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갔다. 할머니는 누워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이고 아이고 하며 울고 계셨다. 고모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손자 왔는데 왜 우시냐고 아무리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나를 잠깐 알아보셨다가 또 잊으셨다가 하며 계속 우셨다. 한동안 곁에 앉아 손을 잡아드렸다. 고모가 차려주신 저녁밥을 먹는 동안에도 한참 서럽게 우시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할머니는 100년이나 사시는 동안 몇번이나 마음 놓고 울어보셨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자 나도 서러운 마음이 되었다. 살면서 얼마나 서러운 일이 많으셨을까. 십대에 시집 와서 다 쓰러져가는 단칸방 집에서 시작해 죽어라 농사를 지으셨다. 자식도 일곱을 낳아 여섯을 성인으로 키우셨는데 지금은 셋밖에 안 남았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전쟁도 겪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