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심리상담

성격 급한 사람

참참. 2022. 4. 2. 08:20
나는 평생 내가 성격 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애인의 글에서 나는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은 상담선생님은 여기서 저기로 뛰어다니듯이 살 수밖에,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했다. 그 말들이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수정하게 만든다.
어쩌면 성격이 급한 게 아니라 그냥 여유가 없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이후로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롭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에 온통 정신을 빼앗겨있어야 살만했다. 정말로 돌아갈 곳이나 쉴 곳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내가 나의 성취나 능력이나 가진 재산의 정도같은 것과 상관없이 그냥 나여도 괜찮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확인받는 것은 생존의 문제이므로 계속 그 감각을 찾아헤맸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연애도 하고 어떤 가치나 신념을 추구하는데 집중하고 인정받거나 소속감을 느끼려 애썼다. 스스로 긍정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특히 나를 긍정해주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카톡에 응답하는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개발자로 취직했던 첫 회사 직장동료들이 종종 나에게 놀라곤 했다. 그들이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속도로 카톡답장이 왔던 것이다. 종종 "내 카톡을 기다리고 있었냐"는 질문을 받았다.(그 회사는 사내메신저나 협업툴을 도입하지 않아 업무요청은 이메일과 카톡으로 주고 받았다.) 이메일도 쌓이는 꼴을 보지 못했다. 요청Request이 들어오면 응답Response한다. 나는 거의 언제나 잘 동작하는 서버Server였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깊이 해석해본 적이 없었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내가 스스로 받고 싶은 것을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 나에게 반응해주기를, 내 말을 듣고 있음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원해왔던 것이다.
그저 성격적 특성이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실은 내가 스스로 결핍됐다고 느끼는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 쌓아올린 나의 해결책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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