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무엇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지에 대한 보고서

참참. 2021. 11. 30. 04:13
 
 
와우, 여러모로 몹시 흥미로운 보고서다. 공유해주신 분들께서 좋은 인사이트를 주신 덕분에 나도 표에 보이는 순서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내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돈(물질적 부)을 택한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의외로 조사결과를 들어가서보면 다른 나라들의 사람들이 물질적 부에 대해 언급(mentioned)한 비율이 결코 한국보다 적지 않다. 다만 그걸 언급하면서 다른 것들도 여러 개 복수선택했기 때문에 그게 1위로 쉽게 부각되지 않고 복수선택한 다른 선택지들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정말 특이한 점은 한국(그리고 일본 정도)은 여러 개를 고를 수 있는데도, 단 하나의 삶의 가치만 응답한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한국이 1위로, 62%)이다.
왜일까하고 혼자 잠깐 생각해봤는데, 그만큼 여러 개를 추구할 여유가 없다는 뜻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가지려면 다른 모든 걸 포기해야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흔한 사고방식이자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수능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면 그 공부 외의 모든 즐거움은 당.연.히. 포기해야하는 것으로 여긴다. 연애도, 취미도, 운동도, 건강도, 가족도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에너지는 다 사치의 영역으로 손쉽게 치부해버리고 "목표에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거라고 스스로 비난해버린다.
꼭 시험준비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창업을 하든 직장생활을 하든 활동가로 운동을 하든 뭘 하든 그런 태도로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소스를 좀 더 다양화/다변화/다각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게 문화적인 이유나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단 하나에만 올인해도 그 하나를 이루기도 힘든 상황 속에 있으니까 그런 선택이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모든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포기하고 준비하는 시험에 붙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른 모든 걸 포기하고 경제적 안정만 추구한다해도 내 소유의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워보이는 지경이라면 심리적,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는 게 쉬울 리 없다.
그리고 직업/커리어가 삶을 의미있게 만든다고 언급한 사람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고작 6%(물론 이것도 복수선택이 적은 영향 탓에 전반적으로 비율이 다 낮게 나온 영향이 있지만 그렇게 봐도 낮은 것 같다)다. 경제적 안정성, 물질적 부를 단 하나의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라 여기고 집중하는 사람은 많은데 직업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없다. 좋은 직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고, 직업에서 얻는 경제적인 수입으로는 삶이 지속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을 만큼의 물질적 부를 얻을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직업에서 의미를 찾길 포기하게 된 건가. 그 결과는 주식과 코인과 부동산일까.
 
21.11.22 페이스북
 

이 보고서는 단순히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한국인들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으로 물질적 부(돈, 경제적 안정성)를 뽑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것 외에 살펴볼 부분이 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보고서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 설문은 '복수응답'이 가능한 질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돈'과 가족을 함께 고른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고서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들은 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에서 복수응답을 하지 않고 단 하나의 항목만 응답한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었습니다.(62%, 이 수치에서 일본만 비슷한 수준이고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 좀 생각해볼 거리가 있을 거 같아요. 정작 '물질적 부'가 삶에 의미를 주는 항목이라고 언급한 비율 자체는 다른 나라보다 그리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거든요?( 100% 중 7%는 잘 모르겠다 또는 응답 거부, 물질적 부를 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사람은 100% 중 19%, 다른 나라 사람들도 보면 12%에서 많게는 40%까지도 물질적 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근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물질적 부뿐만 아니라 다른 가치들을 복수응답한 경우가 훨씬 많아서 다른 나라에서는 가장 많이 언급된 가치가 아닌데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복수응답을 하지 않고 단 하나씩만 고른 경우가 많고 그 단 하나가 물질적 부이다보니 1위가 물질적 부가 되었네요. 물질적 부를 삶에 의미를 주는 항목이라고 체크한 사람의 비율 자체는 19%로 어찌 보면 다른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한국에서 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의 의미가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친구/관계, 연애, 가족, 건강, 반려동물, 취미생활 등은 '사치'의 영역으로 치부해버리는 게 우리에겐 참 익숙한 거 같아요. (근데 그게 단순히 문화적인 요인이나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단 그렇게까지 하면서 준비해도 붙기가 쉽지가 않다는 게 또 이 사회의 현실이라 그렇게 되는 것 같고요.)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직업'과 '친구/커뮤니티' 항목이 한국에서는 공동 5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실제 응답비율로 찾아봐도 굉장히 낮은 걸 볼 수 있는데, 이것도 특이한 점인 거 같아요. 물론 복수응답 자체를 적게 한 것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치가 낮은 점은 고려해야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도 굉장히 낮거든요.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이나 친구/인간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않게 되어가고 있는 것은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봐야할까요?

여러분은 이 항목들 중 어떤어떤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얻고 계신가요?
가족/아이들, 연애/로맨틱파트너, 친구/커뮤니티/다른관계들, 봉사(Service), 사회(Society,Places and institutions), 물질적부(Material well-being, stability and quality of life), 은퇴(Retirement), 자유/독립(Freedom and independence), 직업(Occupation and career), 교육/배우는것(Education and learning), 자연(Nature and the outdoors), 반려동물(Pets), 영성/신앙/믿음(Spirituality, faith and religion), 신체적/정신적건강, 취미(Hobbies and recreation), 여행/새로운경험, 도전, 코로나19, Something generally positive

원문 보고서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1/11/18/what-makes-life-meaningful-views-from-17-advanced-economies/?fbclid=IwAR2C5QJ2iKUYQe4w6g8GPGJE5rt1WbERrxpn7rjxlNwTWnwHgdgvPReCAKA

 

21.11.23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주일에 7일  (0) 2021.11.30
2호선을 타고  (0) 2021.11.21
냉장고를 보다가  (0) 202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