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토토협 [사적인 책읽기]

[사적인 책읽기] 첫번째 책 편지, 《마음의 서재》

참참. 2013. 6. 6. 00:03


* 이 글은 청년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http://cafe.daum.net/ybank1030)에
토닥요일칼럼으로 매주 목요일 연재하는 글입니다.




사적인 책읽기의 첫번째 주인공, 이번주에 읽은 책은 바로 《마음의 서재》다.

이 책은 편집자입문과정 수업을 해주신 선완규 선생님이 만드신 '천년의 상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그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을 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헌데, 그렇게 해서 알게는 되었으나, 이 책을 사서 보기로 결심하게 된 사건은 따로 있다.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처음 알게 해준 그 수업의 저작권법 특강을 땡땡이치고, '수운잡방'에 책 수다를 들으러 놀러갔던 세계 책의 날. 위즈돔(http://www.wisdo.me/)에 모임을 열고, 거기서 신청을 못한 나를 따로 초대해주신 분이 그 모임에 가지고 나온 책 중에 이 책이 있었다.

매혹적인 붉은색 표지, 눈에 띄는 이 책을 집어들고, 아무렇게나 펼쳐서 한 쪽을 읽었다. 82쪽이었다.

그때는 특별히 위로받을 일도 없었는데, 괜히 위로받은 느낌이었다. 왠지 눈물이 차오르는 것만 같고, 입가엔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저 곁에 함께 있자. 살자. 울자.' 그러자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어떤 좋은 책(이것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은 읽다보면, 책장을 덮게 되는 때가 온다. 물론, 평소에 자주 겪는 지루해서, 졸려서, 그만 읽고 싶어서는 아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이 문장들을 마음 속에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문장을 읽는다는 행위로 이 감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그림, 음악, 영화,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여운'이 남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나를 그 속에 더 놓아두게 되는 때인 것이다.

책을 사서, 앞에서부터 죽 읽다가 이 문장들을 다시 한번 만났을 때가, 내게 그런 순간이었다. 지금의 이 느낌을, 그 낱말들이 와서 닿은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은. 집에서 책을 읽던 일요일 오전, 그래서 책장을 덮고, 아주 천천히 동네 뒷산을 걸었다.


사실 이 책을 첫번째로 소개하자고 생각하게 된 건, 명색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처음 소개하는 책은 '책에 대한 책'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였다. 5월 토토협 사람책에 오셨던 분들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책을 했던 바로 다음날, 서울로 가는 1호선 지하철 안에서 처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고 읽다가, 가슴이 철렁했다.

보이시는가?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 아니라,". 거기까지 읽었을 때, 혼자 괜히 가슴이 철렁해 급하게 다음 글자들로 눈을 옮겨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뒤를 보면, 내 우려와는 달리 굉장히 멋진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바로 앞쪽에서 정여울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추천도서 목록 등을 주섬주섬 뒤지다가 번뜩 깨달았다. 이렇게 평생 '타인의 목록'만 넘보다가는, 결코 나만의 '마음속 서재'를 만들 수 없겠구나."라고. 또 "얼마 전 문득 깨달았다. 내겐 '앞으로 읽어야 할 수많은 책들의 목록' 때문에 '이미 읽은 책들이 놓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이라고.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며, '혼자 읽고 좋아하는 것'보다 '함께 읽고 기뻐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렇게 중요하고 소중하며 행복한 기회를 준 토닥토닥협동조합이 고맙다.

글 한편으로 이 책 이야기를 마쳐야하는데, 뒤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 아직 더 있다. 이 말은 책의 뒤표지에도 실려있는 말인데, 정여울 선생님께서 독자에게 받은 편지에 쓰는 답의 말이다. 나도 그렇고, 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다른 분들께서도 한번쯤은 가져봤을 법한 질문을 던져서, 우리에게까지 선생님의 이 대답을 듣게 해준 독자분께 고마워하며.

"복역 중인 청년의 정성스러운 손글씨에서, 오랜 망설임과 불면의 밤과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읽었다. 그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질문이 너무 아파, 한참을 망설이다 늦어진 답장은 이렇다. 인생을 확 바꾸는 책은 없지만, 인생을 확 바꾸는 절실한 물음은 있다고. 당신이 그 질문을 시작한 그 순간, 인생은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고. 머리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채 연못을 찾는 심정으로, 내게 맞는 책을 찾는다면, 내게 전혀 안 맞는 책조차 커다란 스승이 된다고."(정여울, 《마음의 서재》, 10~11쪽)

수도없이 느꼈다. 책을 읽고 뭔가를 느낀 듯 생각이 되어도, 결국 다음날부터는 다시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을.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났을 때, 그렇게 읽어온 책들이 조금씩 마음에 남아, 내 삶을 작게나마 변화시켜나가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가끔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문장들과 이야기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나'라고 하는 사람의 어느 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23쪽으로 넘어가보자. 여태껏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럴 듯한 말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글은 처음이다.

"누군가 인문학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우리들이, 끝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모든 지식이 인문학이라고.(중략) 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 우리가 굳이 애를 써서 찾아다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타인의 고통과 만나는 것.(중략) 당신의 존엄과 나의 존엄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번쩍, 하는 인문학적 교감'의 순간이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2~23쪽)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런 번쩍, 하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마주치기를 바란다.


40쪽에서 만난 문장은, 내게 왠지 모르게 토토협을 떠올리게 했다. 토닥토닥협동조합에 글을 쓸 걸 염두에 두고 읽어서인지, 91쪽, 172쪽, 227쪽에서 또 토토협을 떠올렸다.

결혼식도, 돌잔치도 보여주기식으로 하다보니 정작 잔치의 손님들은 소외되는 현상을 비판하시며,

"흥겨운 잔칫집의 열기, 따스한 모꼬지의 온기가 그리운 요즘이다. '내 사랑의 향방'에만 신경 쓰는 배타적인 연애 상담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모습이 무엇일까'를 다 함께 고민하는 질펀한 수다의 향연이 그립다. 골치 아픈 철학을 안주 삼아서도 화끈한 잔치를 즐길 줄 알았던 놀이의 달인 그리스 사람들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질펀한 수다의 향연을 기획해봄이 어떨까."(정여울, 《마음의 서재》, 40쪽)

라고 쓰셨는데, 토토협의 각종 조합원 모임들, 특히 사람책처럼 함께 수다를 떠는 모임들이 떠올라서, 왠지 흐뭇했다.

91쪽, 172쪽, 227쪽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최첨단 재테크의 기술이 아니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생의 기술을 알려주는 조언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명의 적신호는 경험을 소통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 타인에게 진정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90쪽~91쪽)

"정말 우리는 사돈의 팔촌보다 더 머나먼 연예인들의 정보는 샅샅이 꿰고 있으면서 정작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경험을 듣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하룻밤에 세계사 마스터하기' '일주일만에 영어문법 끝장내기' 같은 효율적인 정보의 소통에는 익숙하지만,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타인의 육성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172쪽)

"무조건적인 환대는 잘 차려놓은 식탁 위에 엄선된 손님을 앉히는 '초대'와는 전혀 무관하다. 아직은 불가능하더라도, 일단 타자를 향한 '무한한 환대'를 상상하는 일만으로도 가슴 한편의 단단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27쪽)

참가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합원이 아니어도 상관 없고, 그냥 와서 함께 참여할 수 있다던 사람책 행사의 모습이, 또 떠올랐다. 덧붙여서, 이 두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것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위즈돔http://www.wisdo.me/'과 '집밥http://www.zipbob.net/'이다. 궁금하신 분은, 1분만 투자해서, 들어가보시라.


"교양이란 차라리 효모나 이스트를 닮은 것이 아닐까. 요리법에 따라 어떤 빵이나 과자가 될지 모르지만, 효모나 이스트가 없다면 향기로운 빵과 과자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교양은 아직 완성된 요리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소중한 빵을 구워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식의 재료다. 교양의 마지노선이 '타인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는 기술'이라면 교양의 최고봉은 '자신의 기쁨을 곧 타인의 기쁨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닐까."(정여울, 《마음의 서재》, 74쪽)

어젯밤에도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나는, 한참 모자란 교양을 쌓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지 오늘날 사회문제가 되어버린 '히키코모리'의 문화적 원형일 뿐 아니라, '함께 있음의 고통'도 '혼자 있음의 고립감'도 견디지 못해 남몰래 신음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102쪽)

라고 쓰셨는데,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계속해서 느껴왔던, 알 수 없는 고립감이 떠오른다. 함께 있는 건 그나마 좀 나았는데, 그건 그거 나름대로 또 고통스러운 면이 있었다. 함께 있을 땐 이러저러한 것이 불만이다가, 또 손전화에 문자나 전화가 안 오면 이상하게 홀로 고립된 것 같고,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과 결핍감에 힘들어하곤 했었다. 그걸 잊기 위해 온라인게임을 더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 진정으로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고, 내 내면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이제는 좀 즐길 수 있게 됐다. 손전화기 집에 두고 혼자 산책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한편으로,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듣는 것도 더 즐거워져서, 진짜 정신이 없을 만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토닥토닥협동조합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 어떤 예측이나 계산 없이 자신을 온전히 내던질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용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중략)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결코 쫄지 마'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패배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용기를 잃는 것이 진정 무서운 일이니까.(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끝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조건 없이 사랑받고 계약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이니까. 우리는 결점을 우아하게 숨기는 법이 아니라, 결점조차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정여울, 《마음의 서재》, 129쪽)

《노인과 바다이야기에서.

"작살 하나로 청새치를 잡은 용맹도, 작살도 없이 상어떼와 목숨 걸고 싸운 그도 아름답지만, 더욱 눈부신 순간은 그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중략) 의지할 데 없는 자신을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것은 성공을 향한 열망이 아니라 소년과 바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었음을 깨닫는 장면이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16쪽)

"생의 지렛대는 '성공'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반드시 그 사람답게 만드는 평범한 일상, 끝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굴욕은, 성공을 유지하는 데 정신이 팔려 성공보다 더 중요한 자신의 삶을, 소중한 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꿈이 이루어지고 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꿈이 무참히 깨져버린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18쪽)

인상깊다. 진정으로, 우리가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바로 옆에 있는 그것들인데. 수능을 망쳐도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더 행복하게 사는 길은 많고도 많고 그 찬란한 삶은 이제부터 시작임을내 과거를 보는 듯한 고통받는 모든 아이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의 대지》는 오직 비행을 필생의 소명으로 삼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소중한 이야기의 그릇에 담았다. 그토록 힘들게 한땀 한땀 자아낸 경험을 이토록 쉽게 책 한 권으로 섭취해도 될까 하는 죄책감이 들 정도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175쪽)

책에 보내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나도 최근에 책을 빌려서 읽었는데, 다 읽고 책을 산 적이 있다. 한승태라는 분이 쓴《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이다. 꽃게잡이 배, 돼지 농장, 주유소와 편의점, 춘천의 비닐하우스 등 각종 경험을 다 직접 해보고 쓴 책인데, 이렇게 땀으로 쓴 책을 내가 그냥 쉽게 읽어버리고, 심지어 사지도 않는다면 저자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 책에 관한 수다는 (2013/05/21 - [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 <인간의 조건>, 한승태 - 디테일이 살아있는, 진짜 웃긴 노동현장 이야기) 여기서 들을 수 있다.

이 정도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책을 인생에 한 권이라도 쓴다면, 성공한 삶이었다며 떠날 수 있을 거 같다. 하하하.


"소로는 자신이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으로 인생을 나의 의도대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맨몸으로 직면하기 위해, 삶이 아닌 것은 아예 살지 않기 위해서라고."(정여울, 《마음의 서재》, 202쪽)

왠지 모르게 월요칼럼 쓰시는 분이 생각났다. 연탄이네 텃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월든》은 외딴 방의 고독이 아니라 나 혼자 있어도 얼마나 많은 타자들과 만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시끌벅적한 텍스트다.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예술적 재능, 자연과 대화하고 나 자신과 대화하는 기적을 실험하는 시간. 그 누구의 시선의 권력도 작용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진정 아름다운 시선의 주인이 된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04쪽)

진짜 좋지만,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에서 그 소개하는 책 속에 다른 책을 소개하는 구절을 읽어주고 있다니, 이게 뭐야! 나도 아직 안 읽어보았는데, 진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기다려라, 《월든》!


얼마 전에 홍대입구역에 갔다가, 책 광고하는 광고판에서 멋진 문장을 발견해서 카톡 프로필에 적어놨다. 무슨 책에서 나온 문장인지도 모르는데, '인생은 당신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라는 문장이었다.

그러고 돌아와서 책을 읽는데, 이런 문장이 내 앞에 등장했다.

"너무 위험해서 어쩌면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 선을 넘는 순간. 기적은 시작된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47쪽)

그 앞에 《월든》이야기할 때는 이런 문장도 있었다.

"각종 '리스크'를 따져보느라 '꿈'의 가치를 망각한 현대인에게, 근심·걱정에 빠져 지내느라 자신의 꿈조차 잊고 사는 현대인에게, 소로는 말한다. "새벽이 되기 전에 근심에서 깨어나 모험을 찾아 떠나라.(중략)""(정여울, 《마음의 서재》, 203쪽)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어딘가 위험한 모험을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세상은 무섭다. 하지만 이 무서운 세상을 아무도 바꾸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훨씬 무서운 일이 아닐까."(정여울, 《마음의 서재》, 231쪽)

"'세상은 참 아름답지 않구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된다. 그러나 이 아름답지 못한 세상 속에서도 기어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된다. 더 나아가 이토록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좀 더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정여울, 《마음의 서재》, 239쪽)

"장래희망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100가지 습관'이 아니라 '타자의 신음소리'에서 찾는 사람이야말로 캠벨이 말한 진정한 영웅일 것이다. 그런 이들은 자아란 축소된 타자이며, 타자란 확대된 자아임을 본능적으로 눈치챈다."(정여울, 《마음의 서재》, 265쪽)

우리 함께, 세상을 바꾸는 작은 일부터. 내가 활동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토닥토닥협동조합도, 청년유니온도, 가장자리도, 학벌없는사회도, 마을공동체도, 도시농업도, 다 이런 일들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 관심이 간다.

 

자, 먼 길을 달려왔다. 나도 힘들다. 이 쯤에서 그냥 끝내고도 싶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샘솟는, 나는야 수다왕.
책의 에필로그로 가보자.

"그때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인간의 영혼은 병들게 되어 있다는 것을.(중략) 내 마음이 무엇인지 나조차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 글을 쓰면,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투명한 나 자신과 만나는 비밀 통로가 하나 생긴다. 갑자기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테마를 정해 놓고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중략)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의 목록이라든지,"(정여울, 《마음의 서재》, 269쪽)

공감이다. 정말로 글을 쓰다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하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 또는 정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책 내용을 너무 많이 말해버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너무 길어져서 지루할 것 같은 건, 그냥 괜한 걱정이겠지?

에잇, 모르겠다! 볼 사람만 보라지! 오늘 책 이야기 끝!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쓰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음의 서재

저자
정여울 지음
출판사
천년의상상 | 2013-02-1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스스로의 마스스로의 마음을 울리는 ‘마음의 서재’를 만들라!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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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딱! 내가 아는 만큼만 소개하는 출판사 이야기

이 책을 낸 출판사, 천년의상상 은 선완규 선생님께서 작년에 만드신 따끈따끈한 출판사이다. 선완규 선생님은 몇몇 출판사를 거쳐, '휴머니스트'출판사에서 오랜 편집자, 편집주간 생활을 하셨다. 도정일 선생님과 최재천 선생님의《대담》을 비롯하여,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등 많은 책들을 기획해서 펴내셨고, 진중권 선생님과는 20년 넘게 함께 작업하시면서, 10권 이상의 저서를 담당하시기도 했다.

그런 선생님께서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나오시면서 만드셨다. 내가 알기로 현재 직원은 셋이다. 《마음의 서재》맨 뒷장에 보면, 편집자에 선완규, 김서연, 박정선 이렇게 세 분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있다. 선생님의 꿈은 편집자로 남는 것이라, 지금은 대표를 하면서 온갖 일을 다 하시지만, 회사가 자리를 잡으면 대표를 영입하고 편집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신다. 그의 또 다른 꿈 가운데 하나는 이름을 걸고 책이야기를 하는 방송을 진행하는 거다. 수업하시는 걸 들어보고 생각하는 건데, 그 방송, 재밌을 거 같다.

천년의상상 은 질 높은 인문학 책을 주로 내며, 지금까지 진중권, 강신주 선생님의 책을 포함해 총 여섯 권의 책이 나왔다.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imagine1000, 출판사의 정신을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지속적인 관리는 안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