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36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중에서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182쪽) 청년유니온 강북문학모임에서 함께 읽은, 김애란, 중에서.마치 내가 쓴 문장인 듯, 마음에 와닿았다. 앞뒤 맥락이 좀 있지만, 그냥 이 문장만으로 보았을 때도, 뭔가 쓸쓸해지기도 하면서. 정말 궁금해진다. 그게 정답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대답 속엔 누군가의 삶이 배어있게 마련이고, 단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시간을 조금 나눠갖는 기분이었다.(같은 책 208쪽) 어른이 되는 시간이란 게 결국 실망에 익숙해지는..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중에서

우와, 완전 공감이다.근데 진짜 재밌다.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죽은 러셀이 자동차에 대해,옛날에는 말 타고 다니는 걸 개탄한 철학자도 있는데, 그 사람이 자동차를 봤다면- 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하하하.버트런드 러셀의 책은 처음인데, 무지 재밌다.옛날 사람이라면 옛날 사람일 수도 있는데,삶과 긴밀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깊이있는 사유가 멋지다.행복에 관한 열정적인 탐구.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중에서

목수정, 《야성의 사랑학》 중에서

동네 시립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 청년. 매일 다니는 도서관에서 눈여겨보던 참한 처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충분히 보내온다. 이때 남자인 나는 그녀에게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차 한 잔이라도 하자는 시도를 해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어찌하는 게 좋을지 인터넷에 묻는다. 그 질문에 달린 현명한 조언들의 대세는 대략 이러하다. "우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합격부터 해라. 괜히 지금 연애 시작해서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서로 망하는 수가 있다. 그 여자 분도 당신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남자라면 더 마음 놓고 사귀려 할 것이다……." 청년은 네티즌들의 이 진심 어린 충고를 듣고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연애" 하며 잠시 머리를 산란하게 만들었던 연애 프로젝트를 뒤로 미루었을..

디팩 초프라, 《우주 리듬을 타라》 중에서

하루는 심장 질환을 앓는 환자와 마주앉았는데, 내가 뜬금없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낫고자 하는 거요?" 그가 눈으로, 무슨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질문을 하느냐고 물으며 대답했다.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낫기를 바라지 않겠소?" 내가 말했다. "그야, 그렇지요. 한데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낫기를 바라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겁니다." 그가 대꾸했다. "병이 나아야 직장에 돌아가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는 계속해서 그에게 '왜'를 물었다. "당신은 왜 돈을 벌고 싶은 겁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그도 나와 게임을 함께해 보기로 동의했다.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서요." 나는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에서

'노인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생의 승리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을 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기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노인은 없다.'(중략)내가 할머니의 나이가 됐을 때 나는 과연 몇 개의 레퍼토리를 읊어댈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내 생의 보물같은 순간들을 나는 지금 잘 만들어나가고 있는 걸까.(233쪽) 가끔씩 생각하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지. 죽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지.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 그걸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다보면, 그것들이 바로 반짝이는 순간들이 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아직 어른..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중에서 - 2

하지만 창조 작업과 나란히 가기보다 흐름을 가로막는 파괴적 판단은 시간을 조각내고 움직임을 멈칫거리게 한다. 그 틈에 혼란과 자기 의심이 파고들 가능성도 커진다. 1분 이상 멈춰 작업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판단의 목소리는 "어때, 아주 훌륭해?"라고 묻지만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단의 목소리는 사라지기가 무섭게 다시 돌아와 "좀 전보다 더 잘해야 해"라고 속삭인다. 이렇게 되면 창조력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성공이나 실패 모두가 이 목소리를 불러올 수 있다. 예술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지 않고 그저 빠져드는 것이다.(173쪽) 예술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성공이나 실패를 생각지 않고 그저 빠져드는 것이 가장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인생수업》 중에서

우리의 행복은 상대방을 '더 좋게' 바꾸는 것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바꿀 수 없으며, 바꾸려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이 절대로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또 그들이 변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가 진정한 자신이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진정한 그들로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을, 많은 면에서 바꾸고 싶어했다. 늘. 그리고, 99%는 실패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다고 잘 바뀌지도 않고. 왜 그랬을까하고 후회하는 일도 많다.근데 어쩌면, 누군가를 바꾸려하는 이런 일을, 죽을 때까지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다 - 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누군가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바뀌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애..

앤소니 드 멜로,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중에서

이야기야말로 사람과 진실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짧은 지름길이다.(30쪽) 좋은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되며 마음을 움직인다.좋은 소설은, 사실은 아닐지언정 진실을 담고 있다.사람들끼리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 사이를 좁히고, 삶의 불안 속에서 질식당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니까.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저자앤소니 드 멜로 지음출판사샨티 | 2012-05-07 출간카테고리종교책소개아픈 영혼들에게 전하는 온유한 침묵!『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중에서

종교에서 보기에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약점을 지닌 존재이므로, 살아가면서 정신과 신체가 지독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기독교는 우리가 고통을 겪을 때에 혼자라고 느낌으로써 그 고통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자기가 겪는 고통의 내용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별로 뛰어나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타인이 태연한 외관 뒤에 숨겨놓은 슬픔을 감지하는 데에도 별로 뛰어나지 못하다.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뭔가, 우리네 일상 속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찾아내 설득력있는 어조로 이야기해주는 듯하다.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저자알랭 드 보통 지음출판사청미래 | 2011-09-26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원천인 종교의 장점으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

박근영, 《내 심장이 말하는 대로》 중에서

"예술이라고 해서 꼭 크리에이티브한 행위를 해야하는 건 아니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살면 그게 예술이며 예술적인 삶을 사는 거니까. 창작을 안 한다고 화이트칼라가 예술가가 될 수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들에게 있어 예술적이냐 아니냐의 차이는 매일 똑같은 눈으로 사물을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 같은 거죠.(중략)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맹목적으로 걷는게 아니라 왜 걷는지에 대한 사유가 함께 따라간다면 예술적으로 사는 거죠."(디렉터 유기태)결국 예술이란 관념 속에 있는게 아니라 생활 속 행위에 있다.(박근영, 《내 심장이 말하는 대로》, 309쪽)예술이란 아주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 고상한 것, 뭔가 굉장한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것. 그런 편견이 머릿속에 깊게 뿌리를 박고 있다. 어쩌면, 그런게 아닐..

격월간지 〈말과활〉 창간호(2013년 7-8월호) 중에서

최근에 우루과이의 유명한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가 새 책을 내고 나서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한 게 있어서 보니까 재미있는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인간은 원자나 분자로 구성된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하더군요. (중략)실제로 우리가 어떤 사람이나 사건·물상에 대해서 뚜렷한 느낌을 갖게 되고 나중에 기억도 하는 것은, 그게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됐을 때입니다. 그런데 특히 지금 진보진영에 제일 모자란 부분은 이런 이야기 능력인 것 같아요. 그것은 진보진영 사람들이 대개 학력이 높고, 지식수준이 높은 것과도 관계가 있는 현상입니다. 사실 지식인의 언어란 굉장히 메마르고 빈곤한 언어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인간은 이야기로 구성된 존재라. 멋진 ..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중에서

두려움, 의혹, 불안 등은 불필요하게 근육을 긴장시키는 생리적 효과를 낳는다.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는 이를 '신체의 갑옷'이라 불렀다. 연주하려고 '애쓰는' 경우 나는 실패한다. 억지로 연주한다면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달려가려 하면 넘어져 버린다. 실수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틀림없이 그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강해지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스티븐 나흐마노비치,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89쪽) 내 일상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탁구를 칠 때도 '어떻게' 쳐야겠다는 생각이 근육을 경직시키는 순간, 항상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기타를 칠 때도 분명 끝까지 칠 수 있던 곡인데, 가만히 두면 손가락이 알아서 다음 칠 곳을 찾아가는데, 머릿속으로 다음이 뭐였는지 생각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