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자연농/홍천 귀농귀촌 일기(2017~2018)

170516 - 먹참외, 고구마, 토종 땅콩, 목화 심기 + 옥수수 바질 목화 토마토 맷돌호박 고구마 시중 들기 + 가지 고수 싹 찾기 실패 + 밭지도 업데이트

참참. 2017. 5. 17. 11:04


170516 화요일

먹참외, 고구마, 토종 땅콩, 목화를 심었고

옥수수, 바질, 목화, 토마토 시중 들고(도와주고)

고구마와 맷돌호박에 물을 좀 주었다.

다들 가뭄에 힘들어하지만 전에 심었던 고구마들은 특히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 사진은 오늘(17일) 공벌레가 찍어준 것. 잎들이 떨어지거나 죄다 갈색으로 시들시들해보인다. 


가지와 고수는 싹을 찾을 수 없었다.

모래무지님 무논에 물을 3시간 이상 양수기로 틀어두었고, 못자리에도 물을 댔다. 못자리에 대는 물은 좀 따뜻하면 좋은데 퍼올린 지하수는 차갑다보니 아쉽지만 그래도 물이 없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서 일단 물을 댔다.

밭지도 업데이트. 붉은색: 이미 심은 것, 푸른색: 심을 계획


토종 땅콩은 개구리님이 주신 일반 땅콩과는 다르게 알이 더 작고 예쁜 붉은색이다. 생으로 먹어도 비린 맛이 덜하고 맛있다. 땅콩을 심기엔 보통은 늦은 시기라고 하는데 토종 땅콩 종자를 주신 언니네텃밭에서 토종 땅콩은 아직 괜찮다고 하셔서 얼른 심었다. 언니네텃밭(전국여성농민회)과 행복중심생협이 함께하는 홍천 토종씨앗 공동채종포에도 지난 금요일인 5월 12일에 심었다.

지난주에 비가 조금씩 몇번 오긴 했지만 아직 가물어있는 상태고 또 앞으로 비 소식이 5일 이상 없어서 구멍을 파고 물을 채우고 땅콩을 심었다. 땅콩을 미리 물에 불려두는 준비는 하지 못했다.

아랫배미의 고추모종을 심은 이랑 옆에 6번째 1m 이랑에다 두 줄로 심었고, 한 구멍에 두 알씩 심었다. 모든 심은 곳 옆에 막대기로 표시를 해두었다. 모종이 아닌 씨앗을 직파할 경우에는 반드시 심은 자리에 표시를 해두어야한다는 교훈을 최근에 뼈저리게 얻었기 때문, 이 이야기는 오늘 뒷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나온다. 

토종땅콩 다 심은 모습, 먹으면서 심었는데도 한 줄 다 심고 한참 더 남았다. 나머지도 먹어야지.


다음으로 전날(15일) 개구리님께 받은 먹참외 모종을 심었다. 이 먹참외가 그렇게 맛이 좋다고.. 모종 중에 한 포트에 2개의 싹이 난 것은 두 개로 갈라서 각각 따로 심었다. 폭이 2m인 윗배미 5번째 이랑에 한 줄로 심었고 포기간격은 1.5m를 줬다. 총 아홉 포기. 마지막 모종은 약간 시들시들했다. 추가로 4포기는 모래무지님 밭의 공벌레 텐트 앞에 심었다.

먹참외 다 심고 나서는 추가로 생긴 고구마순(고구마 줄기)를 심었다. 이건 양평 두물머리에 있는 친구 알록이 준 것으로 맛있는 호박고구마라고 한다. 토마토 모종을 심었던 아랫배미의 12번째 이랑(마지막 1m이랑)의 뒤에 남는 공간에 한 줄로 심었다. 포기간격은 30cm 정도로 주었다. 기존 고구마들을 심을 때는 올빼미가 구입한 고구마순 파종기를 이용했으나, 이번에는 이용하지 않았다. 어제 개구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땅을 기계로 완전히 갈아엎고 모종을 심는 관행농 밭에서는 간 직후의 흙이 매우 부드러워서 그걸로 흙속에 줄기를 밀어넣어도 잔뿌리가 다치지 않지만, 자연농 밭은 갈지 않은 상태에서 심기 때문에 땅 속에 파종기로 순을 밀어넣는 것이 잔뿌리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것! 따라서 그냥 톱낫을 이용해 브이자홈을 길게 파고 고구마순을 뉘여놓고(수평 심기 방법) 그 위에 흙을 덮어주고 물을 주었다.


윗배미의 자밭과 감자밭 사이의 사다리꼴밭(5월 10일, 공벌레가 혼자 사과참외를 심어둔 참외밭)의 맨 뒤에 한 줄 심어두었던 횡성 흰찰옥수수(토종) 싹이 났다. 잘 자라고 있지만 좀 도와주었다. (짚과 풀로 된 멀칭을 걷고 옥수수 싹 주변으로 지름 한뼘정도 되는 원 범위 안에 있는 작은 풀들을 뽑아주고 다시 옥수수 옆에 풀들을 덮어주었다.) 

 

이건 개구리님께 모종을 받아 공벌레가 5월 10일경에 혼자 심었던 맷돌호박. 자밭의 맨 윗이랑.(그 이랑에는 맷돌호박만 심었고, 모종으로 두 개, 씨앗으로 두 구멍에 심었다)


다음으로 이파람의 주력 작물 중 하나인 목화!

심은 곳에 일일이 표시를 해두지 않아서 목화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우리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전날인 15일 개구리님과 둘러볼 때 이파람이 큰 싹을 몇개 찾아내었다. 목화싹은 그나마 다른 풀보다 잎이 처음부터 꽤 크게 나와서 찾기가 쉬웠다. 그런데 그 찾기가 쉬운 것이 첫번째 줄에선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파람 생각에는 그때 뿌렸던 씨앗 중 갈색 목화씨앗은 하나도 싹이 나지 않고 두번째 줄에 조금 뿌렸던 하얀색 토종 목화씨앗만 발아한 것 같다고 한다. 첫 줄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목화와 비슷하게 생긴 싹은 맨 아래 사진인데 영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목화싹이 맞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 아닐 가능성도 높음. 어쨌든 시중 들기(도와주기)를 해주었다.



요 귀여운 녀석들은 숟가락밭 가장 안쪽 원의 바깥쪽테두리에 심은 바질 싹이다. 이렇게 조그만데도 바질의 향이 났다. 워낙 작고 풀과 비슷하게 생긴 데다 심은 곳을 표시해두지 않아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전날(15일) 개구리님께서 찾아주셨다. 심어놓은 작물의 싹이 나왔는데 그게 작물인지 다른 풀인지 구분을 못하는 초보 농부들의 웃지 못할 비애. 조심스럽게 도와주었다.


국내에서 모종이 아닌 씨앗을 직파하는 방식으로 재배하는 경험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홍천은 더더욱 추운 지방이라 아예 발아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았던 토마토 싹. 보고도 풀인지 토마토싹인지 한참을 의심했는데, 정확히 내가 심은 간격대로 이 녀석들이 나 있고 그 간격을 제외한 옆에 땅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토마토싹이 맞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15일) 개구리님이 찾아주셨던 토마토싹과 비교해봤을 때 역시 맞는 것 같다. 다음부터 씨앗을 직파할 때는 무조건, 무조건 모든 심은 곳에다 막대기를 꽂아 표시해두는 걸로!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대부분의 토마토 씨앗이 발아에 성공했다. 물론, 모종으로 심는 보통의 토마토들이 벌써 훌쩍 큰 것에 비해 이 아이들이 언제 자라나 토마토를 먹게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게다가 토마토 싹 얼마나 연약한지 다른 풀을 치우다가 살짝 손가락에 걸렸는데 바로 쑥 뽑혀나와버렸다. 다시 심으려해도 땅에 제대로 세워지지가 않았다. 정말정말 조심조심. 크면 진짜 무시무시해지지만 어린 토마토는 약하다!

점심을 공벌레 텐트에서 공벌레에게 얻어먹었다. 오른쪽으로 우리가 부랴부랴 모종 포트에 심은 토마토들도 싹이 나오고 있는 게 보인다. 모종은 보통 하우스에서 일찍부터 키워서 작물들이 큰 상태로 밭에 들어가 풀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그냥 밭에다 씨앗을 바로 심는 것보다 더 빠른 시기부터 수확이 가능하게하기 위해서 내는데, 우린 너무 늦게 모종을 키우고 있다. 토마토가 열리자마자 겨울이 될지도.. 그래도 하나라도 열매를 맺어 다음 해에 심을 씨앗이라도 얻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