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자연농 21

일기

오늘은 좀 운이 없는 하루였다. 홍천시네마에서 하는 아이캔스피크를 보러 갔는데, 미리 예매하지 않고 별 생각없이 갔다가 글쎄, 매진이라지 않는가. 다음 영화는 약 5시간 뒤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 막차가 끊긴 뒤라 기다렸다 볼 수도 없었다. 바로 옆이 도서관이었지만 나는 아직 주소지가 홍천으로 되어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빌릴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영화관에서 나오다 손전화기를 떨어뜨려서 액정도 박살났다. 아직 1년이 채 못된 내 페어폰.. 어렵게 구한 건데. 국내에선 수리할 길도 없다. 원래 유럽에서만 판매하는 거라.. 아고. 맛있는 거 먹고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싶어도 어제까지 단식하고 이제 보식기간이라 미음말곤 먹으면 안 된다. 초콜릿 하나 못 먹는 처지라니. 마침 비도 오..

단식

단식을 했다. 3일단식. 전단식(감식) 3일하고 본단식 오늘 마지막 3일차. 내일부터 후단식(보식). 아아... 내일이면 드디어.. 미음을 먹을 수 있는 건가... 넘나 먹고싶은 게 많은 것.. 오늘 생각한 게.. 여태까지 살면서 먹어온 것의 한 70%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하는 것.ㅋㅋ 게다가.. 전엔 어떻게 며칠씩 굶을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이젠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28년간이나 꼬박꼬박 하루도 굶지 않았지? 하다못해 과자든 뭐든 먹었지 아무것도 안 먹고 물 정도만 마시고 산 날은 단 하루도 없다는게. 그 많은 날 중에서 정말 하루도 없다는게 대단한 일이라 느껴진다. 누군가가 그렇게나 내가 먹을 것을 만들어냈고 나에게 먹여주었다는 생각.

170603 - 오디, 딸기, 토마토, 참외, 수박, 동아박, 토종감자, 토란

170603 토요일편의점알바 등을 핑계로 밭에 오랜만에야 갈 수 있었다.무논에 물 대기 위한 양수기를 틀어두고(얻어온 모를 그 논에 담가두었다), 토마토 모종을 육묘하고 있는 포트를 못자리 고랑에 담가 물을 주었다. 검은수박은 잘 자라고 있다. 이건 아마 동아박 싹이 나온 듯. 그리고 옆에 고구마와 함께 심었던 노랑참외에도 싹이 한 곳에 올라왔다. 직파한 토마토들 잘 자라고 있는데, 여기엔 7개나 자라고 있어서 5개를 뽑아주었다. 옆에 풀들이 많이 자라서 빨리 도와줘야겠다. 풀들이 토마토보다 크게 자란 곳들도 꽤 있다. 오늘 꽤 시중을 들긴 했는데, 전부는 못 했다. 솎는 건 어느 정도로 해주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토란도 드디어 싹이 났다. 심은지 얼마 되지 않은 토종 감자에서도 싹이 나와서 벌써 이만..

170526 - 야콘, 수박, 땅콩, 토종땅콩, 딸기

170526 금요일비전화공방에서 일하는 재은이 어제 왔다가 오늘 갔다. 오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도 함께 먹었다. 비전화공방이 전기와 화학물질을 최대한 덜 쓰는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과 자연농이 맞닿는 많은 지점들, 우리의 현실적인 고민을 비전화공방의 기술로 해결하거나 서로 배울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즐거운 시간.제대로 표시해두지 않고 직파한 작물들의 싹을 온갖 풀들 사이에서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고생하고 있다. 돌봐주려면 최소한 어떤 아이가 작물인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보아야하는데, 초보농부는 이것만으로 이미 엄청난 고생. 씨앗을 직접 땅에 심을 때는 반드시 심은 지점마다 뭔가 표시를 제대로 남겨두어야만 한다는 교훈을 매일매일 되새기고 있다.이것은 아마 사과참외를 심은 곳에서 났으니 사과..

170516 - 먹참외, 고구마, 토종 땅콩, 목화 심기 + 옥수수 바질 목화 토마토 맷돌호박 고구마 시중 들기 + 가지 고수 싹 찾기 실패 + 밭지도 업데이트

170516 화요일먹참외, 고구마, 토종 땅콩, 목화를 심었고옥수수, 바질, 목화, 토마토 시중 들고(도와주고) 고구마와 맷돌호박에 물을 좀 주었다.다들 가뭄에 힘들어하지만 전에 심었던 고구마들은 특히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 사진은 오늘(17일) 공벌레가 찍어준 것. 잎들이 떨어지거나 죄다 갈색으로 시들시들해보인다. 가지와 고수는 싹을 찾을 수 없었다.모래무지님 무논에 물을 3시간 이상 양수기로 틀어두었고, 못자리에도 물을 댔다. 못자리에 대는 물은 좀 따뜻하면 좋은데 퍼올린 지하수는 차갑다보니 아쉽지만 그래도 물이 없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서 일단 물을 댔다.밭지도 업데이트. 붉은색: 이미 심은 것, 푸른색: 심을 계획 토종 땅콩은 개구리님이 주신 일반 땅콩과는 다르게 알이 더 작고 예쁜 붉은색이다. ..

170509 자연농 농사일지 - 쑥 뜯기, 양배추 심기(직파), 소리쟁이, 첫 손님 상현&기웅, 비가 오다

170509 화요일아침에 밭에 가면서 흑염소 새끼를 봤다. 고음실 마을회관 앞쪽. 귀여워라.모래무지님 무논의 양수기는 12시경에 틀어서 비가 내릴 때쯤인 오후 5시에 껐다. 비도 오고 많이 틀어서 하루이틀 정도는 틀지 않아도 될 듯.오늘은 우리 서울 친구들 중에 처음으로 우리 밭에 손님이 왔다. 대선 투표를 하고 휴일인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서 이 오기 힘든 곳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걸어서 올라왔는데 마중도 못 나갔다. 와서도 쑥만 따다 간 거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음. 그래도 우리가 먹는 숲밭에서 방금 뜯은 온갖 봄나물로 비빈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고, 마지막에 미나리도 좀 뜯어서 들려보내서 그나마 다행이다. 둘이 쑥 뜯는 걸 열심히 도와줘서 우리가 필요했던 양보다 많은 쑥을 뜯을 수 있었다. 다 뜯을..

170508 농사일지 - 지구학교 심화과정, 고구마순 심기, 방울양배추와 토마토 모종 심기, 뿅뿅이 사과나무 심기

170508 월요일늦었지만 그래도 농사계획을 짜보았다. 개구리님이 내주신 숙제이기도. 우리 밭의 이랑 모양을 실제 비율과 비슷하게 이파람이 작품으로 그렸다. 거기에 분홍색으로 현재까지 심은 작물들을 표시하고 앞으로 어디에 무얼 심으면 좋겠는지 파란색으로 표시해보았다. 아직 계획이 없는 곳들도 있는 상태. 모래무지님 무논에 물을 대기 위해 양수기를 11시10분에 틀어서 3시35분에 끔.올빼미가 양덕원에서 모종을 샀다. 직파한 토마토가 발아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토마토 모종을 10개 샀고, 이파람의 부탁으로 양배추 모종을 찾았으나 없어서 '방울양배추' 모종을 12개 사왔다. 땅이 좀 말라있는 상태인 만큼 모종포트를 먼저 물에 담가서 적셔주었다. (농협에서 부추와 양배추를 씨앗으로 샀는데 그건 못 ..

170507 자연농 농사일지 - 목화씨앗, 고추 모종 심기, 고구마 순, 동아박 심기, 검은 수박 심기, 물 주기

170507 일요일어제 엄청난 미세먼지와 강풍으로 밭에 나가지 않았는데, 가봤더니 바람에 날린 건지 덮어놓았던 풀이 엄청나게 벗겨져있었다. ㅠㅠ 곳곳이 이래서 재정비를 좀 했다.모래무지님이 부탁해두신 논과 못자리에 물 대기를 하러 가다가 올해 처음으로 뱀을 마주쳤다. 하마터면 밟을 뻔. 서로를 발견한 우리는 서로 놀라서 화들짝. 풀속에 숨어있는 뱀의 몸이 보이시는가? ㅎㅎ 동아박 씨앗을 심었다. 직파. 4개밖에 없어서, 2개씩 2곳에 심었다. 심는 법은 자연농 교실 책을 참고했다. 심고나서 흙 위에 물을 뿌려주었다. 약 1.4m 정도 간격으로 심었다. 위치는 토마토를 심었던 아랫배미의 가운뎃고랑으로 두개로 나누어진 이랑 중 첫번째 이랑의 앞쪽이다. 그 중에서는 가운뎃고랑쪽부터 2개, 그리고 앞쪽에는 검은..

170504 자연농 농사일지 - 감자, 벼, 못자리, 수박 심기 + 170505 일기

170504 목요일감자 시중들기올빼미, 공벌레와 함께했다. 서울에서 돌아와서, 함께 사전투표하고 점심먹고 오후에 갔다.올라온 감자싹들 중에 깔아준 짚 때문에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방해하고 있는 아이들을 옆으로 치워서 잘 클 수 있도록 열어주고, 가까운 데 자라는 쑥같은 풀들을 없애주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은 곳들도 꽤 있었고, 큰 아이들은 꽤 컸는데 아직 작은 아이들도 많다. 모가 발아하지 않아서 비닐을 덮어주었던 우리 못자리에서 비닐 덮은지 2~3일만에 이렇게 귀엽고 예쁜 모가 잔뜩 올라왔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충분하기 때문에 비닐을 걷어주었다. 수박을 심었다. 윗배미의 폭 4미터짜리 이랑에 2미터 간격으로 두 줄을 심었다. 이랑의 길이는 10미터가 조금 안되나보다. 처음에 ..

170501 자연농 농사일지 - 고사리, 토란, 가지, 고수, 옥수수, 아스파라거스, 벼, 못자리, 토마토 모종

170501 월요일 가물어서 고생이지만, 고사리 말리기엔 최적! 일 시작하기 전에 고사리를 말려두었다. 고사리 너는 동안 감자 시중들고(풀관리) 있는 공벌레와 올빼미 오늘은 입하가 오기 전에 얼른 심어야할 것들을 심는 작업을 주로 했다. 일단 토란.토란은 개구리님이 주신 것으로, 자연농교실 책에도 나와있다. 60cm 간격으로 심었고, 깊이는 토란 길이의 두배 정도로 심었다. 우리 밭 아랫배미의 2, 3, 4번 이랑에 심었다. 2번 이랑은 끝에는 옥수수를 심었고, 3번은 전부 토란만 한 줄로. 4번은 약 절반 정도까지 토란이 들어갔다. 총 토란 35개.아래는 아랫배미 2번 이랑 끝에 6곳(2개씩 5곳, 1개 1곳)에 심은 노랑메옥수수. 마르쉐 토종씨앗나눔에서 양양 김혜영님께서 나누어주신 종자 씨앗이다. 아..

170430 일기 - 오로빌리언 수다와의 만남

일요일엔 집에서 좀 쉬었다. 물론 집에 있어도 할일은 많다. 짐을 줄이기 위해 다시 안 보니까 팔아버릴 책도 좀 골라내고, 모야님이 자신과 아내가 직접 쓰기 위해 만든 영농일지 플랫폼(너와나의농장->모두의농장)에 문의했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우리도 거기에 영농일지를 쓸 수 있게 해주셔서(!) 그동안 쓴 농사일지도 거기에 나중에 찾아보기 쉽게 옮겨놓기도 했다.그러다가 개구리님께서 그 날 낮에 카톡주신 걸 보고 저녁 8시에 개구리님 사랑방으로 이파람 올빼미 공벌레 모래무지와 내가 모였다. 갑작스런 번개의 이유는 솔밧과 수다의 방문! 솔밧은 우리 부부도 큰 영감을 받았던 다큐 자연농 (http://www.finalstraw.org/ko/)을 제작한 분이고, 수다는 인도 땅에 있는 유명한 생태/영성/국제..공동체..

170429 일기 - 자전거 수리, 고사리, 두릅

170429 토요일슬슬 걸어서(이파람은 자전거) 밭에 갔는데, 어제는 고사리를 뜯으러 갔다. 아침일찍 나간 게 아니라 낮에 갔더니 너무 더워서 도착하니까 이미 지쳤다. 가는 길엔 그늘도 없고.. 게다가 자전거 하나를 고쳐서 함께 타고 가려고 했는데 고치다 고치다.. 망했다. 한참 걸렸는데 고생만 하고. 펑크패치로 펑크난 곳을 때우는 데까진 우여곡절끝에 성공했는데, 그걸 다시 집어넣다가 튜브의 바람넣는 던롭밸브가 망가졌다. 바람을 빼려고 뺐다가 다시 끼웠는데 이젠 끼워도 밸브에서 바람이 자꾸 빠진다. 완전 망함. 튜브를 아예 하나 사야할 듯. 펑크는 뭐하러 때운 건가 싶고.지난번에 진달래 따면서 고사리를 한두개 봤었는데 이제 슬슬 많은 사람들이 고사리를 뜯으러 다니는 듯해서 우리도 늦기 전에 빨리 뜯어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