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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대모험 (feat. 우체국 택배 주소 잘못 입력했을 때, 이미 발송된 우체국 택배 수령주소 변경 주소지 변경) - 배드엔딩

## 아래에 내용 정리 있음 ## 새우구이를 먹고 싶다는 전직장동료들의 집들이를 위해 네이버쇼핑에서 새우를 주문했다. 저렴한 곳을 비교하고 어쩌고해서 열심히 흰다리새우 1kg을 두 박스를 주문했다. 토요일에 집들이를 하는데, 주문 다음날 도착한다고 하긴 하지만, 새벽배송은 아니라서 몇시에 도착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집들이가 점심이기에 혹시라도 점심때 도착을 안할까봐 냉동새우 1kg 한 박스는 목요일 출발해서 금요일에 미리 도착하게, 생새우 1kg 한 박스는 금요일에 출발해서 토요일 당일 도착하게 주문했다. 금요일 점심 즈음, 전화를 받았다. 택배가 도착했다고. 근데 뭐지? 어째서 내 새우가 성북동으로 간 것이지?! 이제 보니 예전 살던 성북동 주소로 새우를 주문한 것이다. 네이버쇼핑 기본주소지를 옮..

일상/2020~2022 2021.11.12

질투

지금까지 그래도 몇번의 연애를 해왔는데, 질투라는 감정을 제대로 보여준 사람이 없었다. 나 역시 질투를 그리 많이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 질투라는 감정이 낯설고 불편하다. 이전에는 나나 상대방이 질투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성숙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질투라는 감정은 상대가 날 떠날까봐 불안하거나,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에서 기인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재인이 그저 반찬가게에 온 남자 손님과 대화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투가 올라오는 걸 기억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신뢰하는 사람이고 그 어느 때보다 안정감을 주는 관계 속에 있는데 여태껏 제대로 경험해본 적도 없는 질투도 같이 경험하고 있다. 타인들이 맺는 관계나 여러 매체에서 묘사되는..

일상/2020~2022 2021.11.11

잘 살고 있다는 감각

잘 산다는 게 무엇일까? 내가 이용하는 가계부 서비스의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잘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이냐,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걸 보고 나는 "내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라는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그게 꽤 중요한 일인가보다. 내가 잘 살고 있다고 느낄 때는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기쁠 때이다. 의식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같은 건 없었고 그때도 분명 그 나름의 고민과 힘듦은 있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고, 그게 좋았다.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스르륵 잠에 들었고, 아침이면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을 좋아했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삶에서, 일상에서, 미래에 기대하는 일들이..

일상/2020~2022 2021.11.10

설거지

어제 재인이 아침에 밥을 준비해주어서 출근 전에 잠을 좀 더 잘 수 있었다. 재인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집에 가서 낮잠을 자겠다고 했다. 그 사랑이 참 고마웠다.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따뜻했다. 근데 밥을 먹고나서 설거지도 재인이 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은 집으로 가니까, 금방 씻을 수 있고 나는 출근하니까 씻는 동안 설거지를 해두겠다고. 그렇게 해서 설거지도 재인이 해주었다. 어제 저녁때 만나서 시타의숲 빵정식을 맛있게 먹고 걸으며 이야기 나누었는데, 어쩐지 방어하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설거지에 닿았다. 너무 편하고 행복했는데, 동시에 아내의 가사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매일같이 받던 여전히 흔한 가부장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자기 밥과..

일상/2020~2022 2021.11.06

불편한 얘기니까 불편한 게 당연하다

어려운 거니까 어려운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마음이 힘든 것이 이상한 것도 못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불편한 얘기니까 불편한 게 당연하다. 불편하다고 느끼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불편한 마음를 회피하려고 엉뚱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불편한 마음을 잘 생각해보는 것이다. 불편해하는 내 마음을 탓하느라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 말자. 여전히 내가 뭔가를 망칠까봐 두려운 마음이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따뜻함에 익숙해지기를 바랐고 동시에 당연해져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한켠에 있었다.

일상/2020~2022 2021.10.28

세상에 내가 있을 곳이 있다

이사온지 11일차. 이사 온 아파트에는 고양이가 많다. 고양이들이 주민들과 특히 아이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마주치는 일상의 풍경들이 나쁘지 않다. 2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아직 어색하고 어수선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정말로 나의 집을 갖게 된 것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정말 나만의 공간이구나, 싶은. 물건도 거의 가진 게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사고 있다. 이렇게까지 매일매일 물건을 사들인 적은 인생에 없다. 수많은 물건 중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는 일은 상당히 지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고르고 고른 것들로 내 집을 내 마음에 쏙 들게 채워나가는 건 무척 기쁜 마음이 드는 일이다. 어찌 이런 재미를 모르고 살..

일상/2020~2022 2021.10.28

따뜻한 맛

내일모레 이사를 간다. 그래서 냉장고를 계속 비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저녁으로 오랜만에 라면을 먹었다. 전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먹기도 했던. 단호박포타쥬와 샌드위치를 받았다. 샌드위치에서는 신기하게도 따뜻한 맛이 났다. 아마 재인이 "따뜻한 맛"이라는 말을 함께 건넸기 때문일 거다. 단호박포타쥬에도 "사랑하는 이에게 먹이고 싶어서", "이사 가기 전에도 챙겨먹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말들이 마음을 담고 함께 따라왔다. 바깥의 기온은 내려가고 있지만 내 삶의 온도는 올라가고 있는 나날이다. 이종범 작가님의 에 보면 난생처음 외국에 간 알래스카 청년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 첫 마디는 "이렇게 안 추울 수도 있는 거였군요"라고 한다. 새벽 5시 40분, 눈을 뜨자마자 사랑을 가득 먹었다. 샌드위치..

일상/2020~2022 2021.10.14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방법

지하철에서 책 읽다 울컥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날 정도인가.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방법 1. 나는 당신의 화를 봅니다. 2. 당신이 화가 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3. 당신의 화를 인정합니다. 4. 그리고 나는 증인으로서 이 상황을 보았으니 이제 가셔도 됩니다. - , 정은혜

일상/2020~2022 2021.10.13

예술은 하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

"예술은 하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 여태 미루다 재인이 빌려주어서 얼마 전 드디어 읽었던 홍승은 작가님의 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카페에서 '누구나 예술가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계속 되뇌었던 말이라고 쓰셨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의 말들을 들을 때마다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울림이 컸다. 그래도 역시 추상적인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살다보면 종종 그게 무슨 뜻인지 느껴지게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 이 사람은 정말 사는 게 예술이구나, 랄까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들. 글로 만난 사람 중에는 '황안나' 작가님이 있다. 40년생인 작가님은 "맛있게 살기"라는 제목의 네이버블로그를 오래 운영하시기도 했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작가님은 내게 오래도록 잊히지..

일상/2020~2022 2021.10.10

결혼식 대신 결혼 전시

애정하고 존경하는 커플의 결혼전시에 갔다.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만났다. "관계에서 버림받을까봐 걱정하지도 자유를 잃을까봐 두려워하지도 않고 세상과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있을 때 우리는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싸움의 기술», 정은혜 내가 보는 둘의 사랑이 이런 모습이다. 오늘도 한쪽은 상대에게 함부로 선을 넘지 않고 존중하는 법을, 다른쪽은 상대에게 사과하고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사람들. 먼발치에서 보이는 것만 지켜볼 따름이지만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서로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들에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쁘고 다행이다.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보고 알고 느낄 수 있어서 고맙다. 어떤 ..

일상/2020~2022 2021.10.10

심리상담 3 - 6 - 일기 1일차

오늘은 애정하고 존경하는 커플이 결혼식 대신 진행한 결혼전시에 갔다. 그 전에는 빨래를 돌려서 널어놓았다. 결혼전시에서는 전시를 찬찬히 돌아보고 감동했고, 오랜만에 만난 결혼당사자 친구들과 반갑게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내가 남긴 방명록을 읽고 무척 감동했다고 신랑 친구와 신부 친구 모두 말해주어서 기뻤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부터 참 건강하고 좋은 관계처럼 보였고 부러워하기도 한 관계였다. 오늘 결혼전시를 보면서도 울컥할만큼 감동적이고 좋았다. 둘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 좋은 관계라는 게 느껴지고 두 사람 다 서로 덕분에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전시에 그대로 쓰여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예전에는 부러움과 동경,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여전..

일상/심리상담 2021.10.10

심리상담 3 - 6

이사 준비로 정신없다는 이야기와 전주에 나누었던 일들에 대한 근황을 나누고나서, 그림을 그렸다. 둥지와 새 그림이었다. 솔직히 이걸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일단 최대한 그런 말은 하지 않고 나름대로 그렸다. 그림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가족관계와 애착유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 가족은, 정확히는 17살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제외하고 나와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 사이가 나쁘다고는 절대 할 수 없으나, 어머니와는 뭐랄까 서로 간섭하지 않고자 하는 사이에 가깝다. 가끔 생신이나 어버이날이나 명절같은 때 연락을 전혀 하지 않으면 좀 서운해하시긴 하지만 그 정도 외에는 딱히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느낌의 관계다. 그래..

일상/심리상담 202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