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참참. 2022. 6. 25. 11:21

<구글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software engineering at google)> 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내 독서모임의 첫번째 모임 도서다. CTO님이 구글 출신이셔서 구글문화 도입에 적극적이다.
 
앞부분에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구성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팀을 생산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한다.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의도치 않게) 이런 안전감을 저해할 수 있는지 예까지 들어놨다.
 
 
활동가로 일하는 동안 많은 단체들이나 공공조직들이 구성원들에게 안전하게 느껴지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봐왔다. 대개 그것이 옳고 인도적인 일이라 생각하면서 추구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조직원들 입장에서도 사기업에 비해 더 인간적으로 존중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과 자원을 투자해서 얻은 연구 결과인데 결론은 썩 평범한 진리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문화를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난해하다. 사람은 계속 들어오고 나간다.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거의 모든 조직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그 분위기를 망치는 데는 불과 한두 사람이 별 악의도 없이(심지어 선의를 가지고) 늘 해오던대로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거창한 실패도 아니고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겠다는 결심도 아닌 단순히 일하다 모르는 걸 질문하는 것조차 이렇게 어렵다(는 걸 구글은 무려 연구를 통해 발견해냈다). 그리고 이 얘기는 이미 수많은 연구와 책에서 반복적으로 증명되고 이야기되고 있는 얘기다.
 
한두 명의 천재가 초거대기업을 만들 수 없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일하는 사람의 수는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이렇게 늘어난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해줄 수 없다면 더이상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일을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생산성 차이가 난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옆의 동료의 심리적 안전감을 해치는 사람, 질문하는 것은 부끄럽고 망신당할 일이라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하기도 나쁜 나라인 것이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질문해도 안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어주세요.
여담: 전전직장은 구성원의 성장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두려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거나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게 될 것이므로)
전직장은 대표가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어서 개념들을 알고 있고 그걸 적용해보고자하는 의지도 나름 있었으나 실제로는 거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이유는 모르겠지만 대표님은 존중의 가치에 대해 몇시간이고 떠들 줄 아는 건 확실해도 실제로 대표 또는 회사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은 별로 없어보였다)
단적으로 전직장은 반강제로 전직원에게 독서모임을 시켰으나 책값은 회사에서 절반만 지원해줬다.(자기 돈 내고 사야 읽게 된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들 형식적인 모임보고서만 제출하거나(상상이 되겠지만 굉장히 귀찮은 일로 여겨졌다)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모임은 차마 퇴근하고나서 하라곤 못하겠는지 보통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게 권장됐다.)

 

지금 회사의 독서모임은 완전히 자발적인 참여자만으로 11명이 모였고, 책값은 회사에서 100프로 지원, 모임시간은 근무시간 내이다. 독서량이나 참여 목표는 전직장에 비해 훨씬 빡센데 즐겁다.(물론 오늘이 첫 모임이어서 모르기는 하지만 이미 나 자신과 모임참여자들이 실제로 책을 읽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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