성이 주변부에 있게 되고, 어떤 직책에 오를 경우에는 그 직책 자체가 잡무를 하는 직책으로 변해갔다는 이야기들이, 충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반면, 조합원으로 있는 세대별 노동조합 ..

<김예슬 선언>을 되새기며

* 이 글은 2011년 2월 22일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123097983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대학을 거부한 을 되새기며김진회 김예슬 씨가 대학 거부 선언을 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김예슬 양은 이미 기업에 인간부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된 대학과, 같은 트랙을 따라 무한의 경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담긴 대자보를 붙였다. ‘오늘 저는 대학을 그만둡니다.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없는 죽은 대학이기에’라는 피켓을 들고 마지막으로 교정에 서서 1인 시위도 했다. 그리고 고려대학교를 제 발로 걸어서 나갔다.당시 이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우리나라 교육과 행복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 이 글은 2011년 1, 2월에 걸쳐 썼고, 생활도서관 관지 에 실은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kimjh620/20122817749 우리나라 교육과 행복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김진회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했는가? 지금은 행복한가? 미래에는 행복할까?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 때문인가? 초, 중,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만 가면, 대학 때는 취직만 하면, 취직하면 승진만 하면, 집만 사면, 애 대학만 보내면, 애 취직만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가 다 될 때까지 항상 미래를 위해 현재에는 행복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획일화된 미래와 극심한 경쟁, 서열로 인한 폐해다. 아직 인생의 가치나 목표, 제대로 된 ‘자신의 생각’을 확립하기도 전부터 경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