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귀농귀촌 이야기 23

[자연농 소개1] 자급을 꿈꾸는 귀촌 청년의 농사

자급을 꿈꾸는 귀촌 청년의 농사참참시골로 왔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먹을거리를 자급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전부는 어렵더라도 조금이나마 직접 키워 먹어보려고 계속 농사를 배우고 있다. 우리가 하는 농사는 관행농(기계화학농)도, 유기농도 아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라는 사람이 처음 시작하였고 가와구치 요시카즈 등이 발전시켜 일본에서는 나름 많은 사람이 배우고 실천하고 있는 ‘자연농’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퍼머컬쳐(Permaculture, '영속적인'이라는 의미의 Permanent와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를 합쳐서 만든 말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는 농사와 삶의 방식)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후쿠오카 마사노부와 그 저서가 꽤 유명하다. 요즘 국내에서 퍼머컬쳐를 배우고 실천하..

도시나 시골이나 먹고 사는 고민

[우리는 시골에서 살기로 했다⓹] 지난 1년, 시골에서 했던 다양한 생계노동 도시나 시골이나 먹고 사는 고민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먹고 사는 문제다. 세상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되랴. 서울에 살 때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달 어김없이 나오는 월급이 있으니 적어도 굶을 걱정은 없었다.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도 당장 월급이 없어진다는 것일 거다. 익숙한 서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시골에서 구할 수 있을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랬다. 그나마 짝꿍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라, 시골에서도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우리는 처음 이주를 고민할 때부터 시골에서 직장생활을 할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보다는..

배운 게 도둑질

배운 게 도둑질자연농 배우는 참참 시골에서 생계를 꾸리다보니 홍천 읍내 학원에서 중학생 과학강사 일을 시작한 데 이어 과외까지 하게 됐다. 고등학생 과외까진 안 하고 싶었는데, 이웃이 동네에 과외해줄 사람이 없다며 간곡히 부탁하셔서 맡게 됐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더니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학생은 옆 동네 사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고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 과외라니,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할 때도, 작년 한 해 여기 살면서도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게다가 사실 난 고등학교 때 수학을 그리 잘하지 않았다. 중학교까지는 수학이 재밌었고 성적도 잘 나왔지만 고등학교부터는 학교 진도를 못 쫓아갔다. 그런 내가 돈을 받고 수학을 가르치게 될 줄이야!그리 잘하지도 않았던 고등학교 수학인데 어느새 졸업한지도 10년..

세븐일레븐에서 CU로

세븐일레븐에서 CU로 자연농 배우는 참참 아르바이트 이야기냐고? 아니다. 집 얘기다. 우리는 지금 세븐일레븐 2층 원룸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홍천으로 올 때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것이 이 열 평 원룸이다. 서울보다 싸긴 해도 그곳의 여느 원룸처럼 월세로 살고 있다. 처음에는 길어야 네다섯 달 지낼 임시 거처로 선택한 원룸이었다. 그게 어느새 1년이 넘었다. 다른 계획이 틀어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 세웠던 계획이 이래저래 바뀌는 과정에서 그냥 계속 살게 된 거다. 그러다 최근에야 어디 전세라도 들어가면 방이라도 하나 더 생기고 월세도 좀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의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서울에서도 찾기 힘든 전셋집이 이 동네에 있느냐, 우리가 가진 돈으로 전세..

내가 경험한 이웃과 텃세

내가 경험한 이웃과 텃세 참참 얼마 전 밭에 가는 길에 동네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밭에 뭘 심었냐고 물으시기에 그냥 우리 먹을 거나 이것저것 조금씩 심었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젊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니까 그러고 있지!”“예?”너무 뜻밖의 말씀이라 처음엔 정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동네 토박이 주민들과 이야기 나눌 일이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과 밭이 멀어서다. 밭이 있는 고음실마을에 집을 구해 살았더라면 아마 할머니들도 매일 마주치고 집 마당에서도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사는 집은 밭에서 2km도 넘게 떨어져 있는 데다 군부대 앞 편의점과 음식점들이 있는 거리에 있다. 지나가다가도 마당이 훤히 보이는 열려있는 시골 농가 주택이 가..

리틀포레스트가 따로 없다

홍천에서 맞이한 첫 겨울은 혹독했다. 날도 추웠거니와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 게다가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어 얼굴 한번 보려면 큰맘을 먹어야했다. 모두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더 추웠고, 더 외로웠다. 뭐가 문제일까 고민도 많이 했다. 고민이 무색하게도 봄이 오니 거짓말처럼 많은 것이 좋아졌다. 날씨나 환경, 몸의 상태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그저 바깥 날씨가 따뜻해지고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니 몸도 마음도 녹은 느낌이다.겨우내 집 밖에 나가려 할 때마다 그렇게도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집 앞 슈퍼에 나가는 것도 귀찮았는데, 짝꿍이 냉이 캐 와서 파스타 해먹잔 얘길 하..

그 많다던 시골 빈집들은 다 어디로 갔나

*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25360 ▲ 아쉬움으로 떠나보낸 신혼집 서울에서 어렵게 구한 신혼집을 공들여 꾸몄는데 오래 살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파람 홍천으로 가자고 마음먹었을 때는 시골이니만큼 우리가 살 빈집 하나 정도는 금방 구할 줄 알았다. 웬걸, 마을주민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수소문을 했는데도 마땅한 집이 없었다. 서울에서도 집구하기가 참 어려웠지만 그래도 부동산에 가서 가격을 얘기하면 뭔가 집을 보여주긴 했다. 여기는 집 자체가 별로 없었다. 부동산에도 부탁을 해두었지만 아무래도 시골 부동산에서 월세나 전세를 구하는 손님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빌려서 농사를 짓기..

때로는 <리틀 포레스트>같은 우리 일상

*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21006) 올겨울은 참 추웠다. 안 그래도 추운 동네로 이사 왔는데 첫 겨울부터 혹독한 추위 맛을 제대로 봤다. 집밖에 거의 안 나갔다. 도시가스보다 비싼 기름보일러라 집이 작은 원룸인 것이 차라리 고마웠다. 마음씨 좋은 친구가 보내준 온수매트까지 활용해 겨우 버텼다. 드디어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꽁꽁 얼어있던 몸은 물론 마음까지 풀려 말랑말랑해지고 있다. 서울 살 때는 달력과 일기예보에 쓰인 숫자로 알았던 봄이었다. 봄이라고 해서 내 일상이 달라졌던 것은 옷장에서 다른 옷을 꺼내 입었다는 것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벌써 1년, 어쩌다 서울을 떠나 홍천까지 왔나

*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15472)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를 봤다. 이미 같은 이름의 일본 영화 두 편을 다 봤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 나오니 느낌이 달랐다. 일본 영화를 볼 때는 서울에 살 때이기도 했고 외국이라는 거리감도 있어서인지 그저 맛있어 보이는 요리와 멋진 풍경을 즐겼는데, 이번엔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서울에 살다 홍천으로 온 지 어느새 1년이 됐다. 나는 어쩌다 서울에 애써 얻은 신혼집까지 버리고 강원도 홍천으로 오게 됐을까? 따지고 보면 도시에서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중학생 시절까지는 강릉의 작은 농촌 마..

땅끝에서 받은 위로

땅끝에서 받은 위로 자연농 배우는 참참 유랑농악단 전수를 다녀온 해남으로 다시 한 번 향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서였다. 처음 들른 곳은 송지면 동현마을. 동현마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헌식굿’을 한다. 바다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풍어와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의 큰 행사다. 나는 여태 휴일을 3일이나 주는 설날과 한가위만 명절로 알고 살았는데 예부터 우리 농어촌에서 가장 큰 명절은 정월대보름이었다고 한다. 어느 하루가 아니라 아예 음력 1월 1일인 설날부터 15일인 정월대보름까지는 한해의 농사를 대비해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기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대보름 하루 전날인 3월 1일, 동현마을의 헌식굿은 이랬다. 먼저 ‘영기’를 든 사람들과 군고패(풍물패)가 마을에서 지신밟기를 하고 ..

1년에 딱 한 달 반. 처음으로 나무시장 가보다.

작년 5월, 처제가 아이를 낳았다. 짝꿍은 다윤이(처제의 딸, 우리의 조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어했다. 옛날에는 아이를 낳으면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와 처지는 다르지만 우리도 다윤이가 태어난 해에 심어 다윤이와 함께 크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나무를 심으려고 알아보니 다른 작물 모종과 달리 나무는 나무시장이 열리는 기간동안에만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 기간에 나무를 옮겨심어야 나무가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우린 정말 까맣게 몰랐다. 식목일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보통 나무시장이 열리는 기간은 4월말까지로 5월이 되면 나무를 살 곳이 마땅치 않다. 우리가 나무를 심자고 얘기한 게 5월 첫 주였는데 너무나 안타까웠다.그러던 가운데, 우리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이웃 농부님..

작은책18.3월) "전수 좋지?" "전수 좋다~!"

"전수 좋지?" "전수 좋다~!" 자연농 배우는 참참 학교 다닐 때 겨울방학하던 기분으로 맞이한 첫 농한기도 어느새 끝이 보인다. 둘레의 농부님은 벌써 하우스에 고추 씨앗을 넣었다.고추 모종 키우기를 1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어쩐지 한 것도 없는데 겨울이 다 지나간 것 같아서 벌써 아쉽다. 꼭 애써 뭔가를 해내지 않아도 괜찮지만 부지런히 배우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춥다며 웅크리고 시간을 보내는 나와 달리 짝꿍은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다. 그 중 하나가 '유랑농악단'이다. 작년에도 바쁜 와중에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까지 가서 유랑농악학교를 다녔다. 나는 짝꿍의 졸업발표회에 구경 갔다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게 다였는데, 내가 동아리에서 장구를 쳐봤다는 걸 알고 있는 짝꿍이 겨울전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