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기타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참참. 2013. 7. 13. 10:01


학교에서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여성주의 모임에 요즘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세미나를 한다. 이번에 함께 읽는 책은 《오빠는 필요없다》. 첫 세미나에서 1, 2부를 읽고 썼던 발제문.



오빠는 필요없다: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

저자
전희경 지음
출판사
이매진 | 2008-10-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밖에서만 '진보', 안에서는 '보수'를 부르짖는 오빠들의 행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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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9.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진보적인 운동단체 등에서 여성이 주변부에 있게 되고, 어떤 직책에 오를 경우에는 그 직책 자체가 잡무를 하는 직책으로 변해갔다는 이야기들이, 충격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반면, 조합원으로 있는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는 1대 위원장님과 현재 활동하고 있는 2대 위원장님이 모두 여자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위화감이나 어색함도 못 느꼈다. 대외적으로 선언문을 발표하거나, 함께 퍼포먼스를 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는 등 위원장으로서 바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그 모습들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10년 이상 선배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 청년유니온을 보니, 오랜 시간동안 뭔가 조금씩 변해오긴 변해온 것 같다. 그러나 확실히 여전한 것들도 많다. 어디를 가든, 차를 타서 내오거나 컵을 씻는 등 뒷정리를 하고, 사람과 물건을 잘 챙기는 일 등은 여자가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그런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수원에 따로 사는 집에선 멀쩡히 밥도 해먹고 설거지도 하시는 아버지도 강릉에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내려가면 밥도 잘 안 하시고, 설거지도 안 하신다. 일요일마다 산에 가시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는 것은 어머니다. 물론, 그렇다고 거기에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백하자면, 나도 역시 강릉에 내려가면 집에서 멀쩡히 하던 설거지도 안 하게 된다. 어쩌다 가끔 하면 그건 일상이 아니라 ‘이벤트’가 된다. 거기에 대해서 내 여동생조차도 크게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여동생도 설거지 같은 건 가끔 하는데, 여동생이 하면 왠지 이벤트라기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느낌으로, 가족 모두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집안에서 다 겪고 있는 중학생인 여동생, 남동생에게도 이것들이 내면화가 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좀 무섭다.

귀정 누이라든가 유관순 누나라는 호칭, 위안부 할머니라는 호칭. 여성들은 이러한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을 붙여서 부르고, 남성들은 열사라든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 ‘기억과 역사 쓰기를 남성이 독점해온 역사’, ‘화자의 성별이 남성’이라니. 생활도서관 ‘황혜인 열사’도 선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혜인 누이’라는 호칭이 심심찮게 나오곤 했는데, 한없이 자연스럽던 그 호칭들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형과 오빠라는 호칭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어디선가 여자들이 형이라고 부르는 걸 본 적도 있고 직접 들어본 적도 있는 것 같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오빠라는 호칭이 주는, 연애관계가 연상되는 미묘한 뭔가 때문에 애인이 아닌 남자에게는 ‘선배’라거나 ‘형’이라고 호칭을 하는구나, 하면서도 좀 불편했다. 그냥 일반적으로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르는 용어인데 굳이 오빠라는 말을 두고 형이라고 부를 것까지 있나? 라고. 그러니까, 실은 나도 오빠라는 말이 더 듣기 좋다고 느낀 것 같다.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 “국별 조직 체계가 성역할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 안 성별분업은 적극적으로 ‘유도’됐다.” 54쪽.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다른 조직 체계, 조직 내 내부질서를 구성하는 체계는 어떠한 방식이 있을지 상상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