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The Handbook for HSP(Highly Sensitive People) / 멜 콜린스, 이강혜 옮김

참참. 2021. 4. 29. 06:55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운명처럼 제 앞에 도착한 책,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가이드.

샨티의 책은 언제나 저 자신과 제 삶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지금 제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네요. 이 책에서 설명하는 Highly Sensitive Person의 설명에 저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전부 다라고 해도 좋을만큼 해당되더라구요.

그동안 저와 달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의 어떤 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됐어요. 저 자신의 어떤 면들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수 있었구요. 민감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팁들은 그보다 조금 덜 민감한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HSP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자신의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요.

어떤 개념들은 그러한 개념이 있다는 걸, 그러한 분류가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때가 있죠. 이 책의 저자 역시 평생 자신이 어딘가 모자라고 이상하고 남들과 다른 사람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하며 스스로 더 상처주고 더 고통받았는데, HSP라는 개념을 접하고 자신의 민감함은 이상한 것도, 연약한 것도 아니고 그저 어떤 특징일 뿐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해요. 또 그것이 단지 어떤 특징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 덕에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들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찾고 공유하며, 민감함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른 HSP들을 만나 그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오랜 시간(15년)동안 그런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책의 맨 앞 장을 펼치자마자 저자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HSP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얘기합니다.

사람들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매사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너는 좀 강해질 필요가 있어"라는 말을 듣고 있나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그리고 깊이 공감하는 편인가요? 생각이 많고, 감정을 소화하는 데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리는 편인가요? 나만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거나 (특히 피를 나눈 가족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나요? 주변 환경이나 감각적 자극에 쉽게 압도되고, 자주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나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네'라면, 아마도 당신은 HSP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이 당신의 생존 안내서가 되어줄 거예요!

저는 심한 소음, 밝은 불빛, 다른 사람들의 기분으로 인해 기진맥진해지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흡수하기도 했는데, 그러면 상대방과는 달리 완전히 기가 빨린 상태가 되기도 했지요. 

결국 다른 사람들과 내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민감함 때문이었지요. 진정한 제 자신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진 채 살면서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저는 해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더 많은 HSP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초민감성 기질에 대해 가르치거나 글을 쓰면서 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 책머리에, 중에서

 

또한 다음과 같은 HSP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 모든 사람이 독특한 존재이며, 그 독특한 기질도 사람에 다라서, 또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개인이 살아온 내력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1.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예민해 봤자 너만 손해야" "너는 좀 더 강해져야 돼"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2. 감정이나 느낌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게 또는 깊게 느끼는 것 같다.
3.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면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4. 큰소리, 사람들로 북적임, 부정적인 것에 몹시 민감하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5. 직관이 뛰어나고, 사람이나 환경의 미세한 문제들을 잘 감지한다. 무언가가 잘못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알아차린다.
6. 매우 양심적이며, 결정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느라 남들보다 의사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7. 깊이 집중하고 몰두한다.
8. 세세한 사항가지도 주의 깊게 살피거나 완벽주의자로 여겨진다.
9. 강한 의무감(책임감)을 갖고 있다.
10. 자기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윤리관이 있다.
11. 사회적 부당함에 관심이 많고 약자들을 위해 싸우는 경향이 있다.
12. 환경 문제에 영향을 받으며,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지구 파괴 행위 때문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
13. 언제나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14. '과도하게 자극받고 있다'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다가 결국 기진맥진해지거나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번아웃된다. 또는-완전히 반대로-안절부절못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
15. 다른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받기 쉽고, 상대방은 "너랑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정작 자신은 진이 빠져버리기도 한다.
16. 자신을 사랑하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거나 '구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는 낮은 자존감이나 '나는 모자란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거나 힘들어한 적이 있다.
17. 베푸는 성향을 타고났으며,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 어려워 종종 타인에게 이용당하거나 조종당한다.
18. 비난, 평가(판단), 배신을 당하는 경우 또는 상대가 바람을 피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 크게 상처를 입을 수 있으며, 자신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처에서 회복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며, 평생 완전히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9. '딱 맞는' 관계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나, 파트너가 당신의 민감함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관계가 '실패'로 끝난 적이 있다.
20.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몸에서 빠져나간'(해리) 경험이 이거나, 주기적으로 '멍'해지거나, 몽상에 젖는다.
21. 민감함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술이나 약, 음식 등을 사용한다.
22. 누군가 당신을 '정말로' 이해해 줄 때 마치 '어둠 속에서 불이 켜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누군가는 생각이 비슷한 친구일 수도, 또 다른 HSP일 수도, 심리치료사나 치유자일 수도 있다. 이때 당신은 마침내 누군가한테 '보아지고'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알아두기: 이 체크리스트는 어떤 병을 진단하거나 진단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님)

표시한 개수가 14개에서 22개 사이라면, 당신은 HSP일 확률이 매우 높다.
표시한 개수가 7개에서 13개 사이라면, 당신은 HSP일 가능성이 있다.
표시한 개수가 7개 미만이지만, 표시한 항목들이 당신에게 '전적으로' 해당된다고 느낄 경우, 특히 1~5번과 14번, 15번 항목에 표시한 경우에는 스스로를 HSP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 28~31p

 

또 HSP로 살아가는 데 있어 겪게 되는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그 중 감각적인 '과각성'을 다루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어요.

1. ACE - 피하기(Avoid), 통제하기(Control), 탈출하기(Escape)
2. 태핑 - EFT(Emotinal Freedom Technique)(감정자유기법)
3. 호흡에 집중하기
4. 자연에서 시간 보내기
5. 맨땅 밟기(그라운딩)
6. 명상
7. 소리 치유
8. 회복 시간

 

저자가 자신이 HSP라는 걸 알게 해주었으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하는 책 역시 국내에 번역되어있습니다.
일레인 N. 아론 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으로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에서 나왔네요.

이 민감하지 않은 세상에서 민감한 사람들이 부디 더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HSP인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기도 모르게 민감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상처주고 있을, 그들의 곁에서 살고 있는 많은 부모나 친구, 연인들도 이 책을 많이 읽어서 놀라운 공감능력과 타인을 북돋아주는 힘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HSP들을 더 이해하고 함께 더 잘 살아가는 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