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20~2022

속시끄러운 일

참참. 2021. 7. 20. 18:53

요 며칠 좀 속시끄러운 일이 있었다.("속시끄럽다"라는 표현을 20대에 처음 들었을 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속이 시끄럽다니.) 동생의 권유로 큰 고민없이 넣어봤던 무순위추첨 청약에 당첨이 됐던 것이다.

분양가는 3억 5340만원. 난 부동산이나 청약제도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 이번 생에 적어도 서울에 집을 살 일은 없다고 여겼기에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취소분에 대한 추첨이었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했다. 3일만에 서류를 제출하고 일주일만에 계약금을 마련해 계약체결을 해야했다. 계약금은 20%로 7천만원이 넘었다. 작년부터 꼬박꼬박 월급받는 직장을 얻긴 했지만 아직 그정도의 돈은 들고있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와 그 집의 가격이 분양가보다 오를 것인가(언제 그리고 얼마나) 고민이 됐다. 주변에서도 입지가 교통이 워낙 좋아서(을지로 한복판) 평수가 작긴 해도 괜찮아보인다며 투자하면 분명 이익일 거라는 얘기가 많았다. 잘 모르는 나도 대한민국 서울에서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는 일은 상상이 되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근데 한참 고민하다보니 정작 그 고민에 내가 살아갈 삶과 집은 없었다.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끌어서 30년쯤 갚을 빚을 만들어서 "투자"라는 걸 한다는 게 사실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나 역시 3~4년만에 슬쩍 1억 정도의 불로소득같은 게 생기면 좋겠다는 얄팍한 마음에 그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 아마 내가 포기한 저 집은 몇년 후에 분명히 오를 거고 만약 그때의 내가 그 사실을 듣는다면 나는 그때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안들 수 없을 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임을 인정하고 드디어 포기할 수 있었다. 휴.

 

페이스북 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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