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글쓰기/기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참참. 2013. 7. 16. 09:16

이 나라가 과연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는가?
노조가 파업을 하다가 불법파업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판결이 나면 그 사람들은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아 벌금을 내곤 한다. 아무리 억울하다 하더라도 그게 법이니까, 법의 판결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가 권력과 돈에 굴복하여 더럽고 치사한 논리와 억지를 부려서 판결을 냈다하더라도, 지켜야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열심히 싸워서 7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내도 대기업은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최종 결정을 했지만 현대자동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들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여전히 그러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 대법원의 판결을 지키라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으로 희망버스도 간다. 도대체 대법원이 판결한 법을 지키라는 걸 왜 국가가 강제하지 못하고 가족들 먹여살리기도 바쁜 노동자가 탑 위에 올라가서까지 싸우고 요구해야 되며, 희망버스같은 걸 타고 수많은 국민들이 응원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된 걸까.

국정원법 제9조에 명명백백하게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유포해서는 안된다고 쓰여있지만, 그들은 그 법을 지키기는 커녕, 법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을 받으라고 하는 여론이 일어나자 NLL대화록이라고 불리는 문건을 공개하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어기는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다. 불법을 불법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법을 지키라니까 다른 법을 어김으로써 대응을 하다니, 참 참신한 발상이다. 해외 언론에도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사실들이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참 자랑스러운 일을 해낸 국정원. 원세훈 전 원장, 남재준 원장에게 법이란 건 대체 뭘까?

진주의료원을 자기 마음대로 폐업시키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국회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가 예전에 국회에 있을 때 국정조사 출석요구를 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한다며 강제로 출석시킬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한 말을 기억은 할까? 부끄럽지 않을까? 그에게도 법이란 건 그저 우습나보다.

법정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결정됐다. 그 최저임금대로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씩 주휴수당 챙겨받아가며 일해도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번다. 실질적으로 삶을 이어나가기엔 많이 부족한 액수다. 그래도 최소한 그 정도는 주라고 법으로 정한 거다. 그.런.데.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 200만명이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고 주장한다. 우스운 일이다.

학교에서 법은 어기면 잡혀가는 것이며 도덕은 지키지 않는다고 누가 잡아가지는 않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생략된 부분이 있었나보다. 법은 (서민이) 어기면 잡혀가는 것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그러니까 더 바라는 것도 없으니까, 근로기준법을 더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있는 법만이라도 지켜달라며 몸에 불을 붙인지가 벌써 4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있는 법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싸우고 있다.


'내가 바라는 글쓰기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당에 대하여  (0) 2017.01.12
《오빠는 필요없다》 1, 2부 발제  (2) 2013.07.13
<김예슬 선언>을 되새기며  (0)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