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여행 6

뜬금없는 여행, 다섯번째 이야기.

아저씨들 말씀대로 안에 쌓여있던 컵라면을 하나 꺼내 먹고, 하룻밤을 묵었던 조령건강원을 나와 다시 길을 떠났다. 어제 들은 많은 이야기와, 그동안 차들과 함께 걷는 길에 조금 지쳤던 경험 덕분에, 빙 돌아서 가더라도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했다. 지도만 보고는 가는 길을 잘 모르겠어서, 경찰 아저씨께 여쭤보았다.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며, 수옥폭포가 그렇게 좋다고, 수옥폭포 쪽으로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내가 폭포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시고 폭포로 유혹을 하셨다.경찰서 앞에 붙어있던 안내지도. 폭포를 향해서 길을 가는데, 길거리에 이런 보물(!)이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수옥폭포. 토요일이라 그런지, 단체로 오신 분들이 있었다. 부탁하시기에 단체사진도 ..

일상/2013~2019 2013.07.02

뜬금없는 여행, 네번째 이야기.

소여2리를 뒤로하고, 출발했다. 일찍 출발하여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대낮처럼 밝았다. 이번 여행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과 두 번 마주쳤다. 담배라고 한다. 담배가 이렇게 생긴 줄도 몰랐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여쭤보았다가 알게 됐다. 괴산군으로.아스팔트로 도로를 만들기 전에도 전국을 잇는 길이 분명히 다 있었을 텐데. 더 빠르다는 길들이 수도없이 생긴 지금, 걸어가기는 왜 더 위험하고 험난해졌을까. 올레길, 둘레길 등 걷기 좋은 길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전국구 걷기여행 길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네모나게 생긴 도로반사경이 왠지 신선했다. 둘째날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물집이 많이 커져서 걸을 때 좀 불편했다. 이 날은 덥고 지쳐서, 괴산군에서 냉면을 사먹었다. 둘째날 선배 ..

일상/2013~2019 2013.06.26

뜬금없는 여행, 세번째 이야기.

선배네 집에서 묵기 위해 원래 가려던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죽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어제 걸어왔던 그곳에서부터 가려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지나가다가 본 광경. 이걸 뭐라고 부르지? 내 머릿속에는 '나무밭'이라는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나무도 이렇게 대량으로 모아서 키운다는 게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어머님께서 아침에 챙겨주신 곶감을 길 가다 휴게소에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할 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흙도 거의 없는,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끝끝내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드디어, 충청북도! 좀 감동적이었다. 무슨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닌데, 드디어 경기도를 벗어났다는 것이 내심 뿌듯. 뭘까? 검게 씌워놓은 것은 많이..

일상/2013~2019 2013.06.25

뜬금없는 여행, 두번째 이야기.

철물점을 여시는 맹리 이장님과 만나게 되어,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에 걸을 때가 제일 좋았다. 몸도 가뿐했고, 날씨도 아직 선선하고 상쾌했다. 그렇게 아침을 걷고 있는데,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나오셔서 도로 옆에도 뭔가를 심고 계신 할아버지. 아래쪽은 속살을 다 드러낸 언덕 위에 소나무들이 마치 까치발을 든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페인트를 파는 곳인 것 같은데, 저 벽에 칠을 하다가 만 것 같은 페인트는, '디자인'인 걸까? 빨래집게들이, 알록달록하고 예뻐보였다. 화물차들이 무서운 기세로 지나다니는 국도의 갓길은, 달팽이들의 천국이었다. 수도없이 많은 달팽이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힘차게 내딛던 발걸음이 ..

일상/2013~2019 2013.06.21

뜬금없는 여행, 첫번째 이야기.

뜬금없이, 여행을 갔다.걸어서 부산까지 -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5박 6일의 여행을 마치고 경북 문경에서 돌아왔다.6월 11일 화요일 새벽부터, 6월 16일 일요일 돌아오기까지. 걸었던 이야기, 그리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시작. 첫날은 집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갑작스럽게 짐을 싸고,(아버지께 이때 여행간다는 걸 처음 말씀드렸다. 하긴 나도 고작 이틀 전에 결정한 거니까, 뭐.) 출발했다. 짐 싸는 데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셨다.최후의 아침을 먹고, 건빵 3개짜리 묶음과 초코바 4개, 생수 한 병과 일회용 우비를 샀다. 이 날은 걷는 내내, 아직 잘 실감이 안 났다. 수원은 어찌나 큰지, 걸어도 걸어도 계속 수원이더라. 그동안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갔던 수원역, 수원버스터미널이 나오고, 더 지나니..

일상/2013~2019 2013.06.18

[사적인 책읽기] 두번째 책 편지,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이 글을 안성에 사는 선배의 집에서 쓰고 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책이 있다.바로 황안나 할머니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이다.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저자황안나 지음출판사샨티 | 2008-08-05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69세 황안나 할머니가 자신의 블로그(http://kr.blog... 보통 우리들이 큰 실수를 한번 하게 되면, 그 이야기는 친구를 통해 퍼져나간다. 많으면 스무 명, 서른 명 정도가 그 일로 함께 웃을 수 있게 된다.그런데 할머니는 그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공유하셔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