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결혼에 대해 했던 생각 - 2018년12월25일 페이스북

참참. 2021. 9. 20. 21:16

그동안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달라지는 걸까.

요즘 한 생각 중 하나는 결혼 후의 배우자와 나의 관계가 상상하기 어렵다면,(보통은 전혀 모른다) 상대방이 가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는게 그나마 결혼 후를 현실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결혼하면 가족이 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전에는 '뭐 그런 당연한 말을..' 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가족이 된다. 무슨 말이냐면 연애할 때 애인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애인을 대하는 태도같은 건 내가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에게 느끼거나 그들을 대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어도, 결혼 후엔 아니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애인일 때의 느낌은 희미해지고, 일상의 존재가 되면서 이전에 가족들에게 느끼던 감정, 그들을 대하던 행동, 습관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내가 결혼 후에 내 애인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대할지 알고 싶으면 내가 부모님이나 언니동생을 어떻게 느끼고 대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특히 같이 사는 가족들)

또 가족과 애인의 주요한 차이는 애인은 시간을 내서 만나는 존재이고 그를 만나는 시간이 일주일, 한달 중에 기다려지는 소중한 시간인데 반해 가족은 어차피 다른 일(혹은 놀이, 여행) 끝내고 집에 가면 있는 존재라는 거다. 함께 사는 가족을 만나는 시간 역시 다른 약속없이 '남는 시간에'가 되는 경우가 많고 애인일 때보다 더더욱 만남이나 대화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다른 일(내 일)이 신경이 쓰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안타깝다 여겼던 주말부부가 오히려 장점도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적인 집안일 등의 대화가 둘이 나누는 전체 대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둘이 나누는 대화 자체가 그 자질구레하고 일상적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고싶은 일이라기보단 생활을 위해 거쳐야하는. 데이트와 일상이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모든 일상에 데이트의 마음가짐이 되기는 어려우므로 데이트쪽이 없어진다.

또 애인과 가족들이 서로의 기념일이나 선물 등을 어느 정도로 챙기는지를 보면 결혼 뒤에 내가 그의 집안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아주 희미한 단서를 잡을 수 있다. 결혼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니다. 아예 연을 끊는 게 아닌 이상(그리고 그건 말처럼 쉽지 않다)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가족을 챙기려고 하게 될 거라 예상하는 게 맞다. 그리고 그 챙김의 상당부분은 내 몫이 된다. 1년에 한번, 평생에 한번뿐인 가족행사들이 모이면 한달에 한번이 된다. 결혼한 자식에게 부모님이 기대하는 바는 커지고, 근데 챙겨야할 가족은 양가 가족으로 결혼 전의 2배가 된다.(적어놓고보니 무시무시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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