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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오디오북을 들으며 달렸다. 읽을 때와는 달리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더라도 머물지 못하고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어 아쉽다. 오늘은 돌아와서 뒤로 돌려 다시 들었다. “세계는 복수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같은 문장들을 다시 만났다. 오늘 들은 오디오북 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최근 회사에서는 라는 책을 스터디하고 있는데 이 책에 의하면 의외로 개발을 잘 배우는 데는 수학적 사고능력보다 언어능력의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글을 쓸 때처럼 코드를 짤 때도 우리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산다는 것을 명심해야하고 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야한다. 보면 볼수록 코드도 하나의 글이다. 잘 짠 코드는 다른 부연설명..

일상/2020~2022 2022.10.15

윌라 오디오북 체험

마라닉tv 유튜브를 보고 윌라 오디오북 앱을 깔았다. 첫 한달은 무료체험이다. 몇년 전 읽고 참 좋았던 은유 작가님의 을 들으며 달렸다. 서문에서 작가님은 쓰지 않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말씀하신다. 그런 건 정말 기적이다. 달리지 않는 사람이 달리는 사람이 되는 것도 그렇다. 새로운 걸 배우거나 도전하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두발로 일어서고 걷기 위해 수도없이 넘어지고 또 도전하는 사람들. 나 역시 분명 그걸 해낸 끝에 걷고 이렇게 달릴 수도 있게 되었다. 오늘은 문득 아기가 그렇게까지 걷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하는 생각을 했다. 누워만 있어도 기어만 다녀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는데, 누가 걸어야만 밥 준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닌데 왜일까. 왜 ..

일상/2020~2022 2022.10.15

평생운동러

최근 마스터최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몇개 봤다. 특히 인상적인 영상은 노화에 대한 영상이었다. 20대 젊은 사람을 3주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생활하게 했을 때의 산소섭취량의 감소치가 30년이 지난 후에 측정한, 즉 30년의 노화를 통해 일어난 산소섭취량 감소치보다 더 컸다고 한다. 이 실험과 다른 실험, 또 몇몇 할머니의 사례를 들면서 우리가 너무 쉽게 나이 먹어서 체력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어느 정도만큼 사실인지를 파헤친다. 전부터 꽤나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사람들이 나이 먹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진짜로 나이 때문일까? 진짜 갑자기 몇살이 되는 순간 몸이 확 안좋아지는 걸까? 아무리 그렇다는 사람이 많아도 논리적으로 썩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나도 20대 초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그때만큼 안..

일상/2020~2022 2022.10.15

할머니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갔다. 할머니는 누워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이고 아이고 하며 울고 계셨다. 고모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손자 왔는데 왜 우시냐고 아무리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나를 잠깐 알아보셨다가 또 잊으셨다가 하며 계속 우셨다. 한동안 곁에 앉아 손을 잡아드렸다. 고모가 차려주신 저녁밥을 먹는 동안에도 한참 서럽게 우시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할머니는 100년이나 사시는 동안 몇번이나 마음 놓고 울어보셨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자 나도 서러운 마음이 되었다. 살면서 얼마나 서러운 일이 많으셨을까. 십대에 시집 와서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 집에서 시작해 죽어라 농사를 지으셨다. 자식도 일곱을 낳아 여섯을 성인으로 키우셨는데 지금은 셋밖에 안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도 겪으셨다...

일상/2020~2022 2022.09.15

강릉에 갔다

가족들을 보러 강릉에 왔다.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24시간도 안되는 짧은 일정이지만 바다가 잘 보이는 좋은 숙소를 잡았다. 흐린 날씨에도 앞쪽의 구름이 잠시 비켜준 덕에 선명한 달을 볼 수 있었다. 9월 1일에 아이폰13미니를 샀다. 연한 핑크색도 맘에 들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부드럽게 동작하는 완성도높은 UI와 카메라 성능도 참 맘에 든다. 그동안 샤오미 핸드폰을 도합 6년 정도 썼다.(중간에 잠깐 페어폰을 썼다.) 사실상 나에게 스마트폰이란 갤럭시/아이폰이 아니라 샤오미였다. 기기의 절대적인 가격과 가성비를 따지다보면 다른 선택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카드혜택과 할인율과 이자율을 신경 쓰고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지출은 열심히 피하지만 쓸데없지 않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조금 ..

일상/2020~2022 2022.09.15

변화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서 놀랐다. 부랴부랴 긴팔을 꺼내입었다. 문득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 것은 대개 이런 날이다. 그런 날이 오면 어느새 뭔가가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운동방정식들을 배웠다. 처음에는 그 공식들을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풀이를 듣고 또 듣다보니 드디어 뭔가 깨닫는 순간이 왔다. 알고나니 당연하게 느껴진 그것은 변화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항상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좌표계에 영점을 찍어야 위치를 표현할 수 있고 어느 물체를 기준으로 힘과 운동량을 계산할 것인지 결정해야 어떤 값을 어느 공식에 넣어야할지 알 수 있다. 변화란 거의 항상 "시간에 따른 변화"의 줄임말이다. 어느 한 시점의 운동상태와..

일상/2020~2022 2022.08.29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다가

최근 사내 타입스크립트 스터디에 들어갔다. 타입스크립트는 자바스크립트의 확장판같은 건데 타입스크립트로 코딩을 하면 컴퓨터는 그걸 다시 자바스크립트 코드로 바꿔준다.(자바스크립트는 웹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어차피 다시 자바스크립트 코드로 바꿔서 실행할건데 처음부터 자바스크립트로 코딩하지 않고 굳이 타입스크립트로 한 뒤에 변환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타입"에 있다. 타입(데이터타입)에는 "문자열", "숫자", "boolean(참거짓)" 등이 있다. 프로그래밍에서는 어떤 값이 있을 때 그게 어떤 타입인지를 따지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 보통 회원가입할 때 전화번호나 이메일은 특정형식에 맞게 입력하지 않으면 가입이 안되도록 막아서 유저의..

일상/2020~2022 2022.07.24

<계절에 따라 산다>, 모리시타 노리코

"얼마 전에 다도 수업을 하면서 '유록화홍' 족자를 걸었어." "아, 그거..." 마침 3월이었다. 버들은 푸르디푸르게 바람에 너울거리고, 꽃은 선명한 색깔로 피어나는 계절이니까... 그래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간은 이렇게 말했다.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였어." "...응?" "사회에 나가면 벽에 부딪칠 일이 많잖아. 그럴 때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훌륭해 보이기 마련인걸. 졸업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나다운 것을 부정하고 내가 아닌 것이 되려고 해... 하지만 버들은 꽃이 될 수 없고, 꽃도 버들이 될 수 없어. 꽃은 어디까지나 붉게 피어나면 되는 거고, 버들은 어디까지나 푸르게 우거지면 되는 거야." 나 역시도 몇 번이나 그런 적이 있다. 나 같은 건 착실하다는 것 말..

보통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아주 강렬한 꿈을 꿨다. 집에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스쿠터 열쇠를 줘서 "스쿠터는 오랜만이네"하고는 신이 나서 몰고 나간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 내려가다가 급커브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그대로 바다쪽으로 추락한다. 어찌저찌 스쿠터만 바닷속에 빠지고 나는 목숨을 건져서 핸드폰도 뭣도 없이 인도도 없는 그 해안도로를 차를 피해가며 올라가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는데 아버지가 날 혼냈다. 그러게 조심히 타라고 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너무 어이가 없고 서러워서 울면서 대들었다. 그게 방금 죽을 뻔하고 겨우 살아돌아온 아들한테 할 소리냐고. 그러고 있는데 와중에 옆에서는 동생 친구가 와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고, 내 부모님은 거기다 대고..

일상/2020~2022 2022.07.13

나의 여행

어떻게 해야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순간에 지난 1월 읽었던 를 집어들었다. 다섯 달 만에 다시 읽는 책이 갈 곳 잃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 주었다. 그렇게 비슷한 이야기를 숱하게 읽었어도, 읽을 때마다 새로워서 나는 또 새삼스럽게 내가 나의 하루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Today is better than tomorrow. 내일을 기다리는 대신 오늘을 살아야하는데, 과연 그러고 있나. 잘 산다는 게 대체 뭘까? 그건 그냥 내가 오늘 하루를 마음에 들어 하는 그런 일이 아닐까? 우리는 어떤 즐거움을 찾아다녀야 할까? 크든 작든 내가 느낀 즐거움들에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는 게 아닐까? 언제 즐거운지, 언제 웃었는지 기억하고 산다면 그걸로 충분한 인생일지 모른다...

일상/2020~2022 2022.06.28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하여

15년 전 고등학생이 되면서 부모님 집을 떠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말로 혼자 거주한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기숙사나 하숙집에는 늘 룸메이트가 있었다. 혼자 살기 위한 월셋방을 얻은 적도 있었는데 이사 한달만에 갑작스레 살 곳이 없어진 친구가 들어와 같이 살게 되기도 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한 방에 살게 되는 기숙사 생활이 제일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특히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제일 편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은 그리 편하진 않았지만 견딜 만은 했다. 갑자기 같이 살게 됐던 친구는 꽤 친한 친구인데도 그리 쉽지 않았다. 결혼해서 같이 사는 게 제일 힘들었다. 물론 누구와 같이 산다는 것 외에도 그 시기마다 ..

일상/2020~2022 2022.06.26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내 독서모임의 첫번째 모임 도서다. CTO님이 구글 출신이셔서 구글문화 도입에 적극적이다. 앞부분에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팀을 생산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의도치 않게) 이런 안전감을 저해할 수 있는지 예까지 들어놨다. 활동가로 일하는 동안 많은 단체들이나 공공조직들이 구성원들에게 안전하게 느껴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봐왔다. 대개 그것이 옳고 인도적인 일이라 생각하면서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조직원들 입장에서도 사기업에 비해 더 인간적으로 존중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글로벌 ..

일상/2020~2022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