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심리상담

심리상담 3 - 6 - 일기 1일차

참참. 2021. 10. 10. 00:00

 

오늘은 애정하고 존경하는 커플이 결혼식 대신 진행한 결혼전시에 갔다. 그 전에는 빨래를 돌려서 널어놓았다. 결혼전시에서는 전시를 찬찬히 돌아보고 감동했고, 오랜만에 만난 결혼당사자 친구들과 반갑게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내가 남긴 방명록을 읽고 무척 감동했다고 신랑 친구와 신부 친구 모두 말해주어서 기뻤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부터 참 건강하고 좋은 관계처럼 보였고 부러워하기도 한 관계였다.

오늘 결혼전시를 보면서도 울컥할만큼 감동적이고 좋았다. 둘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 좋은 관계라는 게 느껴지고 두 사람 다 서로 덕분에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전시에 그대로 쓰여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예전에는 부러움과 동경,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여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 두 사람과 둘의 관계에 대해 부럽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도 두 사람의 관계 못지 않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분명히 깨닫고 있는 감각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공무원 시험을 몇년째 준비하고 도전하고 있는 친구를 잠시 만나서 램카드와 회사에서 받은 김 몇 봉지를 전해줬다. 나에게는 필요없는데 혹시 필요할까 싶어 물어봤더니 주면 쓰겠다고 해서 줬다. 고등학교 친구이고 잠깐 같이 살았던 적도 있는 친구라 좀 마음이 쓰이는 친구다. 내가 이사가는 토요일에 시험을 본다고 했고 시험 끝나면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과 시간 잡아서 한번 보자고 얘기하고 화이팅을 외치며 헤어졌다. 진심으로 시험에 붙길 바라고 시험에 붙든 안 붙든 일상을 더 잘 돌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친구다. 한편으로는 정말 시험에 붙고 공무원이 되면 우리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더 바빠지거나 혹은 어떤 마음의 변화로 더 볼일이 없고 할 얘기도 없는 사이가 되진 않으려나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상담을 한 뒤에는 상담한 내용을 잠깐 생각해보고 카페에서 책을 좀 읽었다. 정은혜 선생님의 <싸움의 기술>이라는 책인데 두번째 읽고 있는데 다시 봐도 굉장히 좋다. 심리치료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상담과 연결이 되기도 하고, 싸움에 대한 책이므로 기본적으로 계속해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나에게도 관계가 큰 화두라서 좋다. 신기하게도 오늘 상담에서 얘기 나눈 것이랑 연결되는 것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면 내가 상담에서 그런 얘길 해서 그 부분이 그렇게 느껴진 거겠지만. 

점심부터 냉면 먹고 녹두전 먹으면서 살짝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카페에서 또 찬 걸 마시고 조금 속이 불편해서 저녁약속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심지어 메뉴가 빵인 걸 알고 있었으니까. 혹시나 내 컨디션이나 기분이 안 좋아지고 별로인 시간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아주 약간 들었다. 근데 웬걸, 좋아하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만나서 얼굴 보니까 컨디션이 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저 약간 피곤한 정도로. 게다가 빵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맛있고 더 속도 편한 느낌이고, 따뜻한 스프도 그러해서 많이 못 먹을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전혀 무리하지 않고 몸이 원하는 걸 느끼면서 다 먹을 수 있었다. 음식도 공간도 사람들도 따뜻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뒤에 걷고 이야기 나누면서 이렇게 이야기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상담하고나면 상담한 내용에 대해 궁금해하고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렇게 이야기 나누면서 더 정리되고 더 깨닫게 되는 일도 많다. 숨길만한 이야기도 거의 없고 서로 많은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안전하고 편안하고 지지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오늘도 정말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나를 생각해서 음식들을 싸주고, 택시가 너무 일찍 와서 헤어지는 걸 아쉬워하는 마음이 무척 감동이었다. 어여쁜 사람이라는 말과 나를 위해 찍었다며 보내준 달 사진을 보면서 감동했다. 만날 수 있고 이런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 - 이제 보니 선생님이 일기 숙제와 칭찬일기 숙제는 종이에 자필로 쓰라고 했었던 걸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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