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속초 흐리고 비가 와도 아름다웠고 해가 뜨자 찬란했다. 함께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느낌이 이렇게 기분좋은 것인지 몰랐다. 체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안좋고 머리가 아파서 어떤 글도 쓰기 어려웠는데, 이제 회복이 됐다. 오히려 그렇게 평소보다 더 약해진 상태에 있어보니까 내 의지가 전보다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내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구나, 먼저 헤아릴 여유는 없지만 귀 기울일 수 있고 얼마간의 단호함을 유지할 수 있구나. 싸움을 하면 후회와 자책과 앙금이 남곤 했다. 좋은 싸움이라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관계에 갈등이 없을 수 없는데 잘 싸우는 방법을 모르니 이겨도 미안함과 후회와 자책이 남고 져도 앙금과 나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이 남았다. 그렇게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