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48

결혼에 대해 했던 생각 - 2018년12월25일 페이스북

그동안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달라지는 걸까. 요즘 한 생각 중 하나는 결혼 후의 배우자와 나의 관계가 상상하기 어렵다면,(보통은 전혀 모른다) 상대방이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는게 그나마 결혼 후를 현실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결혼하면 가족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전에는 '뭐 그런 당연한 말을..' 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가족이 된다. 무슨 말이냐면 연애할 때 애인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애인을 대하는 태도같은 건 내가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에게 느끼거나 그들을 대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어도, 결혼 후엔 아니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애인일 때의 느낌은 희미해지고, 일상의 존재가 되면서 이전에 가족들에게 느끼던 감정, 그들을 대하던..

일상/2013~2019 2021.09.20

점수에 목숨 거는 사람

점수에 목숨 거는 사람 시험을 보면 점수가 나온다. 게임을 해도 점수나 그 비슷한 게 나온다. 점수에 얽매이고 점수에 목숨 거는 게 싫었다. 세상에 정말로 소중한 일, 중요한 능력은 점수가 나오지도 않고 점수로 매기기도 어려운데, 맨날 단순지식 하나 더 외워서 점수 몇 점 더 맞는 식으로만 가르치고 배우는 게 한심했다. 직장에 들어가고나니 누가 점수 매겨줄 일이 없었다. 그저 할 일이 있을 뿐이다. 못하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로 못했는지, 어떻게 얼마나 개선해야하는지는 알아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 관계도 그렇다. 누가 내 첫인상에 대해 점수를 매겨주지도 않고, 내게 호감이 있는지, 반감이 있는지, 관심이 없는지 수치로 표기되지 않는다. 그저 분위기를 느끼고, 공감능력을 발휘해서 넘겨짚을 따름이..

일상/2013~2019 2019.11.15

아파서라도 가기 싫은 곳

학원에서 중학교 3학년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내 반에는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뭘 물어보면 수줍은 듯 어색하게 웃곤 하는 남학생이 하나 있다. 수업에만 들어오면 늘 지친 표정으로 졸리다고 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오늘 따라 온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띠고 발걸음도 가볍게 들어오기에 뭐 좋은 일 있냐고 물었다. "오늘 영어학원 안 가도 돼요." "왜?" "아파서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프다고 말할 때에야 조금은 아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게 웃겨서 웃어버렸다. 아프다는 녀석이 여태껏 봤던 어떤 건강한 때의 모습보다도 더 좋아보였던 것도 웃기고, 아픈 게 좋은 일이라고 대답한 것도 웃겨서 더 크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을 그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웃긴 일이 아니었다. 아파서라도, 아파서라도..

일상/2013~2019 2019.11.07

강릉 일기

기분이 참 쉽게도 변한다.가르치는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해도 대답도 안하고 고개 숙이고 책만 쳐다본다. 그런 상태로 두 시간을 넘게 수업 하는데, 울고 싶은 마음이 됐다.이성적으로는 나도 학생 때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나와 인간적인 교류가 전혀 없이 만난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 설연휴 쉬다 수업들으려니 힘들고 귀찮고 공부에 지치고 그런 거 이해 되는데, 듣고 싶어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얘길 떠들자니 진짜 재미없다. 쟤들도 재미없겠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싶다.그냥 때려칠까 생각하면서 퇴근했는데 덥수룩하던 머리를 자르니까 의외로 기분이 나아졌다. 기분전환하러 머리를 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이해했다.바꿀 수 없는 일에 집중하지 말자는 말도 도움이 됐다. 그래, 그들이 그런 상태인 건 내 잘..

일상/2013~2019 2019.02.08

우연히 마주친 후배와 수다를 떨다

어제 10년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은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후배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난 한참 못 알아봤다. 실은 고등학생 때도 별로 그리 친했다는 기억은 없는 후배다. 솔직히 그와 고등학교때 운동은 좀 같이 했었지만 뭔가 대화를 나눴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한마디도 기억나는 대화가 없을 정도다. 그가 홍천출신이라는 것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길거리에서 만나서는 반갑다면서 카페까지 가서 차를 얻어마시고 버스를 두 대 보내며 한 시간이나 얘길 나눴다. 나한테는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혼자 돌아오는 버스에서 고민을 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아마 고등학생이던 그와 고등학생이던 나는 이제 없고 우리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두..

일상/2013~2019 2018.06.30

예멘 난민에 대한 생각

홍천에 오고나서 이슈에 더더욱 어두워진 나이지만 요즘 참 여러 이슈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쁜 일들 와중에 좋은 일(병역거부 헌법재판 등)도 있어서 다행이다.예멘 난민 이슈가 꽤 마음이 쓰인다. 분명 우리도 어딘가에서는,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글리코리안, 퍼킹코리안이겠지. 거길 여행 가면 그런 취급을 받고 차별을 받고, 이민이라도 가면 더 심하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예멘 난민들만큼의 적대를 받진 않을 거라고 기대한다. 적어도 어떤 이유로 다른 나라에 가든 간에 그 나라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까지 적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예멘 난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를 보고 하는 생각이다.내 짧은 생각으로는 예멘 난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500명 중 단 한 사람에 집중해서 그의 인터..

일상/2013~2019 2018.06.30

170510 일기

페이스북에 남긴 글:우파 대통령에게 좌파적 변화를 기대해선 안되겠지요. 김대중, 노무현이 그랬듯이. 어떤 사람들은 박근혜 때 못지않게 열심히 싸우겠죠. 그래야겠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잡혀들어가고 탄압받겠죠. 그래도,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대선을 치루어냈다는 게 기적같은 일이고, 그렇게 힘들게 치른 대선에서 적어도 홍준표가 당선되진 않았으니 참 다행은 다행입니다. 솔직히 별 기대는 안 되지만..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찾아가는 5년이 되었으면.. 그에 대한 대중의 실망(별 다를 것도 없다/먹고 살기 힘드니 비도덕적이어도 경제를 살려야한다/잃어버린 10년프레임 등등등)으로 극우파 후보가 다시 득세하는 다음 대선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니네텃밭에 가서 일을 좀 도와드렸고, 고맙게도, 챙겨주신 쌀가루..

일상/2013~2019 2017.05.11

포켓몬고 레벨 30 무과금 트레이닝기

어제(17/3/14) 드디어 포켓몬고 30레벨을 달성했네요! #현질없이 30레벨 #현질안하고30레벨기념으로 한번 그동안의 플레이를 정리나 해볼까 합니다.(여기서 한가지, 30레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만렙 40레벨 중 30레벨은 단순레벨로는 75%달성이지만 총경험치로는 10% 달성밖에 안된다는 점.. 총 누적경험치 2천만 중에 2백만ㅋㅋ 그런 면에선 아직 고수라고 하긴 애매) 플레이날짜: 2017년 1월 24일~3월 14일 (50일, 주로 따지면 7주네요.)획득경험치: 약 204만5천XP (30레벨)포켓몬고에 결제한 금액: 0원(그러나 버스/지하철 등 교통비가 들었음) 체육관에 최대로 동시 배치한 수: 8개(80코인+4000별모래) 체육관 보상으로 받은 코인: 약 1810코인(포켓몬박스 업글 100코인 ..

일상/2013~2019 2017.03.15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다.

영국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영화를 다 보고 그런 생각을 제일 처음 했다. 영화에는 재벌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등장하지 않는다. 제도들을 설계하고 어떤 구조를 만들거나 거기에 책임을 져야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 그걸 통해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은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거기엔 아파서 질병수당을 받으려는 시민, 아이 둘을 데리고 이사 온 시민, 여러모로 수당이 없으면 생계가 곤란한 지경인 시민들과 그 수당을 안내하고 상담하고 평가하여 지급하는 일을 하는 시민들이 나온다. 상담사나 직원들 역시 본인 돈으로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며, 그 제도나 보험을 설계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일하며, 책임질 일이나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또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기 위해서..

일상/2013~2019 2017.01.09

결혼합니다.

결혼을 합니다. 나한테 말은 못하고 페이스북에 은근히 글을 썼던 사랑스러운 사람과 이렇게 행복한 만남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이제 지금까지 함께한 따뜻한 일상을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둘레에서 우릴 아껴주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행복한 삶은 어려웠을 거예요. 앞으로의 좋은 삶은 더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요.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예쁜 사진을 찍어준 전종원, 강희주 (Hee Ju Kang) 고맙습니다!

일상/2013~2019 2016.08.29

삶을 효율화하지 맙시다.

어머니께서 "미안하구나. 엄마가 혼자 있었으면 결혼이 더 수월했을 수도 있었겠다싶다."고 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본인이 재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쪽 일가친척들과의 관계 등등의 측면에서 내 결혼과정이 좀 더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셨나보다.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삶을 효율화하지 맙시다.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이야기가 하나 떠오른다. 정말로 무얼 위해 그렇게도 '시간을 아끼겠다고' 아둥바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아마, 어차피 어떤 조건이었어도 결혼같은 게 수월한 일이었을 리가 없다. 분명히.(조금씩 다르게 여러 곳에 소개된 것 같은데, '가슴 뛰는 회사'라는 책에 소개된 버전) 한 어부 이야기가 있다.어느 날 오후 그는 아내와 함께 일광..

일상/2013~2019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