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바로를 쓰다듬으며

참참. 2014. 5. 26. 23:35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왔더니
잠시 맡은 여동생네 고양이 바로가
막 달려와선 몸을 부벼댔다.


"그르렁그르렁"
앉아서 얼굴이며 목을 쓰다듬어주니
무릎위에 올라와 그런 소리를 낸다.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치 지난 밤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동물이니까, 말을 못하니까 내가 더 이해하게 된다.
더 깊이 살피고, 귀를 기울이고, 온 감각을 열어 녀석의 기분과 그 이유를 알아차리려 한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내 온 감각을 열고 집중하지 않고서도,
모든 걸 '말'로 전달하거나 받을 수 있다고
간편하게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종종 아주 큰 후회를 동반하는 아래와 같은 말

"그렇게 힘들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문득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는 그런 말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
혹은 그런 말을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은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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