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 안의 공허를 거울처럼 되비쳐주기 전까지, 나는 내 공허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내가 공허하다는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평생 하지도 않다가 한 달 전에 시작한 주식 시세 보는 일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온갖 단톡방에서 하루에 수백개씩 올라가는 메시지들에 참가하는 일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들이 다 내 안의 공허를 외면하고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일들이었다는 걸 문득 알게 됐다. 특히 돈에 대해 생각할 때는 다른 것들에 대한 생각을 현저하게 덜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이 돈돈돈 하면서 사는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지, 어떻게 모으지, 주식이 오르고 있나 내리고 있나, 뭘 사면 돈을 벌까, 언제 사야할까, 언제 팔아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