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내가 성격 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애인의 글에서 나는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은 상담선생님은 여기서 저기로 뛰어다니듯이 살 수밖에,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했다. 그 말들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수정하게 만든다. 어쩌면 성격이 급한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이후로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롭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있어야 살만했다. 정말로 돌아갈 곳이나 쉴 곳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내가 나의 성취나 능력이나 가진 재산의 정도같은 것과 상관없이 그냥 나여도 괜찮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확인받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므로 계속 그 감각을 찾아헤맸다.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