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마음이 머무는 구절

간지럼태우기

참참. 2021. 11. 30. 04:14
양다솔 작가님의 간지럼태우기라는 책을 저자 사인까지 받아서 선물 받았다. 적어주신 익살스러운 문구에 웃으며 책장을 넘겼으나 서문을 다 읽기도 전에 이 문장들을 만났다.
길을 걷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추듯, "나는 다른 나를 상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는 문장에 멈추어 오래오래 눈길을 주었다.
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과거의 내가 느꼈던 어떤 기분, 느낌들, 연관된 기억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고 딸려올라왔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없으므로 책장을 덮었다.
최근에 책에 밑줄을 그으며 날짜를 적어넣어보았다. 언제 그은 밑줄인지를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오랫동안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사람이었고 책을 접거나 밑줄을 긋는 일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작년부터 문득 읽었던 책을 여러 번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전히 같은" 책을 읽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책을 읽는 것은 지금의 나로, 나는 나라는 안경을 쓰고 문장들을 해석한다. 많은 새로운 관점과 지식과 경험들을 접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다. 내 기억과 욕망과 상처와 기타등등, 기타등등.
곁에 말하고 들어줄 이가 아무도 없어 일기에 남겼다는 말들, 공기같은 외로움들을, 그 시간을 지나 이렇게 책으로 내놓아주셔서 내가 다 안도가 된다.
 
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