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3~2019

우연히 마주친 후배와 수다를 떨다

참참. 2018. 6. 30. 17:07

어제 10년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은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후배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난 한참 못 알아봤다.
실은 고등학생 때도 별로 그리 친했다는 기억은 없는 후배다. 솔직히 그와 고등학교때 운동은 좀 같이 했었지만 뭔가 대화를 나눴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눴었는지 한마디도 기억나는 대화가 없을 정도다. 그가 홍천출신이라는 것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길거리에서 만나서는 반갑다면서 카페까지 가서 차를 얻어마시고 버스를 두 대 보내며 한 시간이나 얘길 나눴다. 나한테는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혼자 돌아오는 버스에서 고민을 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아마 고등학생이던 그와 고등학생이던 나는 이제 없고 우리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아닐까? 적어도 나에게는, 어제의 만남 이후로 그에 대한 내 기억은 완전히 달라져서 사실상 새로 쓰였다고 봐야한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후배라는 역사적 사실도 여전히 기억에 함께 존재하고 있지만 그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한 한 고등학교때의 기억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제 내가 알던 그는 없고 나는 그를 새로 알게 된 셈이다. 대체 '아는 사람'이라는 게 뭘까? 어떤 사람들, 어떤 장면들이 내 삶에, 내 기억에 끝까지 남아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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