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48

뜬금없는 여행, 세번째 이야기.

선배네 집에서 묵기 위해 원래 가려던 경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죽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어제 걸어왔던 그곳에서부터 가려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지나가다가 본 광경. 이걸 뭐라고 부르지? 내 머릿속에는 '나무밭'이라는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나무도 이렇게 대량으로 모아서 키운다는 게 뭔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어머님께서 아침에 챙겨주신 곶감을 길 가다 휴게소에서 먹었다. 점심식사를 할 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흙도 거의 없는, 아스팔트 사이에서도 끝끝내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드디어, 충청북도! 좀 감동적이었다. 무슨 국경을 넘는 것도 아닌데, 드디어 경기도를 벗어났다는 것이 내심 뿌듯. 뭘까? 검게 씌워놓은 것은 많이..

일상/2013~2019 2013.06.25

뜬금없는 여행, 두번째 이야기.

철물점을 여시는 맹리 이장님과 만나게 되어,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침에 걸을 때가 제일 좋았다. 몸도 가뿐했고, 날씨도 아직 선선하고 상쾌했다. 그렇게 아침을 걷고 있는데,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나오셔서 도로 옆에도 뭔가를 심고 계신 할아버지. 아래쪽은 속살을 다 드러낸 언덕 위에 소나무들이 마치 까치발을 든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페인트를 파는 곳인 것 같은데, 저 벽에 칠을 하다가 만 것 같은 페인트는, '디자인'인 걸까? 빨래집게들이, 알록달록하고 예뻐보였다. 화물차들이 무서운 기세로 지나다니는 국도의 갓길은, 달팽이들의 천국이었다. 수도없이 많은 달팽이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 힘차게 내딛던 발걸음이 ..

일상/2013~2019 2013.06.21

뜬금없는 여행, 첫번째 이야기.

뜬금없이, 여행을 갔다.걸어서 부산까지 -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5박 6일의 여행을 마치고 경북 문경에서 돌아왔다.6월 11일 화요일 새벽부터, 6월 16일 일요일 돌아오기까지. 걸었던 이야기, 그리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시작. 첫날은 집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갑작스럽게 짐을 싸고,(아버지께 이때 여행간다는 걸 처음 말씀드렸다. 하긴 나도 고작 이틀 전에 결정한 거니까, 뭐.) 출발했다. 짐 싸는 데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셨다.최후의 아침을 먹고, 건빵 3개짜리 묶음과 초코바 4개, 생수 한 병과 일회용 우비를 샀다. 이 날은 걷는 내내, 아직 잘 실감이 안 났다. 수원은 어찌나 큰지, 걸어도 걸어도 계속 수원이더라. 그동안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갔던 수원역, 수원버스터미널이 나오고, 더 지나니..

일상/2013~2019 2013.06.18

작은책 5월 강연 뒷이야기 - 오건호,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

* 5월 23일 목요일, 월간 작은책에서 들은 강연의 뒷이야기입니다. 1월과 2월, 작은책 강연을 두 번 들어보았는데, 두 번 다 몹시 좋았다. 이제 꼬박꼬박 들으러 가야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랬는데, 바로 일이 생겼다. 3, 4월달에 들었던 수업과 요일이 겹쳐 못 가게 된 것이다. 어찌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기다리던 5월, 드디어 요일이 겹치던 수업이 끝이 나서, 냉큼 달려갔다.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고등학생 때 처음 했다. 그 전까진 능력이 있으면 잘 살고, 능력도 없고 게으르면 못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과학고에 진학해 똑똑한 아이들 사이에서 성적을 받아보니, 이게 뭔가 싶더라. 그제서야 왜 공부를 해야하는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하..

일상/2013~2019 2013.06.06

여성주의 저널 일다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여성주의와 기록" 뒷이야기.

전주에서 여성주의 저널 일다(http://ildaro.com/)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신청해서 다녀왔다. 1박2일 일정으로 신청했고, 지난 5월 25일 토요일에 전주로 내려갔다.전주에 갔더니, 버스 정류장과 공중전화 박스도 이런 지붕들을 얹고 있었다. 여유있게 도착했는데, 시민 놀이터를 못 찾아 길을 좀 헤맸다.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서 겨우겨우 찾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헤매다 드디어 찾았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시작하기 전에 찍어보았다. 귀엽고 맛있는 떡도 준비해주셨다!시작 전에 일다에서 '스무살 여연의 공상밥상'을 연재하고 있는 필진 여연 님의 클래식 기타 공연이 있었다. 일다에서 여연 님의 '학교 밖 십대로서 마지막 해를 보내며' http://ildaro.com/s..

일상/2013~2019 2013.06.03

5월 4주 <반디 & View 어워드> 에 리뷰 선정되다.

참고로 매주 선정작은 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페이지(http://www.bandinlunis.com/front/bookPeople/awardReview.do) 와 다음 파트너 view 베스트 페이지(http://v.daum.net/news/award/weekl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 두 주소에 들어가서 5월 4주를 보면 사진처럼, 를 읽고 쓴 내 리뷰가 뜬다. 선정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적림금 준다고 안내문이 와서 알았다.뭐 크게 대단한 건 아닌 거 같지만, 블로그하다보니(아직 티스토리로 옮긴지는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나름 뿌듯하고 기쁘다. 에헤라디야~선정된 리뷰 보러가기 2013/05/23 - [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 , 김소연, 이선옥,..

일상/2013~2019 2013.06.01

[영화] 서울인권영화제 '마이 플레이스 My Place'

첫 영화였던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 Nowhere Home'(이 영화 후기 보러가기 - 2013/05/25 - [내가 바라는 일상/2013~] - [영화] 서울인권영화제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 Nowhere Home')이 끝나고, 잠시 안내 말씀을 해주셨다. 안내 말씀은 대략 뒤에 이 곳에서,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을 살 수 있다라든가, 더우니 천막 안에서 관람해주시면 되겠다라든가,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처음 왔을 땐 열 명이나 겨우 넘을까싶던 사람들이, 두번째 영화 시작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점점 늘어났다. 두번째 영화 '마이 플레이스'가 시작할 때엔 이 사진에 보이는 모습에서도 (사진을 찍은지 불과 10분 사이에) 훨씬 더 늘어있었다. 객석 뒤에 붙어있던 영화 정보를 찍어보았..

일상/2013~2019 2013.05.25

[영화] 서울인권영화제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 Nowhere Home'

5월 23일 목요일 오전 11시, 서울인권영화제 첫 날, 첫 영화를 보러 갔다. 홍대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시간 전까지 서울인권영화제의 영화를 두 편은 보고 갈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시청역에서 내려서, 살짝 길을 헤매다보니 11시가 되었다. 도착해보니, 영화는 시작하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 햇빛이 따가워 천막 안에만 사람이 있었는데, 나까지 합쳐도 열 명이 조금 넘을까말까한 수였다. 어쨌든,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의자마다 붙어있는 '사람은 누구나 VIP입니다'라는 문구가 인상깊다. 이 사회에서 어떤 이들이 VIP로 대우받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이 문구가 꼬집고자하는 것은 뚜렷하다. 11시부터 시작한 첫 영화는, 노르웨이 다큐멘터리인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원제: Nowhere Ho..

일상/2013~2019 2013.05.25

[연극] '푸르른 날에' - 5.18 광주, 그 죽음과, 처절한 생존에 대한 웃기는 비극.

푸르른 날에장소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출연박윤희, 김영노, 최광희, 김학선, 남슬기기간2012.04.21(토) ~ 2012.05.20(일)가격전석 25,000원 마지막으로 연극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바로 어제, 그렇게 오랜만에 연극을 보게 되었다. 어떤 연극인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출판편집자 입문 수업을 같이 들은 분의 소개로 인연이 닿아 보게 되었다. 인연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렇게 좋은 연극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몹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위 공연정보는 어째서인지, 아직 2013년 것은 나오지 않아서 2012년 것으로 올려둔다.)지금까지 연극을 많이 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연극이었다. 출연 배우만 스무 명은 되는 것 같다. 또, 잊고 있었는데..

일상/2013~2019 2013.05.23

지난 연휴 이야기.

석가탄신일이 낀 연휴, 이래저래 바쁘게 보냈다. 1. 5월 16일 목요일 저녁, 도움소 봄공연 '개판; 함께 여는 판'사람이 모자라다며 섭외되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치배들과 함께 즐거운 공연을 뛰었다. 장구가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다. 나도 장구를 쳤는데, 사람이 많으니 더 신나고 좋았다. 다음날 체육대회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해서 아쉽게도 뒤풀이는 스스로 자제하여 가지 않았다. 2. 5월 17일 금요일, 미래나눔재단에서 준비한 체육대회 '2013 미래상통한마당'아침부터 쌍문까지 가야해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갔다. 탈북자 출신 대학생 친구들과 함께한 체육대회!사진 찍으시는 분이 따로 있어서 사진 엄청 많이 찍으시던데, 그 사진들을 구할 길이 없다.ㅠㅠ 핑크팀에 속해있던 내가 입었던 단체티. 핑크,..

일상/2013~2019 2013.05.22

영화 '가족의 나라' 씨네토크에 가다.

가족의 나라 (2013)Our Homeland 9.2감독양영희출연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양익준, 미야자키 요시코, 츠카야마 마사네정보드라마 | 일본 | 100 분 | 2013-03-07 어제인 5월 18일 토요일 아침 9시, 필름포럼에서 진행된 한반도평화연구원(KPI) 주최 평화 씨네토크 첫번째, 영화 '가족의 나라' 씨네토크에 갔다.영화는 상당히 인상깊었다. 약간은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적인 묘사들이 가득한 영화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재일동포 북송사업(1959년부터 1962년까지, 북한과 일본의 협상 아래 8만 명에 가까운 재일동포들이 북한으로 보내진 일)으로 북한에 갔던 '성호'가, 25년만에 뇌종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온다. 여동생 리애와 어머니, 아버지, 삼촌, 일본에서 다니던 학교 친구..

일상/2013~2019 2013.05.19

도움소 봄공연 리허설, 학교 가는 길.

어제, 공연 리허설을 하러 학교에 갔다. 오늘 저녁에 있을 봄공연 리허설이었다. 학교에 가는데, 무심코 지나치던 길가에 꽃이 참 많이도 피었더라.무슨 꽃인지, 이런 건 잘 모르지만, 참 예뻤다. 정말로, 봄이구나. 날씨도 좋고, 리허설도 잘 끝났고, 이제 오늘 저녁에 공연만 신나게 하면 된다. ^^이렇게 좋은 날 즐거운 공연을 함께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 후배들(물론 함께 해주시는 선배님들도)이 고맙다. 고생스러운 일도 많을텐데, 즐겁게 신나게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도움소 화이팅~

일상/2013~2019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