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

참참. 2013. 8. 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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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팟캐스트, 특히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를 자주 듣는다.

'나는꼼수다'로 팟캐스트가 한창 뜰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내가 전역해서 사회로 다시 나왔을 때는 대선도 끝나고, 나는꼼수다도 막을 내린 후였다. 스마트폰도 제대하고서야 처음 써봤고, 사실 나는 귀에 이어폰 꽂고 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친친'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많이 듣기도 했는데, 여태 난 라디오라는 매체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요즈음의 언론들이 하도 한심해서 팟캐스트에 찾아들어가 듣게 된 것이, '이털남(이슈 털어주는 남자)'이였다. 국정원이나 MBC파업 등등 얼마나 시원하게 털던지 속이 시원했다. 어디서도 내보내지 않거나 완전히 왜곡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내보내는 신문, 방송들과는 달랐다. 그러다가 하도 팟빵 1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길래, 뭔가 싶어서 들어보게 된 것이 '이이제이'였다. 근데 이거, 무지하게 재밌다.

나는 과학고를 나왔고,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변명이라면 변명인데, 역사에 무지하게 무지하다. 사회나 역사라고 하면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이 하도 어릴 때부터 주입되어있던 탓도 있다. 어릴 때 무턱대고 외우는 게 너무 싫고 잘 안 되어서, 수학같은 과목을 좋아했다.(나중엔 수학이 가장 취약과목이 되지만) 논리를 전개하면 답이 나오는 거지 외울 필요는 별로 없는 것이었으니까.(초등학교 2학년때 구구단 외울 때 애먹은 걸 제외하곤 중3때까지 수학이 제일 재밌었다.)

그러던 나에게는 이 팟캐스트가 완전 딱이다. 사실 공부를 하려고 해도 복잡한 것이 근현대사인데, 또 우리나라의 현재, 지금 사회와 정치를 이해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근현대사이기 때문이다. 그냥 웃으면서 듣다보면, 아 그 사람이 그런 일을 했구나, 아 그때는 대략 이런 시대적 상황이 있어서 그렇게 된 거였구나, 이런 식으로 점점 한국의 가까운 역사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시간 내서 따로 책을 보고 공부를 하자니 엄두가 안 나서 못하고 있던게 역사였는데, 이런 팟캐스트가 있다니!

역사 속에서나 보던 인물들(또는 우리가 아예 배우지도 못했던, 이름조차 몰랐던 당시 유명했던 사람들)의 삶을 짚으면서, 그 당시의 얽혀있는 인물들간의 관계, 시대적인 상황과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역사를 안다는게 왜 중요한지도 매번 되새기게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다른 나라의 드문드문 알고 있는 역사들만 봐도, 역사가 반복되고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막 눈에 보이는 듯하다. 여태껏 지나왔던 역사들도 어떤 틀에서 보면 반복되는 지점들이 있다. 신기하다.


지금 이 팟캐스트 이이제이를 열심히 듣던 사람들과 방송하는 삼인방들이 모여서 '이이제이 생활역사협동조합'을 만드려고 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우선 이이제이 삼인방이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녹음실을 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장소를 마련해 좀 더 자주, 정기적인 방송을 할 수 있게 하고, 다른 용도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인 듯하다. 팬카페의 10000명이 넘는 회원들을 생각해서 조합원 1000명을 목표로 모집, 현재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8월 31일까지 500명 이상의 설립동의자 조합원이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내려고 한다. 부디 잘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