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토토협 [사적인 책읽기]

[사적인 책읽기] 두번째 책 편지,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참참. 2013. 6. 17. 09:14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이 글을 안성에 사는 선배의 집에서 쓰고 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책이 있다.

바로 황안나 할머니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이다.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저자
황안나 지음
출판사
샨티 | 2008-08-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69세 황안나 할머니가 자신의 블로그(http://kr.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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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들이 큰 실수를 한번 하게 되면, 그 이야기는 친구를 통해 퍼져나간다.

많으면 스무 명, 서른 명 정도가 그 일로 함께 웃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공유하셔서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주셨다.

그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까지 내셨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재밌다. 웃기다. 자못 심각해보이는 실수도 많다.

그렇지만 안나 할머니는 그 속에서도 그 실수를 그저 안좋은 일로 만들어버리지 않는다.

음식을 해놓고 잊어버려서 하루에 냄비를 세번이나 태우기도 하고, 팬티를 벗어 냉장고에 넣어놓기도 하시는데, 

울면 더 손해 아니겠수? 암 웃어야지!(황안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54쪽)

하하하! 보는 나까지 유쾌해진다.


실수담 사이사이에 써주신 인생 비법들은 하나하나가 다 주옥같다.

매일매일 되새기고 싶다.


살면서 내가 나를 감격시키는 일은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가.(중략)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스스로 감격시킬 준비를 해라. 그리고 하나둘 이뤄나가라. 지금, 바로 지금이 나를 감격시킬 가장 좋은 때다.(황안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45, 47쪽)

월급날이 되면 갚을 빚 갚고 몇 푼 남지 않은 돈으로 지금은 없어진 종로서적에 들러서 시집도 한 권 사고 경동시장에 들러 팔다 남은 떨이 장미를 한 단 사는 것도 내가 누린 호사였다. 남들은 그랬을 거다. 그 지경으로 살면서 시집이라니, 장미꽃이라니! 실제로 나를 보고 어이없어하는 사람도 있었다.(중략) 돈이 많고 적음도 우리를 슬프게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슬픈 일은 그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일 게다.(중략) 멋 내고 살자. 돈이 있어야 멋 부릴 수 있는 거 아니다. 시간이 많아야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된다. 오늘 저녁 밥상에 꽃 한송이 물에 띄워 올려놓아 보자.(중략) 오늘을 멋있게 가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일의 삶이 쫀득쫀득 맛있을 것이다.(황안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64, 65쪽)

안나 할머니처럼, 오늘을 멋있게 가꾸며, 나 자신을 감격시키며 맛있게 살고 싶다. 안나 할머니의 블로그 제목도 맛있게 살기다.


안나 할머니는 65세에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셨는데, 그 이야기가 할머니의 첫 책 《내 나이가 어때서》에 있다. 사실 그 책을 읽고, 걷기여행을 참 하고 싶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길을 나서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이 책에서는 이런 구절들이 내 등을 떠밀더라.

어쨌든 걷는 일은 그만큼 사람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치유하게 하는 힘이 있다.(중략) 단 며칠이라도 좋으니 혼자 낯선 길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정직한 자신과 만나게 될 거다.(황안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83쪽)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과 하고 싶다고 말만 하는 사람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시작하는 사람은 그들과 100퍼센트 다르다. "하고 싶었다"와 "했다"의 차이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것이다.

무언가 꼭 배워보고 싶다면,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다면 당장에 시작하고 당장이라도 떠나라고 등 떠밀고 싶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 바람개비를 돌게 할 수 있냐고? 그렇다! 바람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달리면 바람개비는 돌 것이다.(황안나, 《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171쪽)


그래서, 걷고 있다. 부산까지 갈 거다. 뉴스 보니까 다음주부터 장마가 온다더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