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참참. 2022. 2. 1. 22:25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내가 어제저녁 고양이 키우는 꿈을 꿨다는 건 누구도 알 필요 없지만 그게 어떤 고양이였는지 너에게는 말해줄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아니었다면 무심히 흘려보냈을 삶의 사소한 조각들을 발견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퇴근해 돌아온 너에게 이 글을 읽어줄 것이다. 우리는 또 이걸로 한참 뒹굴거리며 수다를 떨겠지.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를 둥글둥글 감싸 안겠지. 서로를 보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리는 별거 아닌 말에도 웃음이 터질 것이다." - 189p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서늘한여름밤

 

"한번 엄마가 집에 들른 적이 있다. 그녀는 하루를 묵고 가겠다 해놓고 입은 옷도 벗지 않고 물도 묻히지 않은 채 자려고 했다. 우리 집에서 샤워를 했다간 몸살이 들 거랬다. 그 뒤로 유난히 날씨가 추운 날이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떻게, 많이 춥니. 어쩌면 좋니. 오늘 홈쇼핑에 하나만 있으면 집 전체가 후끈거린다는 난방기구가 나왔는데 그거 사서 보낼까. 아니면 보일러를 그냥 때봐.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쨌든 나의 실존에 대해 나만큼 관심이 있는 존재가 어디엔가 있다는 것, 주저앉아 뽁뽁이를 붙이는 긴 시간을 자랑처럼 늘어놓고 칭찬받을 데가 있는 것으로 괜찮았다." - 178p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책을 읽다가 다른 책에서도 인상깊었던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서밤님의 책을 읽다가, 양다솔 작가님의 책에서 읽은 이 구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것들이 얼마나 나의 결핍이었고, 내가 얼마나 이것들을 원해왔는지. 길을 지나다 마주친 길고양이나 예쁜 풍경에 대해, 사소하지만 내겐 상처가 됐던 말이나 사건들에 대해,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내 느낌, 내 감정, 내가 공유하고 싶은 그 많은 것들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을, 그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