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다. 자전거 타다가. 내리막길에서 앞바구니에 실린 백합이 떨어질까 신경 쓰다 꽃과 함께 굴렀다. 지난 목요일, 요가 가던 길이었는데 어쩌나하다가 그대로 갔다. 앞의 편의점에서 거즈와 습윤밴드를 사서 같이 요가하는 분들이 소독하고 붙여주셨다.
메디폼 밖으로 피가 흘러서 결국 점심때 회사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드레싱을 받았다. 왼쪽 팔꿈치와 왼쪽 옆구리에. 항생제와 진통제도 처방해주셨다.
요가도 당연히 제대로 못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다운돼 있던 기간이었는데 몸을 다쳐서 통증이 오고 씻거나 움직이기도 조금씩 불편하니까 더 마음이 약해졌었다.
그렇지만 상처는 잘 나아가고 있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얌전히 약 잘 먹고 물에 안 닿게 조심했다. 이제 다른 곳들은 다 새 살이 났고 팔꿈치만 며칠 더 기다리면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어렵다. 아무리 지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질주하며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고 믿어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적인 그래픽자료없이 글자와 계산식으로만 배웠다면 믿을 수 있었을까.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고 아폴로11호는 달에 간 적이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직접 본 것도 아니니까.
눈에 보이는 상처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나아지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기 쉽다. 어떻게 하면 아픈지 실험할 수 있고 이름도 붙일 수 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는 나아지고 있는건지 헷갈린다. 보이지 않는다고 까먹지 말고, 감정에 계속 이름을 붙이고 불러줘야겠다.
'일상 > 2020~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딩 강의 등록 (0) | 2021.06.23 |
---|---|
말은 하지 않는 사이 (0) | 2021.06.22 |
전화를 한 통 받았다 (0) | 2021.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