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귀농귀촌 이야기

1년에 딱 한 달 반. 처음으로 나무시장 가보다.

참참. 2018. 3. 21. 17:46


작년 5월, 처제가 아이를 낳았다. 짝꿍은 다윤이(처제의 딸, 우리의 조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어했다. 옛날에는 아이를 낳으면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와 처지는 다르지만 우리도 다윤이가 태어난 해에 심어 다윤이와 함께 크는 나무를 심기로 했다. 나무를 심으려고 알아보니 다른 작물 모종과 달리 나무는 나무시장이 열리는 기간동안에만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 기간에 나무를 옮겨심어야 나무가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우린 정말 까맣게 몰랐다. 식목일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보통 나무시장이 열리는 기간은 4월말까지로 5월이 되면 나무를 살 곳이 마땅치 않다. 우리가 나무를 심자고 얘기한 게 5월 첫 주였는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러던 가운데, 우리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이웃 농부님께서 얼마 전 사과나무를 몇 그루 받아서 심은 게 있다며 그걸 하나 파서 주시기로 했다. 몇 그루 되지도 않는 나무를 나누어주시니 어찌나 감사하던지. 가져오자마자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에 우리 밭 위쪽 산과 가까운 곳에다 조심스레 옮겨심었다. 다윤이 나무라며 사진도 찍었다. 언니의 이벤트에 처제도 좋아했다.

벌써 1년이 지나 그때 시기를 놓쳐 구경도 못했던 나무시장이 열렸다. 개구리, 모래무지, 무당벌레, 도토리와 함께 홍천 나무시장에 갔다. 우리는 다음에 나무를 심는다면 어떤 걸 심어볼까 고민하며 구경만 했고 다른 분들은 한집당 대여섯 그루씩 나무를 사와서 심었다. 

나무가 이렇게 무더기로 꽂혀(!)있는 건 처음 봤다. 살 나무를 고르고 말씀을 드리면 관리하는 분이 오셔서 그냥 손으로 잡고 쑥 뽑아내신다. 그렇게 해서 산 나무들을 끈으로 묶기도 하고 아래 뿌리쪽은 검은 비닐같은 걸 한번 씌워서 주면 싣고 와서 땅에 심으면 되는 거다. 나무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그리 어렵지 않게 사와서 심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꽃집에서 파는 것 같은 이런 귀여운 녀석들도 있었다.


하우스 안에도 블루베리 화분 등을 구경하고 살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같이 간 개구리님에 따르면 나무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는 홍천 나무시장이었는데, 이런 독특한 나무도 있었다. 이름은 황금회화나무인데 설명에는 가지와 잎이 모두 황금색이라 독특하고 보기 좋으며 복을 가져다주는 나무라고 한다. 이미 누가 예약했다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과일이 달리는 과실수든, 다른 나무든 이미 많이 자란 녀석을 가져다 심는 편이 훨씬 잘 살아남기도 하고 금방 키울 수 있기 때문에, 1년이나 2년 더 키운 묘목들은 가격이 훨씬 더 비쌌다. 나무 종류와 키운 년수에 따라 1500원짜리 묘목에서 7만원이나 그 이상 가는 묘목까지 있었다.


이름이 재밌는 나무들도 많았다. 예를 들면 꽝꽝나무?



모래무지님은 재우가 좋아하는 블루베리와 이파람이 맛있다고 추천한 꾸지뽕나무 등을 심으셨고, 도토리님은 엄나무와 아버님이 꼭 심으라고 하셨다는 블루베리 등을 심으셨다. 개구리님은 소금쟁이님이 심고싶어한 알프스오토메(일명 미니사과)를 찾았지만 없어서 루비에스라는 다른 미니사과 품종의 나무 등을 사서 심으셨다. 구경하다보니 학교나 집 같은 곳에서 울타리 용도로 쓰는 익숙한 나무들도 많이 보였다. 짝꿍은 우린 나중에 나무를 씨앗으로 심어서 씨앗부터 키워보자는 얘길 했다. 밤을 심어서 밤나무를 키우고, 그런 식으로. 죽기 전에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복숭아가 좋아서 복숭아나무를 심고 싶은데 복숭아는 너무 단 과일이라 벌레가 그렇게 많아서 농약없이는 벌레가 다 먹는단 소리를 워낙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꽃만 봐도 예쁘니까 그래도 복숭아나무는 나중에 꼭 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