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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와 책 <나는 안전합니다>

그제는 영화 브로커를 봤고 어제는 를 읽었다. 심이경 작가님의 심리상담과 치유과정에서의 사고의 흐름이 내가 경험한 것과 비슷해서 놀랐다. 나는 범죄의 피해를 입거나 유기공포나 부모의 폭언에 노출되지도 않았으나 결국 도착했던 심리 상태는 비슷한 데가 있었다. 이런 피해를 겪은 사람조차도 물리적으로 더 큰 신체적 폭력을 당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별것도 아닌 일로 왜 이렇게 긴 시간 아파하냐고 자신을 다그쳤다고 한다. 내가 더 잘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고 자신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비난하는 일, 나도 자주 하던 일이다. “이혼은 불행한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를 구조했다는 의미이면서 더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실천이었다.” 나는..

일상/2020~2022 2022.12.25

김성은, <점자로 쓴 다이어리>

김성은 작가님의 를 읽었다. 작가님은 물처럼 살고 싶다며 “작은 얼음 틀에 갇혀서 꽁꽁 얼어버린 얼음 조각같이 좁고 뾰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크고 넓은 곳을 향해 유연하게 흘러가도 좋았을 지난날들이 후회스럽다.”고 쓰셨다. 물과 대비되는 특성을 얼음에 비유하신 것이 절묘하게 느껴졌다. 얼음은 물과 매우 다르게 느껴지지만 실은 물의 다른 상태일 뿐이지 않은가. 온도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얼음은 녹아 물이 된다. 몇 도쯤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이 뾰족하고 단단하게 얼어있다면 얼음만 탓할 일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가거나, 나에게 온기를 줄 수 있는 무엇들을 가까이 둘 일이다.

내년 3월, 풀코스에 도전합니다.

내년 3월 19일 생애 최초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다. 내일은 풀코스 완주를 위한 100일간의 마라닉tv와 함께하는 동마프렌즈 훈련이 시작되는 날! 최근 이 회사로 옮길 때 가장 매력포인트였던 CTO님의 퇴사 소식과 다른 시니어급 개발자들의 퇴사 소식. 그리고 그 퇴사의 이유, 그 퇴사들이 앞으로 회사의 개발조직에 가져올 영향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다소 심란하다.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굉장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우리 회사가 제품의 질만 높일 수 있다면 이 시장에서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에 있다. 제품의 질은 우리 제품에 대한 올바른 방향설정과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개발팀의 생산성에 달려있다. 개발생산성이 나오려면 인프라와 코드품질 개선이 너무 시급한 상황이다..

일상/2020~2022 2022.12.25

타임 투 런

"민티런 MintyRun"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달리기 영상을 자주 보다보니 유튜브에 다양한 달리기 관련 채널의 영상들이 뜬다. 그렇게 몇 개의 영상을 보며 알게 된 채널이다. 어제도 우연히 영상을 보다가 오늘 타임투런이라는 비대면 마라톤대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타임투런은 민티런 채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함께 같은 시간동안 달리는 대회다. 다른 마라톤 대회들이 보통 거리를 기준으로 달리지만 타임투런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다만 다 같이 한 시간동안 달리는 것이다. 참신하고 재밌겠다 싶었다. 게다가 민티런 유튜버님이 내가 예전 영상에다 질문 댓글을 달았는데 거기에 세심한 답변까지 달아주셔서 더더욱 호감이 갔다. 평상시에 걸리적거리는 것도 싫고 음악에 따라 페이스가 영향을 받..

일상/2020~2022 2022.11.26

성큼성큼

마라톤 풀코스는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도전하기엔 너무 먼 목표처럼 느껴졌다. 처음 10키로 대회에서 완주했던 20대때도 풀코스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한 10년짜리 목표처럼 보였다. 그러나 거의 매일같이 달리기 시작하자 두 달만에 어느새 10키로를 넘어 15키로를 뛸 수 있게 됐다. 15키로를 다 달리니 하프마라톤 정도는 지금도 컨디션만 괜찮으면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었다.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면 그대로 몇달만 더 꾸준히 뛰면 풀코스 완주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지 않을까? 신기하다. 그렇게나 멀어보이고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던 목표가 이렇게 성큼성큼 다가온다는 게. 작은 일과 작은 목표들을 반복하는 것이 큰 목표를 이루는 방법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그걸 매일의 일상 속..

일상/2020~2022 2022.11.26

<페미니즘으로 다시 쓰는 공주 이야기>

인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야기가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이야기에 열광하고 결국 이야기로 남는 존재다. 올해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펼쳐진 스토리는 만화보다 더 만화 같았다. 늘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평가받았지만 유독 롤드컵과는 연이 없었던 10년차 프로게이머의 은퇴 전 마지막 도전. 국내리그 정규시즌 중위권 성적으로 롤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것부터 난관의 시작이었던 팀 DRX가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 올라온 팀들을 꺾으며 점점 성장하더니 올해 내내 만날 때마다 졌던 우승후보들을 모두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세계 수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도 없는 남의 일에 눈물을 줄줄 흘리게 하는 힘이 대체 어디서 올까...

꿈과 트라우마

꿈을 잘 기억 못하는 편인데, 오늘 아침엔 꿈 속에서 느낀 감정이 강렬해서인지 깨고나서도 그 감정에 휩싸여있는 걸 느꼈다. 강렬한 감정은 기억에 잘 남는다. 꿈에서 이번 일본여행을 같이 갔던 연인과 연인의 언니커플이 나왔다. 넷이서 걷다가 가게에 들러 음료와 빵같은 걸 샀는데, 나는 왜인지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내 빵을 연인에게 줬다. 그러자 연인이 바로 빵 하나를 언니의 애인에게 줬다. 언니의 애인인 그 형님은 다시 나에게 빵을 줬다. 얼떨떨하고 서운했다. 형님에게 받은 빵을 들고 천천히 걸었더니 셋이 앞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 연인이 혼자 속도를 늦추는 게 보였다.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는구나 하고 기분이 다시 좋아지려고하던 찰나,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연인이 왜 이렇게 혼자 처지냐며 쏘아붙이고는 ..

일상/2020~2022 2022.11.08

유후인 온천 료칸

어제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자 (이젠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일본여행을 왔다.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 비행시간은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온천마을인 유후인까지 버스로 약 2시간. 연인과 연인의 언니 커플과 함께라 총 네 사람이다. 예약해두었던 숙소에 짐을 풀고 편의점에서 장을 본 뒤 연인과 둘이서 동네를 달렸다. 달리는 김에 긴린코 호수도 구경하며 달릴까했는데 달리는 중에는 지도를 열심히 보지 않았더니 천을 따라 달리다 긴린코 호수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놓쳐 호수는 못 봤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호수는 내일 다 같이 구경할 예정이어서이기도 하지만 호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웠다. 인구 3만에 한 해 관광객은 약 400만이라는 유후인. 단풍이..

일상/2020~2022 2022.11.08

달리기의 목적

어제도 달렸다. 9월 22일부터 어제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달리고 있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마라닉tv라는 유튜브를 자주 보고 있다. 매일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마라닉tv의 영향이 컸다. 이전에는 자주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한두 번 달리다말다 했었다. 어제는 30일, 100일간의 매일달리기 영상으로 유명해진(현재는 1000일이 넘었다) 마라닉tv에서 그 당시 자신을 따라하다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급하게 찍은 영상을 봤다. 자신은 그 전에도 이미 8년간 달리기를 어느 정도 즐기던 사람이었으며 매일 달리지만 휴식 개념으로 3킬로 이하 정도로 짧게만 달리는 날들을 꼭 섞는다고. 통증이 생긴다면 회복할 시간을 달라는 몸의 신호이니 의지로 이겨내지 말라고. 자신에게 맞는 거리와 속도는 다 다..

일상/2020~2022 2022.11.08

범고래런

어제 비대면마라톤 범고래런 기록측정 러닝을 했다. 범고래런이라는 게 있다며 불을 지핀 동료, 체력 좋고 내기와 승부를 좋아하는 동료, 달리기는 덤이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동료 등 같이 신청한 직장동료 개발자들과 5, 10킬로미터를 같이 뛰었다. 넷 다 처음 가보는 청라호수공원에서.(다른 동료개발자가 뛰기 좋다며 추천했지만 본인은 돈을 받고도 뛰기 싫다고ㅋㅋ) 어딘가 소풍가는 것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소풍과 크게 다를 게 없었고. 날씨도 좋고 공원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같이 먹은 음식도 맛있었다. 달리기하고나면 이상하게 기분좋은 그 상태로 같이 저녁 먹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동료 덕에 집까지 편안하게 왔다. 개인적으로는 20대중반에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에서 세웠던 10킬로미터 가록을 깨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일상/2020~2022 2022.10.15

러닝화를 사다

매일 달린지 17일째가 되었다. 러닝화 추천영상 열심히 보고 고른 써코니 엔돌핀 스피드3가 와서 처음으로 신고 뛰어봤다. 오랜만에 10킬로를 뛰고 싶었는데 신발끈도 풀리고 해서 결국 멈췄다. 확실히 쿠션감이 좋은 러닝화를 신고 달리니 전반적으로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다 뛰고나서도 덜 힘든 느낌! 신발끈 묶는 법을 새삼스럽게 유튜브에 찾아봤는데 확실히 도움 되는 팁을 얻었다. 아래에서부터 끈을 다 꽉꽉 조이면 달리는 동안 발이 붓게 되면 너무 조이게 된다는 것과 양쪽에 다 리본을 만든 채로 묶으면 잘 풀린다는 것. 내일은 10킬로를 달려봐야지.

일상/2020~2022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