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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시선

전부터 "저 사람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꽤 많이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남들의 시선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살고 싶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싶다고 늘 생각했다. 그런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을 볼 때 멋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는 일을 멈출 순 없었다. 그건 그래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반응에 가까웠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그럼 음식냄새에 눈이 돌아가는 것처럼 그런 반응에 가까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걸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연인은 내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려고 노력은 했어도 스스로 특별히 남의 ..

일상/2023~ 2024.08.04

제약

이 전 글에도 등장한 돌콩 유튜브의 자기계발서 100권 5분 요약 영상에는 제약constraint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Dare to introduce constraints into life."(과감히 삶에 '제약'을 부과할 것.)행복하려면 온 우주와 무한한 자유가 필요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 삶을 제한하는 제약조건들이 삶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영상에서 말하는 제약의 예시는 이렇다."Introduce people, community, pats, and plants into your life."(내 삶에 사람들, 공동체, 반려동물, 식물들을 초대할 것.)속초 여행에서 사온 또 한 권의 책 (김규림 지음, whale books)에는 "한계라는 가능성"이라는..

일상/2023~ 2024.08.03

마인드셋

여름을 맞아 연인 재인과 동생네 가족과 함께 속초로 휴가를 갔다. 처음 계획할 때는 계곡을 가려고 했는데 장마가 길어져서 비오는 계곡은 영 아니다 싶어 동생이 한번 제안했던 속초의 수영장 있는 호텔로 변경! 여러모로 아주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마침 운 좋게 좀 부담됐던 호텔 숙박비에 보태쓸 돈도 생겨서 더 좋았다.재인과 함께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서점에 들르는 일이 많은데, 속초에는 동아서점이 있다. 이번에도 속초 도착한 첫날 가서 책을 골랐는데, 나는 을 샀다. 그 책을 찾아본 이유는 최근 즐겨보게 된 유튜버 돌돌콩의 추천 때문이다. 그의 자기계발서 100권 5분 요약 영상의 임팩트가 몹시 강렬했는데, 그 영상에서 단 한 권을 추천한다면 바로 이 책이라고 소개한 책이 바로 이다.사실 읽어본 적도 ..

일상/2023~ 2024.07.30

잘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달 넘게 열심히 하던 게임(피크민 블룸)을 어제 삭제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가 됐다. 연인이 지적한대로 주의가 그쪽으로 많이 쏠려있었고, 게임 특성상 산책이나 이동할 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함께하는 산책에서도 나누는 대화나 산책하는 마음이 좀 달라졌었다. 혼자 달리면서도 한번씩 속도를 늦추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됐고, 머릿속에 게임 생각이 많았다. 오늘 오랜만에 핸드폰없이 워치(가민)만 차고 달리기를 했더니 이런저런 삶에 대한 생각, 읽고 있는 책에 나온 구절같은 것도 생각해보게 되고 좀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는 풍경을 볼 시간도 있어서 좋았다. 2시간 남짓한 디지털디톡스의 시간이었다.굉장히 인상깊게 읽었던 제현주 작가님의 이 5주년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궁금해하다 결국 샀다..

일상/2023~ 2024.07.07

친구의 출국 기념 독주회에 다녀와서

어느새 10년이나 알아온 친구가 곧 기약없이 독일로 떠난다. 활동하면서 꽤 자주 만난 기간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게 자주 보거나 매일같이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SNS로 서로의 근황을 업데이트해가며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평소엔 특별히 만날 일 없지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연락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 귀하다. 이런 게 조용히 응원하고 응원받는다는 건가 싶다.1부 세 곡의 연주를 마치고 인터미션이 끝난 뒤, 친구는 눈부신 금빛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났다.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쉼없이 반짝거렸다.2부 연주까지 마친 뒤에는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고, 이 말들을 어떻게 참고 피아노만 치고 있었나 싶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고퀄리티 리플렛에 적힌 일대기처럼 토크도 시종일관..

일상/2023~ 2024.06.16

피크민블룸 초반 꿀팁 정보

최종업데이트: 24.06.29걸으면서 빅플라워 찾느라 핸드폰으로 맵 들여다보다 까딱하면 부딪칩니다. 조심하세요! 앞 잘 보세요!"숍"에 "스페셜 오퍼"에 들어가면 매일 한번 "일일무료팩"을 줍니다."모종서치" 아이템은 매일 한번 충전됩니다. 매일 한번 무료로 사용하세요!이벤트 도전 때문에 인지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도전 화면 들어가서 밑으로 내려보세요. "주간 도전"이라고 일주일동안 10만(또는 3만) 이상 걷기, 꽃 3만 송이 이상 심기가 있으니 주1회 무료로 참여하세요!(랜덤그룹하면 알아서 인원 5명 채워줍니다.)우측 아래 "호루라기" 누르면 대열 보여주죠? 호루라기 두번 더블클릭 터치하면 자동으로 대열인원 변경되는 기능 있습니다."정수" 사용 (피크민 머리에 꽃 피우고 수확하기)"대열 관리" 화면..

IT, 개발 2024.06.09

새 삶

요즘도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습관이란 참 무서워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상황에서 늘 해오던 익숙한 생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길을 연결할 수는 있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내 말을 듣고 단호하게 "그건 잘 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씀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과연 그랬다.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내 기억에 연인에게도 이 얘길 했던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졌다.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아 내가 지금 잘 살고 싶구나하고 생각이 이어진다. 기적이다. 이전에는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2019, 2020년에는 이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죽고 싶다, 삶이란 어차피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계속 견..

일상/2023~ 2024.02.15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24년 1월 18일 인스타/페북 --- 새해에 처음 읽은 책이 였다. 별점 5점을 줬다. 이혼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혼경험담은 아직도 귀하다. 이 책은 힐링에세이라는 주장이 우습지 않을만큼 다정하다. 이혼 얘기하는데 이렇게까지 다정한 것도 재밌는데 그게 나와 연인의 엄청난 공감 포인트였다. 이주영 작가님은 결혼은 축하하는데 왜 이혼은 축하하지 않냐며,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니 당연히 축하해야한다며 자기라도 모든 이혼하는 사람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한다고 썼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와 안 맞아서 힘들게 버티며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는 친구를 축하할 수 있다면 이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아직도 회사에서 이혼얘기를 꺼내면 다들 당황한다. 이젠 그게 좀 재밌기까지 하다. 나라도 이혼한 사람이 당신 옆에 멀..

일상/2023~ 2024.02.15

23년 결산

24년 1월 6일 인스타/페북에 올린 글 --- 한 시간을 달렸다. 지난달에는 딱 두번밖에 못 달렸다. 그 두번을 합쳐서 7.3km였다. 그만큼 오랜만에 꽤 길게 달렸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23년초에 세운 한 해 달리기 목표는 2000km였는데 1246km를 달렸다. 1월과 6월에는 170km를 넘게 달렸지만 7월부터는 많이 줄었다. 그래도 실패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1246km가 어디야. 하지만 올해 상반기 목표는 슬쩍 600km로 잡았다. 월평균 100km. 사진은 23년 연말에 연인과 포토이즘 연남점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사없이 15분동안 자유롭게 찍는 방식이라 각자의 독사진도 한장씩 건졌다. 21년도부터 만났는데 매년 12월말에 사진관에서 같이 사진을 남기고 있다. 23년이 세번째였는..

일상/2023~ 2024.02.15

생존감정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았다. 어머니도 보지 않았다. 지금 그 누구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어머니다. 1500만원, 감당할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주고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한달 반이 지났지만 괜찮아지긴커녕 내가 그 일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만 해도 다행일 지경이다. 화가 난다. 사실상 강도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생 한번에 그런 돈을 써본 적도, 쓸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1500만원을 쓰고 내가 얻은 것은 분노와 좌절감뿐이니까. 그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여유자금의 전부에 해당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던 얼마간의 안정감도 같이 사라졌다. 500만원이라도 쓸 일이 생기면 또 빚을 내는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이미 빚을 1억 4천..

일상/2023~ 2024.02.12

2023년 마지막날

2023년 마지막날 개인회생 종료가 1월 5일인데 1500만원이 부족해서 빚 1억2천이 부활하게 생겼으니 돈을 빌려달라는 카톡이 도착했다. 어머니로부터. 2020년 1월에 딱 1000만원 갖고 이혼하고 서울로 혼자 이사 나왔다. 이사비용이랑 첫 달 월세 내고 나니 900만원 남짓 남았었다. 그나마도 보증금을 안 내도 되도록 배려해준 셰어하우스가 있어서 가능했다. 마침 집 근처 다이소에서 새벽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하루 3시간, 주 6일. 알바하며 지원한 각종 시민단체에서 서류 탈락하고 시에서 운영하는 공간의 공간 지키미 1년 계약직 자리에도 결국 떨어졌다. 와중에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붙기도 힘든데 생각하면 할수록 더이상 하고 싶은 일도 아닌 시민단체나 사회적인 일 카테고리를 포기하기로 했다. ..

일상/2023~ 2024.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