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33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 배윤민정

아무 생각없이 방바닥에 누워 고개를 돌렸는데 함께 사는 연인의 책장에 꽂혀 있던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역시 별생각없이 이 책은 뭘까하고 꺼내어서 누운 채로 잠깐 살펴보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늘 바로 다 읽어버리게 될 줄은 몰랐다. 책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저자가 이혼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 체험(단순히 겪은 것)을 경험(그것을 반추하여 나름대로 해석하고 소화시켜 받아들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거기까지 오는 동안 있었던 일들과 생각들과 마음들을 돌아보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이혼을 겪었기 때문인지, 이혼경험에 대한 이야기에 전보다 좀 더 눈길이 가는 것 같다. (아무 상관없지만 저자와 내 이혼한 년도가 같다는 것도 신기했다)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솔직하게 드러나있다. 스스로도 에필로그에서는 낯설..

<행복의 기원>, 서은국

도발적인 책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넘어 "'행복감'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14년에 발행된 책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 본문에서 그대로 인용하거나 조금씩만 축약, 정리한 문장입니다.) 1. 행복은 '생각'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라(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식의 조언은 공허하다. 생각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생각을 바꾼다고 해도 그건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 그게 전부가 절대 아니다. 불행한 사람은 긍정의 가치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2. 인간은 동물이며, 이성적 사고는..

<경청>, 조신영, 박현찬

상당히 감동적인 책이었다. 경청의 중요성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겠지만 알면서도 늘 놓치게 되니까.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상대의 말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말을 어디서 끊지, 내 차례가 오면 무슨 말을 하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듣는다는 것의 본질은 상대방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 말을 통해 전하고자하는 의도, 마음을 보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인데 현실에서는 늘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에 집착하게 된다. 끝부분으로 갈수록 교훈을 주기 위해 쥐어짜낸 스토리같은 느낌이 좀 들긴 했지만. 정말로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생각했다. 그러므로 나를 정말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도.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최근 이직을 했다. 입사하자마자 첫 날, 다짜고짜(?) 책 5권을 품에 안겨주셨다. 3개월동안 다 읽고 배우고 느끼고 실천할 점들을 써서 제출하라고.(3개월이 지나더라도 마저 다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신신당부까지) 처음엔 빌려주시는 건가 했는데 다 새 책이고 그냥 주는 거였다. 그 중 첫번째 읽을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그저 제목부터가 책 읽는 방법이니 다른 책들 읽기 전에 읽어야하지 않을까라고, 별 생각없이 선택했다. 입사 첫 주를 잘 보내고 난 주말, 일요일에 앞에 살짝 시작만 해뒀던 이 책을 한번 주욱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페이지마다 빈 공간도 많고 상당히 가볍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 맞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 어려운 일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The Handbook for HSP(Highly Sensitive People) / 멜 콜린스, 이강혜 옮김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운명처럼 제 앞에 도착한 책,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샨티의 책은 언제나 저 자신과 제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지금 제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네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Highly Sensitive Person의 설명에 저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전부 다라고 해도 좋을만큼 해당되더라구요. 그동안 저와 달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의 어떤 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됐어요. 저 자신의 어떤 면들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수 있었구요. 민감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팁들은 그보다 조금 덜 민감한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HSP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감정..

윤이형의 '졸업', 김보영 기획의 '다행히 졸업'

정말 오랜만에 소설책을 두 권 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작가님께서 올해 세상에 내어놓으신 책인데, 무슨 우연인지 제목이 하나는 ‘졸업’(윤이형 작가님께서 쓰신 소설), 다른 하나는 ‘다행히 졸업’(김보영 작가님께서 기획하신 단편소설집)이다.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가 없어서 두 권을 함께 샀다. 양쪽 다 고등학생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졸업은 SF로 분류될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내가 SF를 사랑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재와는 다르지만 과학기술 측면에서 개연성 있는 어떤 배경에 등장인물들을 던져 넣고, 지금을 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고뇌와 선택, 감정들을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가치관이라든지 살고 있는 모습들, 또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시스템..

에밀 파게 씀, 최성웅 옮김, 《단단한 독서(L'Art de Lire)》를 읽고

L'Art de Lire. 영어로 옮기면 'The Art of Reading'이 이 책의 원래 제목이다. 보통 '독서의 기술'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실제로 1959년에 한국 1세대 불문학자인 이휘영 선생님의 번역으로 《독서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적 있다.) 이번에는 《단단한 독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한 최성웅 선생님이 번역했다. 프랑스어를 공부해보고 싶어 무료강의를 찾아 선생님의 온라인 카페에 들어갔다가 소개글을 보고 읽게 됐다.나는 책을 그리 많이, 열심히 읽는다고 하긴 어려울 수 있으나, 여튼 책을 읽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나 독서 자체에 관한 책도 종종 읽게 된다. 돌..

여성환경연대 주은진, 김란이 사람책 독후감!

다른 삶을 상상하는 사람 도서관- 여성환경연대 사람책 독후감 그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져오는 시골의 향기를 맡았다. 그가 독자들에게 한 첫 요청은 제목에서 ‘청순한’이라는 낱말을 지워달라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그는 넘치는 생기로 빛을 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정글에 가서 살다온 건가 싶을 고생담을 주섬주섬 꺼내며, 아주 밝게 수다를 떨었다.아니, 나도 세탁기 없이 잠깐 살아봤는데 진짜 빨래가 얼마나 중노동인지 한 달도 못 되어 지쳤다. 그게, 나는 그냥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고 심지어 온수까지 나오는 집에서 그걸 했다. 이분은? 가마솥에 불을 때서 물을 데우고, 그 물로 세수하고 씻고 난 뒤 빨래까지 했다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얘기.아이를 뱃속에서 일고여덟 달을 키워놓은 상태로 집을 지었다는..

이인화, 《스토리텔링 진화론》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에 대하여. 스토리텔링 진화론저자이인화 지음출판사해냄출판사 | 2014-03-05 출간카테고리인문책소개“모든 인간은 작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 몇 년 전부터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또 하나의 유행인가 싶어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했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이야기'가 지닌 힘에 대해 크게 느끼게 되더라. 무언가가 지닌 '이야기'가 없이는 그것의 의미가 우리 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심지어 이야기가 없이는 무언가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읽고, 듣고, 보는 것은 참 즐겁다. 이 책은 온갖 이야기와 디지털 스토리텔링 (지원)도구, 쉽게 말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적인 ..

목수정, 《야성의 사랑학》

야성의 사랑학저자목수정 지음출판사웅진지식하우스 | 2010-09-27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 그녀가, 연애불... '한국 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녀들을 쫓지 않나'뒤표지에 들어간 이 문장 하나로 충분했다. 이 책을 집어들기에. 늘 사랑하고 싶었지만,더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글들. 사랑은 거의, 본능이다.우리 몸을 지탱해나갈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본능적으로 배가 고파지고 음식을 찾게 되는 것처럼.쉬어야할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피곤해지고 졸려서 잠이 쏟아지는 것처럼.우리 삶을 지탱해나가려면 사랑 역시, 지속적으로 필요하니까본능적으로 사랑을 찾게 된다. 근데 점점, 그렇게 삶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사랑조차도, 온갖 이유를 대며 미루고 또 못하게 하..

이종수, 유병선, 곽제훈, 김승균, 노대명, 《보노보 은행》

보노보 은행저자이종수, 유병선, 곽제훈, 김승균, 노대명 지음출판사부키 | 2013-07-08 출간카테고리경제/경영책소개착한 시장을 만드는 '사회적 금융' 이야기 2008년 금융 위기...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한동안 책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이번 9월부터 올 12월까지 일하게 된 나름 첫 직장 토닥토닥협동조합에서 추천 받아서 읽게 됐다.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현실로 받아들이고 사는 자본주의라는 것. 그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도 많이 했고, 그래서 그런 책도 많이 읽었다.그렇지만 이런 책은 읽어본 기억이 많지 않다. 어쨌거나 이 안에서 좋은 생각을 하고 무언가 바꿔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금융'의 이야기다.금융. 자본주의의 끝을 보여주..

〈녹색평론〉 2013년 7-8월호 좌담 '기본소득, 왜 필요한가'를 읽고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불과 한달 전쯤 처음 접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이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번 좌담을 읽으면서 이것은 꼭 실현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나는 과학고를 나왔는데, 고교생활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알 수 없는 학습노동에 매일 지쳐만 갔다. 그 경험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서열화와 학벌의 구조가 굉장히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학벌없는사회'라는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기에 이르렀다.이런 살인적인 학습노동과 어긋나기만 하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선 대학평준화가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본소득이라는 방법으로 이 문제가 엄청나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