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들어간 비트후무스 김밥과
토마토천도복숭아잼에이드
거의 5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지방간 진단을 받고, 살을 빼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살도 뺄 겸 한동안 쉬던 배달앱 알바와 식단관리를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한두 달에 한번쯤 만나 밥 정도 같이 먹는 사이지만 은근히 죽이 잘 맞아서 얘기하다보면 온갖 얘기를 다 나누게 되는 친구다.
돈 없다며 늘 대충 먹는 친구에게 이 김밥을 먹일 수 있어서 기뻤다. 요즘 거의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어제도 그게 유일한 끼니였다고 했다. 예약까지 한 식당에 메뉴가 김밥이라고 했을 때 약간 의아해했던 친구도 다 먹고 나오면서는 정말 좋아했다.
건강한 맛인 건 느꼈지만 이 맛있는 게 비건이라는 데 놀라고, 김밥 한 줄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포만감과 만족감도 컸다고 했다. 김밥이지만 밥 비중이 크지 않아서 탄수화물을 경계하고 있는 식단에도 걱정이 없었다고.
나도 정말 맛있었다. 친구랑 얘기에 열을 올리다가도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에 순간순간 감동하면서 그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됐다. 마지막 타임 손님이 우리 테이블밖에 없어서 더 그랬는지 몰라도 더없이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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