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페스토 파스타 당근페스토 파스타 씁쓸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라앉던 마음을 입 안 가득 퍼지는 이 맛이 구명조끼처럼 밀어올렸다. 당근으로 만들었다는 게 약간 믿기지 않은 당근페스토다. 이 오묘한 맛은 뭐지. 당근이 이런 맛도 가지고 있었구나. 이걸 만들어먹을 기대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행복해지고 있었다. 일상/2020~2022 2021.08.28
열두 살 때도 관계는 어려웠다( feat. 복자에게 ) 열두 살 때도 관계라는 건 어려웠다. 서른두 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금 나아진 게 있다면 이제는 상대방보다는 나를 더 바라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 문장들 속에 있다 내릴 정거장을 놓쳤다. 조금 당황했지만 다행히 시간이 넉넉해서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머리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는데 요가하면서 아직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역시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다. 일상/2020~2022 2021.08.28
구운 채소 오리엔탈 절임 구운 채소 오리엔탈 절임과 볶은 토마토 기억하고 싶은 기쁨. 그런 말이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행복한 나날이다. 기름에 마늘을 먼저 볶다가 토마토를 잘라 넣고 소금을 약간 쳐서 볶았다. 밥에 얹어서 비비고 그 위에 채소들을 꺼내어서 또 얹었다. 원래도 채소 좋아하지만 채소의 맛이 입 안 가득 퍼질 때마다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기분이었다. 퇴근하는동안 밥 해먹을 생각에 설렜고, 해서 먹는 동안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은 지금밖에 느낄 수 없으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서 느껴야지! (후식으로는 한살림 요거트에 황도 절임을 얹어먹었다. 너무 맛있어ㅜㅜ) 일상/2020~2022 2021.08.28
심리상담 3 - 1 이번이 개인 통산(?) 세번째 심리상담이다. 세번째 심리상담의 첫 상담을 어제 하고 왔다. 근데 지난 두 번의 상담과는 상담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에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첫번째랑 두번째 상담을 받았을 때보다는 그래도 여러모로 에너지가 좀 있는 상태라는 점, 그때처럼 무기력하거나 만성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지 않다는 점과 내 돈을 내고 유료로, 횟수나 기간의 제한없이 긴 호흡으로 할 것을 다짐하고 시작한 상담이라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지 않나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앞의 두번의 경험이 만들어준 차이도 있을 것이다. 겪으면 겪을수록 나도 경험이 쌓이고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상담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상담사 선생님은 세 번의 상담 모두 여성분이셨다. 굳.. 일상/심리상담 2021.08.25
세번째 심리상담의 첫 상담 오늘 첫 상담을 받았다. 느낌이 좋다. 내가 살아오면서 받았던 (내가 느끼기에)주요한 상처들을 돌아봤고, 나는 상담을 통해 무얼 얻고 싶은가, 혹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대해 얘기했다. 선생님께서 "혼자여도 행복한 사람"같은 건 우리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원래 우린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 하셔서 좋았다. 내 느낌은 물론 내것이지만 해석하지 않거나 정리하지 못하거나 미처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온 감정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나를 잘 알고 더 나를 좋아할 수 있길 바란다. 사진은 팝업식당에서 김밥 먹은 날, 걷던 중 만난 고양이들 일상/심리상담 2021.08.24
초록의 잎들 요가수업의 끝에서 창밖에 흔들리는 초록의 잎들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삶은 경이로 가득하고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면 된다는 문장들을 떠올렸다. 일상/2020~2022 2021.08.24
부디 이 평화를 잊지 않길 바게뜨와 얼갈이페스토, 토마토천도복숭아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밖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강아솔 노래를 들으며 저녁을 먹었다. 호사스럽다, 는 말이 떠올랐다. 하루가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런 기분이라니. 부디 이 평화를 잊지 않길. 일상/2020~2022 2021.08.24
고수가 들어간 비트후무스 김밥과 토마토천도복숭아잼에이드 고수가 들어간 비트후무스 김밥과 토마토천도복숭아잼에이드 거의 5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지방간 진단을 받고, 살을 빼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살도 뺄 겸 한동안 쉬던 배달앱 알바와 식단관리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한두 달에 한번쯤 만나 밥 정도 같이 먹는 사이지만 은근히 죽이 잘 맞아서 얘기하다보면 온갖 얘기를 다 나누게 되는 친구다. 돈 없다며 늘 대충 먹는 친구에게 이 김밥을 먹일 수 있어서 기뻤다. 요즘 거의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어제도 그게 유일한 끼니였다고 했다. 예약까지 한 식당에 메뉴가 김밥이라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해했던 친구도 다 먹고 나오면서는 정말 좋아했다. 건강한 맛인 건 느꼈지만 이 .. 일상/2020~2022 2021.08.24
화장실 청소 오늘은 오후에 집에 손님들이 방문하는 날. 일어나 나갔더니 어느새 M이 고무장갑 끼고 화장실을 반짝반짝 청소하고 있었다. 보자마자 처음 떠오른 감정은 미안함, 그리고 그 미안함이 밀어올린 말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였다. 다행히 나는 다음 순간 최선을 다해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그 말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일까를 떠올렸고, 미안하기보다 고마워졌고, 섣불리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말 대신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그냥 거실에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에 물걸레질을 했다. 일상/2020~2022 2021.08.24
가을하늘 요즘 하늘이 참 예쁘다.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바빠지면 쉬고 싶었고, 바쁘지 않으면 차라리 바쁘길 바랐다. 딱 적당히 바쁜 시기는 좀처럼 없으므로 자주 불만족스러웠다. 지금은 꽤 많이 바쁜 시기다. 잠도 많이 못 자고 있다. 그래서 약간 정신이 없고 복잡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바쁜 시기인데도 끼니를 챙길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럴 때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다음주 월요일로 잡혔던 첫 상담이 화요일로 변경됐다. 지금까지 지원을 받아 두 번의 심리상담을 경험해봤는데 이번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받아보고 싶다. 나를 제대로 마주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일상/2020~2022 2021.08.21
얼갈이페스토와 콩국물 크림파스타 레시피의 두유 대신 콩국물을 쓰긴 했는데 크림파스타를 처음 해봐서 얼마나 넣어야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인터넷에 조금 더 찾아보고 할 걸! 그렇지만 몹시 재밌었다. 퇴근하고나면 뭔가를 해먹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아서 이틀에 한번은 라면을 먹곤 했는데, 어제는 꽤 피곤한 나날인데도 집에 들어가자마자 '오늘은 그 레시피를 해볼까?'같은 마음이 들었다. 내 안에 그런 마음이 드는 걸 지켜봤다. 어쩐지 따뜻해지는 기분. 구체적인 레시피와 재료들이 갖춰져있는 덕분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정성 덕분이기도 했다. 그동안 나 혼자 먹으려고 요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혼자 먹는 건 최대한 간단하게, 설거지거리 안 나오게 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나 혼자 먹을 거여도 정성을 들여서 나 자신을 위해 요리한다는 상황을.. 일상/2020~2022 2021.08.20
걸음이 느려졌다 어제 마음속으로 12시까지만 하자고 한 일이, 결국 1시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끝나자마자 바로 잠을 청했다. 오늘을, 그리고 오늘 아침의 요가 수업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시계가 다섯시 반을 지나갈 즈음 몸을 일으켰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단호박포타쥬를 데우는 일이었다. 다섯시 반이라고 해도, 실은 마음이 꽤 조급했다. 샤워도 해야하고 요가수업하는 곳까지 가야하니까. 이동하는 시간만 해도 넉넉히 사십오분이 필요하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럴 때 시리얼을 후닥닥 해치웠다. 아마 3분쯤 걸렸을 것 같다. 좋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타쥬를 나도 모르게 접시에 담고 보니, 나는 이걸 전자레인지에 돌리려고 한 건가, 아니면 차가운 채로 먹으려고 한 건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묻고는 어쩐.. 일상/2020~2022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