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책읽기/바라는 삶을 위한 생각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참참. 2021. 5. 17. 07:05

 

최근 이직을 했다. 입사하자마자 첫 날, 다짜고짜(?) 책 5권을 품에 안겨주셨다. 3개월동안 다 읽고 배우고 느끼고 실천할 점들을 써서 제출하라고.(3개월이 지나더라도 마저 다 읽으셨으면 좋겠다는 신신당부까지)
처음엔 빌려주시는 건가 했는데 다 새 책이고 그냥 주는 거였다. 

그 중 첫번째 읽을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그저 제목부터가 책 읽는 방법이니 다른 책들 읽기 전에 읽어야하지 않을까라고, 별 생각없이 선택했다.

입사 첫 주를 잘 보내고 난 주말, 일요일에 앞에 살짝 시작만 해뒀던 이 책을 한번 주욱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페이지마다 빈 공간도 많고 상당히 가볍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 맞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그 어려운 일에 어떻게 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아직은 어색한 책과 좀 더 스스럼없는 친구가 되는 가이드 정도의 느낌의 책이다.

그런 책이니만큼 SNS에 올라온 글 보듯이 가볍게 슬슬 넘기다보면 금새 다 읽을 수도 있을 만한 내용도 어렵지 않고 페이지당 글자수도 적은 꽤 쉬운 책이다. (그렇지만 나도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 그렇게 순식간에 읽진 않았다.)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보기도 편하게 돼있다.

앞부분은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왜 책을 읽게 됐나, 책 읽으면 뭐가 좋나, 책에 쉽게 접근하고 책 읽는 습관 쉽게 들이는 법, 사업할 때 책에서 읽고 적용한 이야기들, 정도 느낌의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책 추천(베스킨라빈스 서른 한 권)이다. 

기억에 남는 얘기는 "책 일단 많이 사라", 사놓고 안 보는 책에 죄책감 가지지 마라, 원래 많이 사야 그 중에 일부라도 보는 거다.(물론, 이것부터도 당장 적용하기 쉬운 얘긴 아니다. 돈도 돈이고 자원도 자원이고 어쩌다보니 지난 7년동안 7번 이사다닌 나에게는 짐도 짐이다. 그래도 못 읽은 책을 사는 돈도 저자와 출판업계를 지원했다고 생각하란 점은 공감!)
책 너무 소중히 여기지 마라는 것도 공감. 나도 요즘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페이지 접어두기, 볼펜 들고 있으면 밑줄긋기 등을 실행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면 옛날처럼 절대 깨끗하게 보지만, 산 책이고 다시 팔 거 아니라면 뭐.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여러 번 볼 책이라면.(그동안 볼 책도 많은데 봤던 책을 왜 또 보나싶은 느낌으로 한번 본 책 다시 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 여러 번 보는 책들이 몇 권 생겼다.)

최근에 읽은 책들이 자기가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이 맞다는 확신만 주고 있다면 뭔가 잘못 읽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기존의 생각을 깨는 도끼같은 책, 좀 어려운 책도 가끔씩은 읽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꽤나 일리있게 들렸다.

책 추천은 솔직히 별로 크게 기대 안했는데(추천도서목록같은 건 좀 질리게 하는 데가 있지 않나), 생각보다 많이 괜찮았다. 정말로 당장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책도 31권 중에 5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 유명한 책들인 31권의 책 중 확실하게 읽어봤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빅터(빅토르)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도? 그것조차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특히 본인이 이 책에서 앞서 한 "책이란 결국 꼭 그 책 안의 모든 글자를 읽는 게 중요하다기보단 저자의 생각, 하고싶은 얘기가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할 수 있고, 서문, 머리말 등에 그 내용이 압축되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으니 서문과 목차는 우선 꼭 잘 읽어보라"는 얘기처럼 저자의 서문을 일부 소개하고 있는 책이 많은데,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의 소개글에서는 분명히 경영전문가가 쓴 경영 관련 책인데 서문에 "인생의 궁극적인 성공이란 당신의 배우자가 해가 갈수록 당신을 더욱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며 소개하고 있다. 한번 이혼을 겪고 난 후라 더 그런지 몰라도 꽤나 기억에 남는다. 책에서 이 문장이 어떤 앞뒤맥락 속에서 등장하는지 몰라도 그냥 이 문장만으로도 깊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는 뭔가가 내 안에 있었다. 배우자(꼭 결혼이란 형태가 아니더라도), 혹은 내게 소중한 누군가가 해가 갈수록 나를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는 삶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진짜 얼마나 멋진 삶이겠는가. 어딘지 띵~하달까, 찡~하달까, 양쪽 다랄까.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생각나는 사람도 있고, (부디 내가 그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길, 또 지금까지 자꾸만 더 좋아져온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그를 점점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길, 하는 마음으로)생각나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