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48

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났다.시민 182,301명이 녹색당을 지지해 표를 던졌다!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너무 큰 기대를 했어서 아쉽게 느껴지긴 하지만, 딱히 전통의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 한명 가져본 적도 없고, 그저 시민들이 모여 불과 4-5년 전에 만든 정당인데, 희망이 보이는 느낌이다.다행인 게, 녹색당은 당명을 바꿀 생각도 없고 다른 당이랑 합칠 생각도 없(어보인)다. 시민들은 계속 녹색당을 기억하고, 지지할 것이다.헌법소원으로 당이름을 지켜낸 최초의 정당. 국회의원 하나 없어도 정보공개청구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해내는 정당. 가장 적은 선거비용으로 선거를 치루려는 정당.쭉 갔으면 좋겠다.^^

일상/2013~2019 2016.05.20

바로를 쓰다듬으며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왔더니 잠시 맡은 여동생네 고양이 바로가 막 달려와선 몸을 부벼댔다. "그르렁그르렁" 앉아서 얼굴이며 목을 쓰다듬어주니 무릎위에 올라와 그런 소리를 낸다.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치 지난 밤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동물이니까, 말을 못하니까 내가 더 이해하게 된다. 더 깊이 살피고, 귀를 기울이고, 온 감각을 열어 녀석의 기분과 그 이유를 알아차리려 한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내 온 감각을 열고 집중하지 않고서도, 모든 걸 '말'로 전달하거나 받을 수 있다고 간편하게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종종 아주 큰 후회를 동반하는 아래와 같은 말"그렇게 힘들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문득 혹시 내가 누군가에..

일상/2013~2019 2014.05.26

늘 출근하며 아침에 보는 홍대입구역의 광고판.

늘 출근하며 아침에 보는 홍대입구역의 광고판. 1.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 2. 꿈이란 건 말이지,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내 꿈은 힙합이야. 3.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기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다. 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인가! - 황안나, 중에서 4. 삶을 살아가는 자세, 그래, 꿈은 그런 거였다.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 그래, 산다는 건 그런 거였다. 직업 따위가 절대 꿈이 될 수 없다. 세상에 불행한 그 많은 의사와 변호사, 공무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꿈을 이뤘는데 불행하다면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거, 라고 생각한다. 강신주 박사가 얘기하듯, 만약 진짜 의사가 꿈이라면, 진짜 변호사가..

일상/2013~2019 2013.12.17

롤, 토토협, 세미나.

요즘 책을 별로 읽지 않고 있다.매주마다 하는 여성주의, 마르크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맑스의 《경제학 철학 초고》와 《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를 그나마 읽고 있다. 근데 《경제학 철학 초고》는 솔직히 어렵다보니 머릿속이 정리가 잘 되지 않아 글을 못 쓰겠고, 《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는 아직 앞부분 조금밖에 못 읽었다.최근 1, 2주 정도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온라인게임 롤(LOL, League of Legend)이다. 이제 게임은 친구들 만났을 때나 가끔 하는 정도지, 혼자 할 정도로 흥미가 생기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들이랑 롤을 거듭하다보니 같은 팀으로 플레이하는 친구들한테 폐 끼치는 것도 미안하고 승부욕이 생겼다. 재미도 있고. 그래서 나름대로 정보도 검..

일상/2013~2019 2013.08.22

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

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나는꼼수다'로 팟캐스트가 한창 뜰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내가 전역해서 사회로 다시 나왔을 때는 대선도 끝나고, 나는꼼수다도 막을 내린 후였다. 스마트폰도 제대하고서야 처음 써봤고, 사실 나는 귀에 이어폰 꽂고 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친친'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많이 듣기도 했는데, 여태 난 라디오라는 매체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그러다 요즈음의 언론들이 하도 한심해서 팟캐스트에 찾아들어가 듣게 된 것이,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이였다. 국정원이나 MBC파업 등등 얼마나 시원하게 털던지 속이 시원했다. 어디서도 내보내지 않거나 완전히 왜곡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내보내는 신문, 방송들과는..

일상/2013~2019 2013.08.03

[영화] 헤어드레서 - 차별당하는 게 특기인 한 여자 이야기

헤어드레서 (2011)The Hairdresser 8.5감독도리스 되리출연가브리엘라 마리아 슈마이더, 나타샤 라비주스, 김일영, 크리스티나 그로세, 롤프 자커정보코미디, 드라마 | 독일 | 106 분 | 2011-07-14 여성주의 세미나를 하면서 헤어드레서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미용을 공부한 아주 뚱뚱한 여자가 이혼을 하고 딸과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이혼을 하고 베를린으로 이사를 온 쾨니히는 고용센터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본다. 마침 백화점 미용실에 자리가 하나 있다. 그러나, 아무나 받겠다던 미용실 사장은 갑자기 그를 고용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쾨니히의 면전에 대고 말하는 그 이유라는 것은, '당신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볍게(?) 시작한 이런 차별은 영화 내내 일상 속에..

일상/2013~2019 2013.08.01

'시민(서민)에게 인문공부가 필요한 이유' - 고병헌 선생님 작은책 강연 뒷이야기.

'시민(서민)에게 인문공부가 필요한 이유' - 고병헌 선생님 작은책 강연 뒷이야기. 강연장소가 바뀌어서 좀 헤맸다. 덕분에 7시가 다 되어서야 헐레벌떡 강연장에 들어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만 헤맨 것이 아니어서 강연을 좀 늦게 시작하게 됐다. 나는 그 사이에 김밥 한 줄을 다 먹고 음료수까지 마셨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수첩을 펴고, 펜을 들었다. 한마디로 아주 모범적인 자세로 앉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 정도면 칭찬받아 마땅한 자세라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던 바로 그때! 시작부터 듣는 이들을 잔뜩 웃게 만들던 선생님의 손가락이 바로 나를 향했다."이거 적으면 집에 가서 보냐고."아니, 이럴수가. 분명 오늘 처음 뵈었는데 내가 수업시간에 필기한 걸 다시 펼쳐본 적이 단..

일상/2013~2019 2013.07.26

두 얼굴의 나.

내 안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욕구가 있어서, 서로 충돌하곤 한다.그 두 가지는 남들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고싶다는 욕구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다. 인정을 받고 싶다는 건 결국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가. 나는 어느 쪽을 더 원하는가에 대해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쩔 수 없이 둘 다 나다. 어느 한쪽도 쉽게 없애거나 숨길 수 없는 나의 구성요소이다. 남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남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하는 것은 정말 지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한편, 그것과는 다른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해나간다고 했을 때, 그렇다면 정말 '남들'이 뭐라하든 아무 상관도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누군가..

일상/2013~2019 2013.07.22

'잘 써야'한다는 강박.

글을 잘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뭔가 '완성된'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게다가 아침시간대에 포스팅해야된다는 왠지 모를 생각도 계속 있었다.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요즈음엔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시작했다. '베네치아스토리'라는 카카오톡 게임이다. 책은 각종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읽어야만 하는 만큼만 읽기에도 버거웠고, 글 쓰고 포스팅하는 건 거의 잊다시피 하고 있었다. 꾸준히 하려는 걸 목표로 시작한 티스토리 블로그이건만.잘하면 좋겠지만, 잘 쓰면 좋겠지만, 지금 잘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쓴다고 해서 갑자기 잘 쓴 글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의 평가도 들어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 일단 써야하는데, 내 일상을 재..

일상/2013~2019 2013.07.12

뜬금없는 여행, 다섯번째 이야기.

아저씨들 말씀대로 안에 쌓여있던 컵라면을 하나 꺼내 먹고, 하룻밤을 묵었던 조령건강원을 나와 다시 길을 떠났다. 어제 들은 많은 이야기와, 그동안 차들과 함께 걷는 길에 조금 지쳤던 경험 덕분에, 빙 돌아서 가더라도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했다. 지도만 보고는 가는 길을 잘 모르겠어서, 경찰 아저씨께 여쭤보았다.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며, 수옥폭포가 그렇게 좋다고, 수옥폭포 쪽으로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내가 폭포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폭포로 유혹을 하셨다.경찰서 앞에 붙어있던 안내지도. 폭포를 향해서 길을 가는데, 길거리에 이런 보물(!)이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수옥폭포. 토요일이라 그런지, 단체로 오신 분들이 있었다. 부탁하시기에 단체사진도 ..

일상/2013~2019 2013.07.02

뜬금없는 여행, 네번째 이야기.

소여2리를 뒤로하고, 출발했다. 일찍 출발하여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대낮처럼 밝았다. 이번 여행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과 두 번 마주쳤다. 담배라고 한다. 담배가 이렇게 생긴 줄도 몰랐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여쭤보았다가 알게 됐다. 괴산군으로.아스팔트로 도로를 만들기 전에도 전국을 잇는 길이 분명히 다 있었을 텐데. 더 빠르다는 길들이 수도없이 생긴 지금, 걸어가기는 왜 더 위험하고 험난해졌을까. 올레길, 둘레길 등 걷기 좋은 길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전국구 걷기여행 길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네모나게 생긴 도로반사경이 왠지 신선했다. 둘째날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물집이 많이 커져서 걸을 때 좀 불편했다. 이 날은 덥고 지쳐서, 괴산군에서 냉면을 사먹었다. 둘째날 선배 ..

일상/2013~2019 201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