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심리상담

심리상담 3 - 3 (feat. 그림, HTP 검사)

참참. 2021. 9. 15. 07:16

 

어떻게 지냈냐는 말에, 최근 시작한 연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관계가 얼마나 내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내가 얼마나 전에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으로 최근의 나날을 지내왔는지를.

선생님은 내가 세워나가야할 여러 기준들이 있는데, 그 관계를 통해 연애관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보인다고 하셨다. 다른 기준들도 함께 채워나가보자고.

그가 한 말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들을 얘기하다보니 내가 딱히 트라우마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것들은 어떤 관계든 서로 많은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고, 앞으로 둘이 같이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분히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림을 그렸다. HTP검사였다. 집, 나무, 사람을 그리는. 옛날에 얼핏 들어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전문가와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집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시각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했고, 그냥 집이라고 해도 어떤 집의 모습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집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간 뒤로, 기숙사, 하숙, 자취, 군대, 다시 자취방,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기도 했는데, 1년을 넘게 산 집도 별로 없다. 계속 이사를 다녔고, 편안하고 내 집이다 싶은 감각이 없이 살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림을 그리기 전 이전 상담이나,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들이 나왔다. 그림에 비어있는 곳들이 많다는 점, 그것은 아직 내가 뭐가 좋은지 몰라서 그 안에 무엇을 들일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기준들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다시 나왔다. 기준이 있어야 그 기준과 비교해보면서 지금 내가 좋은지 안 좋은지, 얼마나 좋은건지 더 노력해야하는지 좀 쉬어야하는지 아마 이를테면 그런 것들을 알 수가 있지 않겠냐고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인데, 그것을 스스로 부정하려고 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고도 하셨다. 그림 실력을 평가하는 검사는 아니지만 그림을 배우지 않은 보통의 성인 남성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상이라고 보이는데 본인이 자꾸만 뭔가 그리려다 망설이고 거기에 말을 덧붙이고 스스로의 그림을 스스로 웃기다고 얘기해버리는 모습이 보인다고. 

사람 그림에 대해서 이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멋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첫째로 그 사람은 그럼 지금은 멋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물으셨고, 멋있다는 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어려웠다. 멋있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결국 사랑받고 싶은 마음인가하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사랑받고 싶다는 것과 멋있다는 건 상당히 다른 문제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면서 사랑받지 못하거나 홀로 있으면 멋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셨고,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멋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느끼고 있는 것은 있는데 아직까지 한마디로 정리되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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