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참참. 2022. 7. 13. 04:59

 

 

보통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아주 강렬한 꿈을 꿨다.

집에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스쿠터 열쇠를 줘서 "스쿠터는 오랜만이네"하고는 신이 나서 몰고 나간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 내려가다가 급커브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그대로 바다쪽으로 추락한다. 어찌저찌 스쿠터만 바닷속에 빠지고 나는 목숨을 건져서 핸드폰도 뭣도 없이 인도도 없는 그 해안도로를 차를 피해가며 올라가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는데 아버지가 날 혼냈다. 그러게 조심히 타라고 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너무 어이가 없고 서러워서 울면서 대들었다. 그게 방금 죽을 뻔하고 겨우 살아돌아온 아들한테 할 소리냐고. 그러고 있는데 와중에 옆에서는 동생 친구가 와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고, 내 부모님은 거기다 대고 "너는 사랑받을 줄 아는구나"같은 소리를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이런 부모는 필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나는 "다시는 평생 보지 맙시다." 하고서는 가방에 짐을 싼다. 마지막엔 냉장고에서도 뭔가 싸려고 가방을 열고 냉장고 문을 열어 그 앞에 주저앉았는데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계속 났다. 꺽꺽 대며 울다가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는데도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진짜 꺽꺽 하고 울고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꿈이었구나 하고 있는데 실제로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는 와중에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진짜 그랬을까 생각해봤고, 그럴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살면서 내 감정에 주목 받고 공감 받았던 적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죽어도 딱히 슬퍼할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오래오래 했었던 기억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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