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강릉에 갔다

참참. 2022. 9. 15. 21:57
 


가족들을 보러 강릉에 왔다.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24시간도 안되는 짧은 일정이지만 바다가 잘 보이는 좋은 숙소를 잡았다. 흐린 날씨에도 앞쪽의 구름이 잠시 비켜준 덕에 선명한 달을 볼 수 있었다.

9월 1일에 아이폰13미니를 샀다. 연한 핑크색도 맘에 들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부드럽게 동작하는 완성도높은 UI와 카메라 성능도 참 맘에 든다. 그동안 샤오미 핸드폰을 도합 6년 정도 썼다.(중간에 잠깐 페어폰을 썼다.) 사실상 나에게 스마트폰이란 갤럭시/아이폰이 아니라 샤오미였다. 기기의 절대적인 가격과 가성비를 따지다보면 다른 선택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여전히 카드혜택과 할인율과 이자율을 신경 쓰고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지출은 열심히 피하지만 쓸데없지 않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조금 더 좋은 경험, 좋은 시간, 내 좋은 기분과 기억을 만들기 위한 돈이 아깝지 않다. 누릴 수 있다면 누리고 싶다. 욜로다.

평범한(?) 직장인과 재테크의 세계(?)에 들어왔더니 빨리 돈을 모아서 돈이 돈을 벌게 해야한다, 하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몇년전만 해도 월 200만원만 벌면 얼마나 여유로울까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월 500만원 벌어도 여유랑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아주 잘 이해가 간다. 월 500을 벌어서 350을 저축한다해도 서울 집값같은 걸 생각하다보면 갑갑한 건 대동소이하다.(실제로 대부분 대출금 갚느라 월 500 이상 벌어도 가처분소득은 200이 절대 안되는 경우가 흔하더라.)
물론 집 사서, 특히 두 채 이상 사서 월세 소득과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내기 시작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쯤되면 최신형 핸드폰 정도는 고민없이 살지도 모른다. 근데 아마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투자처를 찾을 것이다.

스플렌더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보석카드 모아서 15점 먼저 내는 게임인데 고등학교 친구 셋이서 많이 했다. 나와 삼성 다니는 친구는 항상 점수도 없는 카드부터 사모았다. 당장 점수는 없어도 루비 카드 1장 들고 있으면 다음에 루비가 필요한 카드를 구매할 때 루비 1개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다른 한 친구가 가끔씩 카드 몇 장 사지도 않고 점수 높은 카드만 골라 사서 이기곤 했다. 지고도 왜 졌는지 이해를 못했었다.

최근에 재테크에는 관심없는 편인 연인과 이 게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연인은 애초에 그런 식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나는 유튜브에서 공략을 찾아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루비 1개를 할인받기 위해 루비카드를 구매하더라도 결국 15점을 만드는 동안 실제로 몇번이나 루비할인혜택을 써먹는지에 따라 그 카드를 구매하는데 쓴 보석과 턴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데도 이걸 모으다보면 언젠가 할인율 100%가 돼서 공짜로 카드를 구매할 수 있게 되는데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게임은 15점 되면 끝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졌다. 지금 돈을 악착같이 모으고 투자해서 불리고 집을 사서 월세수입, 시세차익 만들고 그걸 또 투자해서 집을 또 사고 월세수입이 더 늘어나고, 그걸 최대한 빨리 할수록 장기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것이다. 한 1000년쯤 산다면. 근데 한 50년 산다면(혹은 그조차 장담할 수 없다면) 과연 그게 정말로 효과적인 전략일까.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0) 2022.09.15
변화  (0) 2022.08.29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다가  (0) 202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