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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13년 7-8월호 좌담 '기본소득, 왜 필요한가'를 읽고

참참. 2013. 8. 13. 23:58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불과 한달 전쯤 처음 접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보면 볼수록 이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번 좌담을 읽으면서 이것은 꼭 실현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나는 과학고를 나왔는데, 고교생활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 알 수 없는 학습노동에 매일 지쳐만 갔다. 그 경험 속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대학서열화와 학벌의 구조가 굉장히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학벌없는사회'라는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살인적인 학습노동과 어긋나기만 하는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선 대학평준화가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본소득이라는 방법으로 이 문제가 엄청나게 나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격하게 공감이 됐다. 결국 이러한 학습노동과 대학서열에 계속해서 끌려가는 이유는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는 논리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그걸 해소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제가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그래서 굳이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굶어죽지 않겠다는 확신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이 학습노동을 선택하지 않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쟁도 줄어들고, 우리 교육도 조금씩 바로잡혀갈 것이라 믿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학벌없는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본 학교밖청소년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 제도가 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한 해에 7만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는데, 이 중에 학교를 그만둔 후의 생활이 통계에 잡히는 아이들은 1퍼센트도 안 될 정도다. 나머지 수많은 아이들은 집에 틀어박히거나, 혹은 가출한 상태로 떠돌아다닌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도 집을 나와 넷이서 가출팸을 만들어 함께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잠은 어디서 자냐고 물어보니, 건물 옥상같은 곳에서 잔단다. 상상이 안 됐다. 밥은 하루에 한끼 정도 편의점에서 사먹고, 나머지는 이마트 시식코너를 돌면서 해결한단다.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 생각은 없는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낮에 밖에 돌아다니기만 해도 어른들의 불편한 시선만 받을 뿐더러,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해도 임금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일자리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는 기본소득이 있다면, 조금은 '미래'라는 걸 생각해볼 수 있고, 무얼 하고 싶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