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자연농/홍천 귀농귀촌 일기(2017~2018)

170501 자연농 농사일지 - 고사리, 토란, 가지, 고수, 옥수수, 아스파라거스, 벼, 못자리, 토마토 모종

참참. 2017. 5. 2. 09:28


170501 월요일

가물어서 고생이지만, 고사리 말리기엔 최적! 일 시작하기 전에 고사리를 말려두었다.

고사리 너는 동안 감자 시중들고(풀관리) 있는 공벌레와 올빼미


오늘은 입하가 오기 전에 얼른 심어야할 것들을 심는 작업을 주로 했다. 일단 토란.

토란은 개구리님이 주신 것으로, 자연농교실 책에도 나와있다. 60cm 간격으로 심었고, 깊이는 토란 길이의 두배 정도로 심었다. 우리 밭 아랫배미의 2, 3, 4번 이랑에 심었다. 2번 이랑은 끝에는 옥수수를 심었고, 3번은 전부 토란만 한 줄로. 4번은 약 절반 정도까지 토란이 들어갔다. 총 토란 35개.

아래는 아랫배미 2번 이랑 끝에 6곳(2개씩 5곳, 1개 1곳)에 심은 노랑메옥수수. 마르쉐 토종씨앗나눔에서 양양 김혜영님께서 나누어주신 종자 씨앗이다. 아침에 물에 2시간 정도 담가두었고, 젖은 행주로 감싸서 또 한 시간 이상 가져왔다.(본래는 하루 정도는 담가두는 게 좋다고 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제발 싹이 나기를. 1미터폭의 이랑에 25센치에서 좀 더 넉넉한 간격으로 한 줄로 심었다. 옥수수치고는 꽤 널찍한 공간을 주었음. 마지막 토란과 옥수수의 거리도 좀 멀어서 빈 공간이 약간 있다. 마지막 토란이 이랑의 위쪽끝에서 270센치 정도 지점이니까.


다음으로 윗배미에 가지와 고수를 심었다. 고수 씨앗은 고수 잎과 다른 향긋한 맛이 난다. 이 씨앗은 놀궁리에게 얻었다. 톱낫 하나(35센치) 간격으로 3~5알 정도씩 심었다. 자밭의 중간 이랑에 아래쪽 첫 줄에 고수, 두번째 줄에 가지, 세번째 줄에는 고수와 가지를 오른쪽부터 고수-고수-가지, 하는 식으로 심었다(가지 씨앗이 4개밖에 안 남아서 그랬다). 가지 씨앗은 개구리님께 얻었다. 고수와 가지를 섞어짓기하는 것은 가지에 많이 몰려드는 벌레를 향으로 막기 위함인데, 원래는 고수가 아니라 바질로 그 효과를 내지만 우리가 바질을 이미 다른 곳에 다 심어서 이파람이 고수가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서 그렇게 심어보았다. 줄간격은 40센치를 주었다. 생각해보니 두번째줄과 세번째줄은 간격을 좀 더 두었어야했나 싶기도 하다. 가지끼리 겹치는 부분도 있을테니.

고수씨앗

두번째 줄에 가지 심는 모습

가지 씨앗

가지 씨앗을 흙 속에 넣고 찍은 것.


가지랑 고수 다 심고 나서 점심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횡성 흰 찰옥수수를 심었다. 자밭과 4미터밭 사이에 사다리꼴밭 가장 위쪽에(옥수수 키가 커서 다른 작물들에게 해를 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아무래도 밭의 북쪽위주로 심었다.) 심었다. 약 25에서 35센치 간격으로 알 두개를 넣은 것도 있고 하나만 넣은 것도 있다. 사진에서 줄을 친 것처럼 (가로로) 한 줄로 심었다.

횡성흰찰옥수수를 심은 곳


점심(비빔밥) 먹고 나서는 첫번째 농사공부모임(?)을 했다. 어제 만났던 오로빌리언 수다와 오로빌, 공동체 등에 대한 이야기를(개구리님과 소금쟁이님 집에서 아침식사하면서 점심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고 한다.) 나누고 본격적으로 우리가 홍천의 이 땅에서 어떤 작물들을 기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나누었다. 

* 잡곡 중 오곡(특히 우리 마을에서 잘되는 작물): 콩, 팥, 수수, 녹두, 옥수수, 호밀, 율무(율무는 도정이 어렵다), (흔히 넣어먹지 않는 것 중 옥수수, 땅콩, 도토리, 은행 등도 밥에 넣어먹으면 좋다.), 올해는 실험적으로 봄밀(보통 밀은 가을에 심는데 봄에 심는 밀, 통밀로 탈곡?도정?이 쉽다고. 보통의 밀은 월동을 해야하는데 워낙 추우면 월동에 실패할 확률이 늘 있다고 한다.)을 심어놓으셨다.

* 뿌리채소: 감자, 고구마, 야콘, 당근, 돼지감자, 토란, 마, 우엉
 - 고구마는 싹을 내는 것까지가 어려운 편이다. 양파는 월동이 어렵다.

* 열매채소: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참외, 수박, 딸기, 들깨, 오크라
 - 고추가 어렵다. 직파할 경우 빨간 고추 2번 정도 수확하는데, 하우스 등에서(가온해서) 모종을 내서 심으면 6번까지도 수확을 할 수 있다. 자연농에선 역시 비닐, 하우스 등을 쓰지 않는 것이 좋아서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 토마토도 약간 비슷한 면이 있다. 한국에서 직파하는 경우가 잘 없다. 소금쟁이님은 요즘 들어서 토마토가 좋아졌다며 참 맛도 좋고 모든 면에서 참 좋은 과일인 거 같다고 극찬. 개구리님이 올해 목숨 걸고 토마토를..

* 잎줄기채소: 상추, 근대, 아욱, 시금치, 마나리, 샐러리, 쑥갓
 - 알아서 잘 계속해서 자라나고 향이 강한 왕고들빼기, 파드득나물 등을 먹다보니 농사는 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피해입는 일이 있고 수확하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은 부드럽기만 한 상추는 이제 안 키우고 안 드시게 됐다고.

* 양념채소: 마늘, 대파, 생강, 부추, 달래
 - 마늘은 한국요리의 필수, 그리고 월동하는 작물. 파는 계속 뜯어먹으려면 꽃을 따줘야한다. 부추는 잘만 돌보면 오랫동안 계속 뜯어먹을 수 있다.

* 김장채소: 무, 배추, 갓, 파, 총각무
 - 배추는 조금 일찍 8월 즈음, 무와 갓은 9월 즈음 심는다.

* 콩
 - 비덩굴성으로 메주콩(흰 콩, 백태: 메주와 두부 등에 쓰인다)과 검정콩(콩밥, 콩자반 등 반찬용)이 대표적이고 이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 덩굴성은 강낭콩, 선비콩, 체로키의눈물(체로키인디언콩) 등이 있는데, 맷돌로 타재서(?), 거칠게 크게 갈아서 밥에 넣어먹으면 좋다.

* 고추장 만들 때 고춧가루와 함께 주재료로 들어가는 메주가루/찹쌀/보리 등을 모두 호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실험해보았다. 국내에서 호밀로 고추장을 만드는 경우는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음. 최초일 수도. 맛 등은 아직 좀 더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로는 아주 괜찮음. 단맛 내는 엿기름(엿질금), 쌀엿(물엿) 등을 덜 넣어서 단 맛이 약간 덜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모래무지님 못자리와 다르게 유독 우리 못자리만 볍씨에서 싹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서, 개구리님이 많이 걱정을 해주셨다. 비닐을 씌워 보온+보습을 해서 빨리 싹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보기로 했다. 비닐을 팽팽하게 펴서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잘 덮어주는 것이 포인트. 자연농에서 비닐은 웬만해선 쓰지 않지만, 긴급조치를 해야하는 상황이다.ㅠㅠ

아스파라거스가 이렇게 자랐다! 우와 완전 신기! 감동이다. 아직 먹기엔 어린 녀석 같기도 한데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것도 잘 모르겠다. 오후에 올빼미가 아스파라거스들을 좀 시중들어줬다.

개구리님께 얻은 모종 포트(?) 두 개에 우리 밭에서 깊은 흙을 파내어 채우고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들을 심었다. 보통 3월달부터 모종을 키우기 시작해서 5월에는 모종을 밭에 옮겨심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모종을 키우기 시작한다. 너무 늦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채종까지 할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다. 게다가 모종을 키우는 거 자체도 처음 해봐서 직파랑 다르게 어떻게 모종을 키워내야하는지도 모른다. 좌충우돌이다.

고사리가 다 말랐다. 와, 이게 이렇게 얇아지다니, 뭐가 잘못된 줄 알았다. 원래 이런 거라는데.. 생고사리 땄을 때 900g 정도였던 것이 50~60g으로 쪼그라들었다. 뭔가 손해본 기분. 정말 소중한 고사리다. 가물어서 걱정이지만 볕이 좋으니 뭘 말리기엔 아주 좋은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