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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몇달 전 13000원에 혹해 코인거래소앱을 설치했었다. 만원은 인출(와중에 인출수수료 1000원)하고 나머지 3천원 정도로 귀엽게 75원짜리 트론이라는 코인을 샀었더랬다. 금액도 귀엽고 어차피 공짜로 받은 돈이어서 1-2주에 한번 심심풀이 삼아 들어가봤다. 그 몇달 뒤 카카오톡에서 클립이벤트로 클레이튼 코인을 12코인 얻게 됐다. 당시 1클레이당 1500원이었는데 1300원까지 내려갔다가 1800~1900원에 한동안 머물러있었다.(트론은 150원까지 갔다가 120원 정도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다 12월 3일 갑자기 모든 코인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다시 올라올 거 같아서 돈을 좀 넣었다. 올라오고 있다가 내가 넣자마자 다시 좀 떨어졌는데 그래도 하루이틀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었다. 1650..

일상/2020~2022 2021.12.17

1500원 짜리

1월에 제주도에 갈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 새벽부터 '비자림'을 검색했다.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가본 적은 없고, 겨울에는 어떤 모습일까 싶어서. 근데 첫번째 누른 블로그 후기에서 이런 글을 만났다. 보자마자 충격 받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감상이나 생각들이 올라왔다. 얼마나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서 비교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제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값이 싸면 가치가 없고, 그저 그런 것이어도 비싼 가격을 매겨놓으면 좋게 느껴질까. 밤하늘의 달과 별을 구경하는 것은 0원인데, 그들에게 달과 별 구경이란 얼마나 "뭐 없는" 걸까. 이 후기를 쓰신 분이 만약 비자림까지 가기 전 이전 방문지에서 이 아저씨들의 대화를 들었다면, 만약 "야 우리 다음에 가기로 했던 비자림 ..

일상/2020~2022 2021.12.10

피아노 연주회

2008년 이후로는 얼굴은 고사하고 따로 메시지도 주고받은 적없는 고등학교 친구의 피아노 연주회에 갔다. 친구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무슨 바람인지 별 고민도 없이 DM을 보냈다. 그래도 신기하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서로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친구는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나는 어떤 것을 기대해야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 일상에서 누군가가 눈앞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볼 일은 좀처럼 없단 걸 새삼 깨달았다. 하물며 클래식은 더더욱.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로는 손열음도 볼 수 있지만. 가사도 없이, 피아노 한 대와 사람 한 명이 전부. 딱히 설명도 없이 바로 연주가 시작..

일상/2020~2022 2021.12.05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해

우리는 종종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해"라고 말한다. 그건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니가 힘들 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이니까. 마음을 쓰는 말이다. 나도 종종 한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니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얘기할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가 힘들고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매일같이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아닐까싶다. 그 사람이 나를 듣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대개는 가장 사소한 이야기를 매일같이 나누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이야기도 나누게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사소한 이야기라도 마음을 담은 이야기여야 한다. 사소한 이야기를 매일같이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이라면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

일상/2020~2022 2021.11.30

일주일에 7일

만나는 모든 날을 단순히 "몇월 몇일 어디에서 만났다" 정도만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처음엔 우리가 하도 걸어서 같이 몇 킬로미터나 걷는지 한번 세어보자고해서 시작된 기록이다. 요즘은 거리는 기록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언제 만났는지 기억하고 싶어서 노션에다 만나는 날들을 간단하게나마 계속 적어두고 있다. 지난주에는 단 하루도 얼굴을 보지 않은 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일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자책하며 살았다. 그렇지만 돌아서 후회하는 순간들이 쌓이고 의식적으로 조심한다해도 늘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말이 많은 것을 후회하는 것도 지겨워서 나중엔 수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긍정하려 애쓰며 너스레를 떨고 다녔다. 말이 없어진 것은..

일상/2020~2022 2021.11.30

간지럼태우기

양다솔 작가님의 간지럼태우기라는 책을 저자 사인까지 받아서 선물 받았다. 적어주신 익살스러운 문구에 웃으며 책장을 넘겼으나 서문을 다 읽기도 전에 이 문장들을 만났다. 길을 걷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추듯, "나는 다른 나를 상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는 문장에 멈추어 오래오래 눈길을 주었다. 그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과거의 내가 느꼈던 어떤 기분, 느낌들, 연관된 기억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고 딸려올라왔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없으므로 책장을 덮었다. 최근에 책에 밑줄을 그으며 날짜를 적어넣어보았다. 언제 그은 밑줄인지를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오랫동안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사람이었고 책을 접거나 밑줄을 긋는 일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쩐 일인..

무엇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지에 대한 보고서

와우, 여러모로 몹시 흥미로운 보고서다. 공유해주신 분들께서 좋은 인사이트를 주신 덕분에 나도 표에 보이는 순서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내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돈(물질적 부)을 택한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의외로 조사결과를 들어가서보면 다른 나라들의 사람들이 물질적 부에 대해 언급(mentioned)한 비율이 결코 한국보다 적지 않다. 다만 그걸 언급하면서 다른 것들도 여러 개 복수선택했기 때문에 그게 1위로 쉽게 부각되지 않고 복수선택한 다른 선택지들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정말 특이한 점은 한국(그리고 일본 정도)은 여러 개를 고를 수 있는데도, 단 하나의 삶의 가치만 응답한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한..

일상/2020~2022 2021.11.30

2호선을 타고

2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7시인 지금 벌써 날이 어두워 까만 한강물에 불빛이 일렁이는 것이 너무 예뻐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이제는 나도 모르게 그가 떠오른다. 정혜신 선생님의 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4-5개월 전에 처음 읽으면서 너무 펑펑 울어서 과연 다시 읽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책이다. 여전히 울컥했지만, 몇달전의 내가 그어둔 밑줄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5일간 불편을 감수하며 연습 중이던 딩굴키보드에서 다시 쿼티자판으로 돌아왔다. 단순히 불편하고 좀 느린 걸 넘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만큼 표현할 수 없다는 제한됨의 감각이 생각보다 컸다. 내 핸드폰 쿼티자판의 속도가 생각보다 ..

일상/2020~2022 2021.11.21

냉장고를 보다가

아침에 냉장고를 보다가 터무니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터무니없는' 이라는 말이 떠오른 건 최근 강아솔 노래모음을 유튜브로 듣는데 영상제목에 "터무니없이 아름다웠던"이라는 말이 있어서일 것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랑이란 게 원래 어느 정도는 터무니없는 거 아닌가 싶다. 아침에 수능에 대한 얘길 잠깐 나눴다. 수능에 인생이 걸려있다고 믿는 어른들은 대체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수능에 다 걸기에는 인생은 훨씬 더 다양한 맛 아닐까. 이 글을 딩굴키보드로 썼다(가 인스타그램 앱 오류로 날려먹어서 컴퓨터로 다시 썼지만). 핸드폰으로 쿼티자판을 쓰는 것이 키가 작아서 잘못 눌리는 일이 많아 불편했지만 대안을 몰랐다. 우연히 누군가 딩굴과 모아키를 알려주어서 시도..

일상/2020~2022 2021.11.21

오랜만에 보는 친구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아마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친구를 만났다. 얼굴이나 헤어스타일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몸이나 걸음걸이는 그때보다 탄탄하고 건강해보였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이 지나서 보는 것치고는 어색함이 크지 않았다. 목소리나 말투는 내 기억보다 조금 더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사람과는 못 본 세월만큼 쌓인 할 얘기가 끝도없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오히려 할말을 찾기가 어렵다. 매일 만나는 사람, 자주 이야기 나누는 사람과 오히려 할말이 많다. 재밌는 일이다. 그만큼 대화를 잘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가면갈수록 더 깨닫는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동안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일상/2020~2022 2021.11.18

신입 개발자

지난주에 회사에 신입 개발자분이 한 분 들어왔다. 나이는 몇 살인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비슷한 또래일 것 같다. 항공, 여행쪽에서 꽤 오래 일하셨는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잘 이해를 못했지만, 작년 코로나 이후로 회사가 힘들어져서 마지막에는 영업부서까지 갔다가 결국 그만두셨다고 했다. 그 뒤에 학원에서 6개월 코딩을 배워 우리 회사에 개발자로서는 첫 직장으로 입사했다. 개발자로서는 첫 직장이지만 여행관련업계 경력이 있으므로 이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고 기본적으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서 뽑으신 것 같다. 그건 분명 높이 평가할만한 데가 있는 경험이다.(요즘 경력 개발자뽑기가 워낙 힘든 탓도 있지만, 우리 팀장님은 기술적인 건 들어와서 가르치면..

일상/2020~2022 2021.11.16

나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새벽 5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가를 하고, 최근 듣고 있는 파이썬 데이터분석 기초 강의를 들었다. 지난 강의를 다시 들으며 내용을 기술블로그에 정리하면서 복습을 했다. 그러다보니 6시쯤에 이미 몹시 배가 고파졌다. 남아있던 밥과 국을 데우면서 초코 그 자체인 휘낭시에를 하나 집어먹었다. 밥을 차려 먹으며 강아솔 노래를 틀어두었다. 매일의고백이 흘러나왔다. 분명 이미 백번도 더 들은 노래일텐데 세상에 홀로 깨있는 것같은 조용한 새벽의 분위기를 타고 새삼스럽게 어떤 가사가 마음의 문을 두드려왔다. "나보다 강한 마음으로 날 지켜봐 줬던 너를 생각하며"라는 가사였다. 우리 모두는 삶의 어느 장소에서,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된다. 나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나를 지켜봐줄 사람이 필요한 순간. 나보다 더 나를 믿..

일상/2020~2022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