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92

안녕, 부디

세탁기 대모험으로 너덜너덜해진 나를 하메 M이 밖으로 불러냈다. 애썼다며,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신나게 집을 나섰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앞에 죽어 누워있었다. 어쩐지 최근 3일 사이에 현관문 앞에서 알짱거리다 내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 담으로 뛰어오르던 귀여운 녀석 같아서 더 마음이 아팠다. 여긴 골목 안쪽이라 차도 거의 안 다니는 곳인데 어쩌다 그랬을까. 언젠가 홍천에서 핸드폰은 핸드폰대로 박살 나고, 보려던 영화도 못 보고 운수가 없다며 짜증이 잔뜩 난 상태에서도 길 옆에 죽어있는 고양이를 마주하고선 그 마음이 부끄러워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사실 세탁기 고장으로 빨래한 것 정도는 좀 고생이긴 해도, 어찌 보면 별일 아니다. 너도 그곳에선 부디 괜찮기를. 안녕.

일상/2020~2022 2021.08.08

세탁기 대모험(위니아 드럼세탁기 12kg WINIA WMF12BS5T 3C 에러)

(위니아 WINIA 드럼세탁기 12kg 모델명 WMF12BS5T 3C 에러) (WMF12BS5W 에러) 하메 M이 수건빨래를 돌려놓고 나갔다. 다 끝나면 널어주기로 했다. 빨래가 되는 동안 나는 이번주부터 시작한 강의의 실시간 세션을 듣고 있었는데, 자꾸만 "삐삐-"하는 소리가 났다. 강의 쉬는 시간에 나와보니 이렇게 돼있었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흔한 에러겠거니, 하고 구글에 "드럼세탁기 3C 에러", "위니아 드럼세탁기 3C"같은 걸로 검색했으나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었다. 세탁기에서 아무 키를 눌러봐도 안 먹혔다. 결국 전화를 했다. (다행히 고객센터가 토요일에도 오후 1시까지는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알게 된 건, "위니아전자"와 "위니아딤채"가 따로 있어서, 전화번호도 다르다는 사실...

일상/2020~2022 2021.08.08

채소의 계절

어제 채소의계절 반찬구독서비스의 첫 반찬을 받았습니다. 강된장에 밥 비비고 노각 오이지는 보내주신 레시피대로 냉국을 해먹을까 했으나 얼음이 없어서 그냥 먹었습니다. 무말랭이유부조림은 정말 맥주와도 잘 어울렸어요!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밥 더 먹는 거 오랜만에 보네"라고 하던 게 기억에 남네요.ㅎㅎ 아, 재택근무의 시작에 이렇게 딱 맞게! 더운 여름엔 입맛도 잘 없어지고 귀찮으면 라면도 자주 먹는데, 덕분에 살았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채소의계절 @timeofvege 인스타, 페이스북 21.07.14

일상/2020~2022 2021.07.20

속시끄러운 일

요 며칠 좀 속시끄러운 일이 있었다.("속시끄럽다"라는 표현을 20대에 처음 들었을 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속이 시끄럽다니.) 동생의 권유로 큰 고민없이 넣어봤던 무순위추첨 청약에 당첨이 됐던 것이다. 분양가는 3억 5340만원. 난 부동산이나 청약제도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 이번 생에 적어도 서울에 집을 살 일은 없다고 여겼기에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취소분에 대한 추첨이었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했다. 3일만에 서류를 제출하고 일주일만에 계약금을 마련해 계약체결을 해야했다. 계약금은 20%로 7천만원이 넘었다. 작년부터 꼬박꼬박 월급받는 직장을 얻긴 했지만 아직 그정도의 돈은 들고있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와 그 집의 가격이 분양가보다 오를 것인가(언제 그리고 얼마..

일상/2020~2022 2021.07.20

let your light shine

오늘 아침, 생애 첫 도메인을 구입했다. 수업의 일환으로 연습삼아 만드는 거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가져보는 내 주소인데다 1년짜리 이용권(이벤트 중이라 제일 싼 .shop을 골라서 550원이지만ㅋㅋ)이니 맘에 드는 주소를 고르고 싶었다. 고민 끝에 결정한 주소는 letyourlightshine.shop 정신없는 하루였는데 퇴근하고는 연극을 봤다. 오백에삼십. 전직장 디자인팀과장님이 주셨던 공짜표로. 중간에 너무 악역의 폭언(?)이 길게 이어져서 피곤한 구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다. 다 보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이젠 그냥 가방에 우산을 항상 넣고 다녀서 당황하지 않았다. 대학로에서 집까지 느긋하게 걸었다. 최근에 사서 읽고 있는 책은 김민섭 작가님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

일상/2020~2022 2021.07.08

수다

어제 듣고 있는 코딩강의의 야간반 (온라인)모임에 접속했다가 마이크를 켜고 새벽 1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11시 반이 넘어갈 때 이미 더 늦게 자면 분명 피곤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엔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사실 거의 대부분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온라인 강의를 같이 듣는 사이일 뿐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인데다 딱히 공통의 화제거리라고 할만한 건 코딩 정도밖에 없는데도 그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역시 굉장히 피곤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그나마 그 1시도 내가 제일 먼저 자러 가겠다고 하고 나온 거였다.) 너무 시끄럽게 해서 옆방 사는 하우스메이트에게만 미안했다. 슬랙에 맨날 들어가서 질문하는 사람들 있으면 아는만큼 답글을 달아주고 있다. 완전히 코딩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하..

일상/2020~2022 2021.07.03

라 카페

어제 라카페에 갔다. 거기서 로카가 받아서 선물해준 작은 엽서를 책갈피로 끼워뒀었다.("돈봉투 대신 이거 끼워!") 아침에 지하철에서 책을 펼치니 이렇게 툭- 반겨준다. 자신감 갖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되기'라. 처음 보는 말도 아니건만 여전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말이다. 그밖에도 2층 갤러리에는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앉아있었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 "상처받고 있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대, 상처가 희망이다"

일상/2020~2022 2021.06.30

토요일 일기

어제 전직장동료들과 점심을 먹었다. 한 동료의 남편분이 딤섬집에서 일하셔서 거길 갔는데 서비스가 계속 나왔다. 나중엔 시킨 메뉴보다 서비스로 나온 메뉴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메뉴판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수준으로 온갖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청경채볶음은 왜이리 맛있는건가. 배터지게 먹고 지난달에 집들이했던 그 동료의 신혼집에서 또 수다를 떨었다. 집들이때 우리가 돈 모아서 선물했던 와플팬을 드디어 개시! 크루아상 생지를 구워 크로플을 만들고 투게더아이스크림 올려 먹었다. 각자 다들 저녁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 6시쯤 헤어졌고 난 파주에 있는 카페에 소라 샘의 그림전시를 보러가기 위해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저녁을 안먹고 갔더니 카페에서 한식으로다가 저녁을 푸짐하게 얻어먹는 행운까지 누릴 수..

일상/2020~2022 2021.06.27

코딩 강의 등록

작년 초에 내일배움카드를 만들고서는 써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과정 하나를 등록했다. 사실 여태까지 책 정도는 산 적 있어도 본격적인 유료코딩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온라인에 무료강의도 워낙 많아서(생활코딩 최고) 무료강의들만 이것저것. 이번에 신청한 이 과정은 내일배움카드에서 90프로를 지원하고 자기부담금은 4만원. 사실 이 강의의 대상이라기엔 어쨌든 나름 개발자로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이지만 커리큘럼만 보면 아무리 기초만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5시간 투자로 5주만에 이걸 다 할 수가 있다고?(절레절레)"싶을 정도로 아직 접해보지 못한 기술도 많이 포함돼있기도 했고 유료강의가 좀 궁금했다. 무료로도 공부할 수 있는 양질의 자료가 진짜 차고 넘치지만 교육자의 시선에서 짜여진 커리큘럼과 금..

일상/2020~2022 2021.06.23

넘어졌다

넘어졌다. 자전거 타다가. 내리막길에서 앞바구니에 실린 백합이 떨어질까 신경 쓰다 꽃과 함께 굴렀다. 지난 목요일, 요가 가던 길이었는데 어쩌나하다가 그대로 갔다. 앞의 편의점에서 거즈와 습윤밴드를 사서 같이 요가하는 분들이 소독하고 붙여주셨다. 메디폼 밖으로 피가 흘러서 결국 점심때 회사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드레싱을 받았다. 왼쪽 팔꿈치와 왼쪽 옆구리에. 항생제와 진통제도 처방해주셨다. 요가도 당연히 제대로 못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다운돼 있던 기간이었는데 몸을 다쳐서 통증이 오고 씻거나 움직이기도 조금씩 불편하니까 더 마음이 약해졌었다. 그렇지만 상처는 잘 나아가고 있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얌전히 약 잘 먹고 물에 안 닿게 조심했다. 이제 다른 곳들은 다 새 살이 났고 팔꿈치만 며칠 더 기다리면..

일상/2020~2022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