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변화

참참. 2022. 8. 29. 19:17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서 놀랐다. 부랴부랴 긴팔을 꺼내입었다. 문득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 것은 대개 이런 날이다. 그런 날이 오면 어느새 뭔가가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운동방정식들을 배웠다. 처음에는 그 공식들을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풀이를 듣고 또 듣다보니 드디어 뭔가 깨닫는 순간이 왔다.
알고나니 당연하게 느껴진 그것은 변화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항상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좌표계에 영점을 찍어야 위치를 표현할 수 있고 어느 물체를 기준으로 힘과 운동량을 계산할 것인지 결정해야 어떤 값을 어느 공식에 넣어야할지 알 수 있다.
변화란 거의 항상 "시간에 따른 변화"의 줄임말이다. 어느 한 시점의 운동상태와 다른 한 시점의 운동상태를 알면 그 사이에 물체에 가해진 "일"을 알 수 있다.
1년 전을 돌아보면 참 놀랍다. 불과 1년 전의 내 모습이 낯설다.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기복을 겪었던 날들도, 무기력에 잠겨 보내던 날들도 꼭 꿈처럼 멀게 느껴진다.
6개월이 넘는 심리상담과 처음 경험해보는 안정적인 관계는 분명하게 나를 바꿔가고 있다. 혼자 있어도, 함께 있어도 크게 조급하거나 크게 불안해지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입사하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와 상상했던 것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동료들과 같이 책을 읽고 스터디를 하고,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토론을 해가며 일을 한다. 최근에는 근무지가 강남으로 이동한 김에 난생 처음 헬스장을 끊고 운동도 같이 하게 됐다. 거기에 참여할 만한 의욕과 에너지가 내 안에 있는 걸 느낀다.
어떤 때는 이런 일상이, 옛날부터 늘 쭉 그래왔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몇달 되지 않는 여름의 더위인데도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언제까지나 더울 줄 알았던 것처럼 화들짝 놀라듯이.
애써 좌표를 찍고 조금 더 나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다. 그래야 내일의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가고 있는지를 더듬어볼 수 있을테니.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에 갔다  (1) 2022.09.15
타입스크립트를 공부하다가  (0) 2022.07.24
  (0)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