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36

<일하는 마음>, 제현주

서로의 시도와 성취들에 (칭찬이 아니라) 감탄하는 것, 그 감탄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이 서로를 향한 최고의 임파워먼트라는 점이다. 기꺼이 박수 보내는 청중이 되어주는 것, 대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하기 때문에 하는 일들의 값어치를 알아주는 것, 그러다 보면 대단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축복하는 것이 우리가 디엣지레터를 통해 서로에게 하는 일이다. - 249-250쪽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자기 인식은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되면 파도처럼 밀려온다. 막을 수도 없고 거스를 수도 없다.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말한다. "박사 학위는 따지 않기로 했지만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고.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 170p

<계절에 따라 산다>, 모리시타 노리코

"얼마 전에 다도 수업을 하면서 '유록화홍' 족자를 걸었어." "아, 그거..." 마침 3월이었다. 버들은 푸르디푸르게 바람에 너울거리고, 꽃은 선명한 색깔로 피어나는 계절이니까... 그래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은 이렇게 말했다.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였어." "...응?" "사회에 나가면 벽에 부딪칠 일이 많잖아. 그럴 때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훌륭해 보이기 마련인걸. 졸업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나다운 것을 부정하고 내가 아닌 것이 되려고 해... 하지만 버들은 꽃이 될 수 없고, 꽃도 버들이 될 수 없어. 꽃은 어디까지나 붉게 피어나면 되는 거고, 버들은 어디까지나 푸르게 우거지면 되는 거야." 나 역시도 몇 번이나 그런 적이 있다. 나 같은 건 착실하다는 것 말..

삶의 태도

하루도 같지 않은 서쪽 하늘의 파노라마를 혼자 보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친구, 친척, 이웃은 물론이고 이미 세상을 떠난 죽은 사람들까지 모두 불러 저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렇지? 너도 네 친구들 모두 불러 보여주고 싶지?" 도시에서 혼자서 침묵하는 법을 터득해가는 딸을 알지 못한 채 물색없이 뺨이 붉게 물드는 엄마에게 심통이 나서 대답했다. "내 친구들은 저런 것 봐도 아름다운 거 몰라, 그런 걸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 엄마의 눈빛에 한순간 당혹과 실망이 일더니, 잠시 후 단호한 눈빛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 친구들이랑은 놀지 마." 임대 아파트에 사는 친구랑은 놀지 말라거나 공부 못하는 친구와 놀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모르는 ..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다는 건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TMI Too Much Information'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또 무엇을 가리는지, 요즘 무엇이 필요하다고 했었는지, 이 둘 중에 그 사람이라면 무엇을 고를지. 사소하지만 사실은 제일 중요한 그런 디테일을 알려고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도 잘 줬는데 왜 시들어버린 거냐고 애꿎은 식물만 탓하는 사람이 되겠지. "내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그리고 나도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해야 한다. 나에 대한 마음을 궁금해하는 것 말고 그냥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야 한다. 우리는 궁금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따뜻..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내가 어제저녁 고양이 키우는 꿈을 꿨다는 건 누구도 알 필요 없지만 그게 어떤 고양이였는지 너에게는 말해줄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아니었다면 무심히 흘려보냈을 삶의 사소한 조각들을 발견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퇴근해 돌아온 너에게 이 글을 읽어줄 것이다. 우리는 또 이걸로 한참 뒹굴거리며 수다를 떨겠지.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둥글둥글 감싸 안겠지. 서로를 보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리는 별거 아..

간지럼태우기

양다솔 작가님의 간지럼태우기라는 책을 저자 사인까지 받아서 선물 받았다. 적어주신 익살스러운 문구에 웃으며 책장을 넘겼으나 서문을 다 읽기도 전에 이 문장들을 만났다. 길을 걷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추듯, "나는 다른 나를 상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는 문장에 멈추어 오래오래 눈길을 주었다. 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과거의 내가 느꼈던 어떤 기분, 느낌들, 연관된 기억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고 딸려올라왔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없으므로 책장을 덮었다. 최근에 책에 밑줄을 그으며 날짜를 적어넣어보았다. 언제 그은 밑줄인지를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오랫동안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사람이었고 책을 접거나 밑줄을 긋는 일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쩐 일인..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

책은 아니지만, 영화 을 봤다. 엘리오에게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 You're both lucky to have found each other 둘 다 서로를 찾았으니 운이 좋은 거다 because you too are good 왜냐하면 너희 둘은 좋은 사람들이니까 Right now you many not want to feel anything.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Perhaps you never wished to feel anything. 평생 느끼지 않고 싶을지도 몰라 And perhaps it's not to me that you'll want to speak about these things.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고..

<순간의 힘>, 댄 히스, 칩 히스

내 출근 첫날은 책 5권으로 기억된다. 그때 받았던 책 5권 중 4번째, 을 읽기 시작했다. 평범한 회사의 입사자가 겪는 출근 첫날을 묘사한 부분에서 빵 터지고 다음 장 넘겼더니 이런 문장이. 우리의 기억은 전혀 객관적이거나 공평하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 기억이 해당 사건이나 시절을 대표하게 된다. 삶이라는 산문에 구두점이 필요한 곳.

지겨워하지 않고

--- 서로에게 받을 것이 있다고 믿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깊이 수용하고 공감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가족이나 연인이 가장 원망스럽고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이런 욕구와 욕망이 채워지지 않고서는 삶이 1밀리미터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서다. 서로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지겨워하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채 기꺼이 공급하며 공급받는 일은, 우리 모두가 자기 삶의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다. 미룰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휘발유나 전기의 도움 없이 굴러가는 차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 정혜신, , 229 ---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내가 먼저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먼저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래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행복을 잃지 않도록 늘 자신을 지키며 그렇게 그들 곁에서 살아갈 것이다. , 박은빈 --- 어떤 문장들을 점점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나를 돌보는 것이, 내가 먼저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최선을 다해 알아나가는 것이,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내가 스스로를 잘 받아들이는 것이, 절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거나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

오늘의 문장 - '지금'을 단지

오늘의 문장 나는 다니엘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인생을 사랑하기보다는 투정하거나 불안해했고, 무엇이 다가오든 유연한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했다. '지금'을 단지 내가 꿈꾸는 삶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임시 거처처럼 보냈던 것이다. - «여전히 가족은 어렵습니다만», 박은빈 나도 그런 기분으로 오래 살아왔었다. 본격적으로는 아마 고등학생 때부터. 대놓고 그런 말들을 하지 않나, 3년만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군대에 갈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지, 아마. 그럼 그 진짜 인생이란 건 언제 시작되나요? 그걸 찾기 위해 결혼까지도 해봤는데 없었다. 그런건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앞으로 얻게 될 어떤 상태 어떤 직업 어떤 상황...보다도 지금 행복할 수밖에. 지금이 진짜 삶이고 지금을 유예하면서 찾아갈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