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하우스메이트 한명과 "말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고 썼다. "말은 하지 않는 사이"로 고쳐야할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에 밥먹으러 나갔더니 메뉴가 미역국이었다. 셋이 같이 밥 먹어도 둘은 서로 직접 말을 하지 않았지만 생각만큼 불편하진 않다. 어딘가 기묘한 관계라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살다보면 관계에도 패턴이 생기는 것 같다. 내 성격과 그동안 익숙해진 어떤 것들이 있으니까. 항상 익숙함의 힘은 강력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그게 설령 좋은 것이라고 해도 처음엔 어딘지 모를 어색함, 불편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여튼 여태까지 나에게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사이는 무조건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것이었으나 이젠 뭐 어떤가싶은 경우도 있구나라는 느낌. 물론 상대방의 마음은 모르겠다. 근데 그건 말을 하는 사이라 해도 어차피 대부분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아침에 유리병을 하나 깼다. 냉장고에서 그 옆에 있는 걸 빼다가 낑겨서 딸려올라오면서 떨어져 박살이 났다. 손으로 대충 줍다가 따끔하고 작은 피 한방울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무장갑과 걸레와 청소기를 총동원했다. 새벽부터 무슨 일이야 이게. 아무리 치워도 돌아보면 또 작은 유리조각이 보인다. 집에서 실내화 안 신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는데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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